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길] ⑤ '전두환' 보여주려 시작된 그 길...해안도로의 명암

제주방송 강석창 2022. 12. 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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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5월.

이게 제주 해안도로의 시작이었습니다.

용담 해안도로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자, 1989년 제주 해안을 연결하는 231Km의 해안도로 건설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군부 독재시절,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며 만든 해안도로가 지금에 와선 제주 해안이 간직해 오던 절경과 그 속에서 살아온 제주인들의 흔적마저 파괴시켜 버린 꼴이 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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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시설 제주 해안도로 시작
해안도로 154Km 개설, 관광 효과 vs 환경 훼손 명암
1984년 제주 소년 체전 카드섹션 첫 장면.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씨 부부의 모습은 5천명의 고교 카드섹션팀이 연출.(e영상역사관)


1984년 5월.

제주에서 제 13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제주 역사상 처음 열리는 대규모 스포츠 행사였습니다.

제주에선 대회 몇년전부터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전두환.

서슬퍼런 군부 정권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더더욱 대회 준비에 열을 올렸습니다.

개폐회식엔 엄청난 공을 들였습니다.

초등학교 매스게임과 남중부 매스게임, 여중부 해녀춤에다 고등학생 5천명이 동원된 카드섹션까지 준비됐습니다.

당시 개폐회식에 동원된 초중고생만도 1만명이 넘습니다.

개막식 매스게임으로 진행된 여중생 해녀춤 (e영상역사관)


몇달에 걸쳐 연습이 진행됐고, 개막이 임박하자 수업은 오전만 하고, 오후엔 집결장소로 모여 연습이 이어졌습니다.

개회식은 북한의 아리랑 집단체조를 축소한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기자 역시 당시 중학교 2학년이라 매스게임에 참가했었기 때문에 당시 느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개회식 카드섹션의 첫 장면은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의 모습이었습니다.

개회식장으로 입장하는 순간 대통령 찬가와 함께 한라산을 배경으로 손을 흔드는 부부의 모습이 카드섹션으로 연출됐습니다.

카드섹션 연습 과정에 가장 연습을 많이 했던 장면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축사를 할때는 봉황과 함께 대통령의 얼굴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축사때 나타난 카드섹션 모습 (e영상역사관)


제주 첫 대규모 스포츠 행사라 외부 참석자들에게 제주의 역량을 보여준다고 준비를 했겠지만,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개회식이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을 의식한 소년체전 준비는 경기장 밖에서 진행됐습니다.

대표적인게 제주공항 활주로 북쪽 해안 마을을 정비하고 해안도로를 뚫은 겁니다.

용담해안도로가 만들어지기 이전 어영마을 (제주건설사, 이중근)


용담 해안도로 공사는 소년체전 1년전인 1983년 3월 착공됐습니다.

당시 어영마을 내 주택 45채를 철거하면서 공사가 강행됐고, 소년체전 한달전 개통됐습니다.

이게 제주 해안도로의 시작이었습니다.

용담해안도로 개통 직후 모습. 해안도로 주변으로 들어선 건물이 거의 없었다. (제주건설사, 김중근)


용담 해안도로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자, 1989년 제주 해안을 연결하는 231Km의 해안도로 건설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해안 자연 경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농어촌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다는게 목적이었습니다.

처음 계획엔 해안을 매립하거나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해안도로를 만들기로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택과 토지 보상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이때문에 해안도로 상당 구간이 공유수면을 매립하거나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건설됐습니다.

조간대 위로 해안도로가 생기면서 마을안까지 연결돼 있던 바다길이 끊기고 매립되면서 옛 마을 풍경이 사라졌다.


현재 제주에 만들어진 해안도로는 29개 노선에 154km.

일부 구간을 빼고, 제주 해안 한바퀴가 해안도로로 연결된 셈입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펜션과 음식점,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관광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해안도로를 내달리는 관광객들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 환경 가치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시기에 우후죽순 만들어진 해안도로는 많은 부작용도 낳고 있습니다.

해안도도 곳곳에서 심각한 난개발이 진행됐습니다.

해안 절경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해안도로가 오히려 제주의 해안 풍광을 파괴시켜 버린 겁니다.

게다가 무리하게 해안도로를 개설하면서 해안 생태계가 훼손된 곳이 수두룩 합니다.

썰물 때만 들어나는 조간대 위로 해안도로가 개설되면서, 말그대로 해안 식생이 죽어 버린 지역이 상당숩니다.

용천수가 쏟아나던 물길을 막아버려 사라져 버린 용천수도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제주만의 독특한 풍습을 간직한 여러 포구가 해안 도로 개설과정에 사라졌습니다.

해안도로가 개설되면서 포구 일부가 매립되고, '우주물'로 불리는 용천수는 말라 버렸다.


제주의 토속 신앙을 지켜오던 신당들도 없어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제주만의 만날 수 있었던 관광콘텐츠가 해안도로 파묻혀 사라져 버린 겁니다.

군부 독재시절,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며 만든 해안도로가 지금에 와선 제주 해안이 간직해 오던 절경과 그 속에서 살아온 제주인들의 흔적마저 파괴시켜 버린 꼴이 돼 버렸습니다.

JIBS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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