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이태원 참사 “자기 임무 충실했다면 큰 참사 안 일어났을 것”
올해 8월 공식 서임된 유흥식 추기경이 ‘핼러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 정확하게 자기 임무에 충실하고 정확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합당한 사후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휴가차 지난달 30일 한국을 방문한 유 추기경은 2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교황청 분들도 ‘기도하고 있다’고 말을 건네오면서 ‘저개발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도 표현하셨는데 어쩌면 자기 일을 대충대충 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국민 전체를 비롯해 다시 한번 우리 자신도 보살피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교구장이었던 그는 지난해 6월11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돼 현재까지 1년 6개월째 일하고 있다. 교황청 성직자부는 전 세계 모든 성직자와 신학생들을 관장하는 부서다.
아시아인 중 최초로 교황청 장관인 된 유 추기경은 “아시아인이 교황청 장관이 됐다는 것 자체가 교황청이 로마 이탈리아나 유럽에 머물지 않고 세계교회로 거듭났음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날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의지 또한 다시 한번 전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소통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교황님은 지금도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데 지금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이런 저런 대응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방북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누구도 모른다”면서도 “불가능하더라도 갑자기 이뤄지기도 하니까 북한도 어려움이 있을 때 교황님의 방북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교황님의 방북이 북한이 어려운 걸 이겨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면서 대북 지원에 앞장섰던 유 추기경은 다만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대북 지원이 교황청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물러나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교황님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이상 번지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고, 마지막 단계에서 중재에 나서고 있다. 결과가 나오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이날 ‘정직’ ‘성실’ ‘이웃사랑’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을 향해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을 이룬 국민”이라며 “정직하고 투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떤 분은 고위직을 맡으면 공적으로 봉사할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분은 높은 자리에 있을 때 한탕 하자고 하는 느낌입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고 베풀며 살도록 합시다. 나눌수록 더 행복합니다. 이웃을 도와야 내가 올바르게 사는 길입니다.”
유 추기경은 다음달 8일 대전교구에서 ‘추기경 서임 기념 감사 미사’에 참석하고 대전교구 내 모처에서 지내다 내년 초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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