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꼬이고 커진 코인 문제, 어떻게 풀지 상상조차 안 된다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2022. 12. 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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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돈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찍어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건 아마 모든 기업, 아니 모든 사람의 소망일 텐데 놀랍게도 요즘 이런 게 실제로 가능해졌다. 진짜다.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라는 암호화폐(코인)는 코인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이른바 상장된 코인인데 그 덕분에 위메이드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그 코인을 코인 거래소에서 투자자들에게 팔아 돈을 조달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돈을 조달하는 방법이 대출과 유상증자 두 가지뿐이었지만 이제는 코인 발행이라는 제3의 방법이 생긴 셈이다. 게다가 대출은 나중에 상환해야 할 돈이고, 유상증자는 그 주식을 구매한 주주들에게 의결권과 배당금을 줘야 하지만 코인을 발행해 번 돈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이나 의무가 없다.

이건 바꿔 말하면 코인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그 코인 발행회사에 대해 원금 상환이나 이자 또는 배당금 지급이나 의결권 요구 등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그 코인이 상장되어 있다는 이유로 나보다 더 비싸게 그 코인을 사들일 다른 투자자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코인을 사들인다. 코인 발행사가 돈이 필요할 때마다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돈을 조달할 수 있는 건 그 덕분이다. 위메이드는 이런 방식으로 2271억원을 코인 거래소로부터 조달했다.

이 자체로도 매우 놀라운 일이지만 이런 일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은 또 한 번 놀랄 만한 일이다. 이 모든 일은 코인 투자자들이 이 코인을 비싼 값에 사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그건 이 코인이 코인 거래소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코인 거래소들이 이 위믹스라는 코인을 상장폐지, 그러니까 그 코인을 코인 거래소에서 거래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요즘 매우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코인 투자자들은 코인 거래소들에 어떤 기준과 근거로 코인을 상장폐지한 것인지 밝히라고 요구하는 중인데 코인 거래소들은 그 질문에 대해 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화폐 '위믹스'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 24일 공지를 통해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위믹스(WEMIX)의 거래지원 종료가 결정됐다고 공지했다. 사진은 25일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모습.ⓒ연합뉴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위믹스라는 코인을 상장폐지할 것인지를 두고 코인 거래소 5곳의 대표가 모여 회의를 했는데, 2명은 상장폐지가 맞다고 했고 2명은 아니라고 했다. 이런 장면들이 전하는 사실은 '코인 거래소들은 정해진 상장 기준도 없고 그렇다 보니 정해진 상장폐지 기준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승인한 주식시장보다 더 많은 거래대금이 오가는 코인 거래소에 아무 코인이나 분별없이 상장되고 있고, 그 피해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우량한 코인과 불량한 코인을 구별할 기준을 정하고 괜찮은 코인만 코인 거래소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업계의 고민은 모든 코인이 거의 동일한 구조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떤 코인이 우량하고 불량한지 구별할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아무나 그럴듯한 계획서(백서)를 한 장 쓰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코인을 만들고 마음에 드는 이름을 붙이면 코인이 되는데, 그런 코인 중에 일부는 특별한 이유나 기준 없이 거래소에 상장된다. 

코인 개발자가 스스로 장난삼아 만든 아무것도 아닌 코인이라고 밝힌 도지코인도 유명세가 있다는 이유로 코인 거래소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으니 왜 도지코인은 상장시키면서 우리 코인은 상장시키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 어떤 거래소도 그 기준이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코인 거래소들이 적절한 상장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에 미달하는 코인들은 솎아내겠다는 계획은 한꺼풀만 벗겨보면 말이 안되는 대책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수년 전부터 코인 시장이 꿈틀거리고, 아무 기준도 없이 코인들이 발행되어 거래되고 사설 거래소가 난립할 때 정부가 규제를 시작하지 못했던 탓이다. 규제를 하려고 하기도 했지만 '집값 때문에 마음이 공허해진 청년들이 유일하게 희망을 품고 있는 그 코인 시장을 왜 규제하려고 하느냐'는 이상한 정치 논리에 밀린 탓이다. 총선과 대선 일정이 맞물리면서 청년 표심을 건드렸다가 집권에 실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정치인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코인과 청년을 옹호한 탓이다. 이제 꼬일 대로 꼬이고 커져 버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정말 상상도 안 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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