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근원인 강 … 물줄기 따라 문명이 세워졌다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2. 12.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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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전쟁·문화 넘나들며
강에 얽힌 세계역사 추적
리버 로런스 C 스미스 지음, 추선영 옮김 시공사 펴냄, 2만3000원

우리나라 수도의 젖줄로 불리는 한강. 서울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동서남북으로 지역을 가르는 중심이자 오랜 세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상징적 의미도 갖는다. 강 주변으로 친환경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도시의 상징물이 솟아오르는 등 일상생활과도 밀접하다. 세계 곳곳의 강들은 이렇게 인류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오랜 세월 흘러왔다. 삶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생과 사를 가르는 경계가 되기도 하고, 죽음의 무덤이 되기도 한다. 미국 브라운대 지구·환경·행성과학학부 교수인 저자는 세계 여러 강이 축적해온 의미와 역할을 자연, 전쟁, 문화 등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한다.

강은 인류 문명의 발원지다. 고대 이집트의 거주민들이 사막에서도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건 나일강의 범람이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준 덕분이다. 세계 4대 문명으로 불리는 이집트·인더스·메소포타미아·황하 문명이 모두 이렇게 강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도로가 생기기 전엔 수로가 있었다. 자동차 같은 육지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았을 때 강은 훌륭한 물류의 통로가 돼줬다. 물을 마을·도시로 공급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문명도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강은 가난과 전쟁을 피해 떠나려는 사람들에겐 위협적인 장애물이다. 강이 손쉽게 지역과 국가를 가르는 경계가 돼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국 텍사스주와 멕시코 사이 리오그란데강을 따라 그어진 국경선은 2000㎞에 달한다. 불법 이민자나 마약 밀매업자들은 미국 영토로 넘어가기 위해 폭이 12m에 불과한 이 강의 한 구간을 직접 헤엄쳐 건너는데, 시속 40㎞에 달하는 빠른 유속과 최대 5.5m의 깊이에 휩쓸려 들어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2015년 이후 이 강에서 확인된 익사 사고만 200건이 넘는다고 한다.

실제로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난민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익사다. 특히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지중해에서 일어난 사고 건수가 많다. 미얀마 중앙정부와 불교도의 탄압을 피해 로힝야족이 건너게 되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사이 '나프강'의 경우 2017년에만 70만여 명이 건넜고, 그 과정에서 최소 173명이 익사한 것으로 기록됐다. 강을 차지하려는 국가 간 분쟁도 많다. 특히 80억명을 향해 팽창하고 있는 지구 인구와 덩달아 물 확보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상수원을 차지하려는 전쟁이 앞으로도 치열할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봤다. 나일강은 11개국 5억명의 인구가 공유한다. 요르단강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5개국의 영토를 지난다. 인더스강의 발원지인 카슈미르 산악 지역은 이미 강을 공유하는 중국, 파키스탄, 인도 등 3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지역 분쟁을 벌이는 중이다. 다만 국경을 넘는 강에 대해선 국가 간·지역 간 '물 공유 협약'이 맺어져 협력 관리와 지역경제 통합의 선례가 되기도 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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