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악화된 건강불평등, 건강세로 해소하자
취약층일수록 더 위험해져
건강습관·사회환경이 중요
세금 걷어 건강에 투자해야
◆ 세상사는 이야기 ◆
정부 통계 발표나 연구 자료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국민 건강이 나빠졌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배달 음식 등 패스트푸드의 섭취가 늘고 운동도 줄어 비만 인구가 늘었으며, 사회적 활동이 줄고 우울증이 증가해 청년층에서 자살이 많아졌다. '확찐자'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다. 우리 연구팀이 2018년 및 2021년 전국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팬데믹 발생 전후의 주관적 건강 상태를 질문한 결과 사회적 건강 상태가 '최고 또는 아주 좋다'고 평가한 응답은 코로나 이전인 2018년 42.5%에 비해 코로나 동안인 2021년 33.3%로 상당히 감소했다.
우리 연구팀은 더 심각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가슴이 아팠다. 건강 상태와 사회경제적 요인 간 연관성을 분석해보니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건강 불평등이 코로나 이전보다 코로나 발생 이후 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월수입이 낮거나 교육수준이 낮은 국민이 가계 월수입이 높거나 교육수준이 높은 국민에 비해 건강이 나쁘다는 것, 즉 사회경제적 격차가 건강 격차를 초래한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국민의 경우 건강에 투자할 자금 사정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영양의 질이 나쁜 패스트푸드로 한 끼를 때우거나 운동을 하지 못한다. 다른 건강 습관들도 마찬가지다. 건강검진, 진단, 치료 등의 의료 접근성도 떨어진다. 간병 도움과 회복을 위한 휴양과 재활도 부족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격차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나빴던 취약계층의 건강이 상대적으로 더욱 나빠졌음이 밝혀졌다. 결국 비만해지고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암 등 유병률과 사망률이 더 높아진다. 이미 우리 국민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경제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대 의대가 시행한 2021년 대국민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코로나 팬데믹 위기로 인해 경제적 격차가 건강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우려를 연구를 통해 확인하면서 개선책이 필요함을 실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탈출해 일상생활로 복귀하더라도 경제적 충격과 함께 건강 위기의 회복은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건강 결정 요인인 유전(5%)과 의료(10%)보다, 건강 습관(30%)과 사회 환경(55%)이 개선되지 않고는 일상생활의 기본인 건강은 쉽사리 좋아지지 않는다. 건강 불평등이 국민 전체의 건강을 악화시키며 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키고 기업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결국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건강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들이 경제적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재정적·사회적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인간다운 삶의 바탕인 건강의 불평등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도전적 패러다임 전환과 재원이 필요하다. 내가 건강해지려면 다른 사람들이 건강해야 하며, 이웃을 건강하게 하면 나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건강공동체로서의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으로 설탕세, 비만세, 게임세 등 건강세를 통한 재원을 확보해 건강에 투자해야 한다. 단순히 건강 위해(危害)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 건강 친화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을 늘리고 취약계층에 건강 포인트를 제공해 건강 친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 넛지가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횡재세를 도입하겠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연간 수입이 100만달러 이상인 부자에게 1% 세금을 더 부과해 취약계층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투자하고 있다. 코로나의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건강세 부과를 결단해야 할 때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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