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만 사랑일까? … 생존·중독·애착도 누군가엔 사랑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2. 12.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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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애나 마친 지음, 제효영 옮김 어크로스 펴냄, 1만8800원

2017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의가 열린 것이다. 진행을 맡은 진화인류학자 애나 마친은 행사 하루 전날 300여 명의 참가자에게 익명으로 토의 주제에 대한 답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참가자들의 답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사랑에 대해 단순히 연애 감정을 떠올리는 사람부터 자녀와 반려동물, 심지어 물건으로까지 대상을 확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강력한 감정이라고 묘사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상품을 팔기 위한 산물이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다 쓰려면 책 한 권도 모자란다는 사람이 있었고, 딱 한 단어로 답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사랑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주관성이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사랑이 얼마나 다른지 정확히 측정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항상 사람들은 사랑을 수수께끼처럼 생각하며 풀어보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사랑을 주제로 다루는 책도 많다. 사람들은 심리학부터 철학, 과학, 문화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사랑을 탐구해왔다. 그런데 과연 사랑은 무엇인지 명쾌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사람이 왜 사랑을 하는지 모두가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마친의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은 유전학, 약학, 신경과학 등 자연과학에 심리학, 철학, 사회인류학, 신학 등을 더하며 사랑을 분석하는 과학책이다. 다만 사랑이 무엇인지, 왜 사랑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인간이 원하는 쉬운 답을 내놓으려고 사랑의 정의를 축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답을 10가지로 확장해 독자들에게 더 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생존, 중독, 애착, 우정, 개인, 사회, 독점, 신(神), 통제 ,동기 등 사랑에 대한 다양한 답을 한꺼번에 놓고 보면 어느 하나도 완벽한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려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마친은 옥스퍼드대에서 사회성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로빈 던바 교수와 함께 친밀한 사이의 인간관계에 관해 연구해왔다. 진화인류학자인 그가 하는 일은 인간을 관찰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별난 행동이나 해부학적으로 기이한 특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근거를 찾고 분석하는 일이다. 그는 사랑을 생물학적, 심리학적, 인류학적으로 탐구하면서 인간이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랑의 모든 스펙트럼에 주목한다. 사람들의 사랑이 모두 제각각이지만, 사랑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감정과 행동에는 사람마다 고유하게 존재하는 수많은 요소가 혼합돼 있다는 것이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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