[필동정담] 두꺼비 숭배
2001년 12월 11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21세기 역사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순간이었다.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지금 중국 GDP는 일본의 3.6배에 달한다. 10여 년 뒤 1위 미국을 따라잡는 게 그들의 목표다. WTO 가입으로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마지막 과업이었다. 중국이 세계 무역 질서에 융화되면 언젠가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란 미국의 순진한 기대는 물론 빗나갔다.
그런 장쩌민이 96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시점이 묘하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제로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촉발된 가운데 장쩌민이 별세하자 톈안먼 항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저우언라이 전 총리의 추모 정국은 1976년 1차 톈안먼 사태를 낳았다. 개혁파 후야오방 전 당 총서기의 사망 후엔 1989년 2차 톈안먼 사태가 터졌다. 1차는 덩샤오핑, 2차는 장쩌민으로 권력 교체가 이뤄졌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듬해부터 장쩌민에 대한 향수가 인터넷상에서 '밈(meme)'으로 퍼졌다. 이른바 '두꺼비 숭배(膜蛤·toad worship)'다. 두꺼비를 닮은 장쩌민의 일화를 풍자하고 추억하면서 현 체제에 대한 비판까지 담아낸 놀이문화였다. 물론 지금 중국의 인터넷 포털에선 이와 관련된 어떤 검색도 가능하지 않다.
시진핑 정권은 양면책을 쓰고 있다. 정부 주도로 6일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기로 하고,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의 홈페이지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는 등 추모를 공식화했다. 한편으로는 대학들이 조기 방학을 실시하도록 조치하고 인터넷 검열을 강화했다. 인터넷 포털 바이두에 '백지(白紙)'를 치면 A4용지만 잔뜩 뜨고 '시위(示威)'를 넣으면 다른 나라의 시위 사진만 등장한다. 검열을 우회하는 사설통신망(VPN) 접근까지 틀어막았다. 추모마저 자유롭지 못한 살풍경이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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