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 실패했지만 파국은 피해···‘이상민 거취’ 뇌관은 그대로

정대연·윤승민 기자 2022. 12. 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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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2일 본회의를 열지 못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인한 예산국회 파행을 우려해 예정했던 본회의를 이틀째 열지 않았다. 대신 오는 8일과 9일 본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여야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을 목표로 예산안 합의를 시도한다.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한 뒤 낸 입장문에서 “이번에도 정기국회 내에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8일, 9일 양일 간 본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여야가 ‘정치 현안’을 가지고 대결 구도를 이어가면 예산안 처리가 어렵다”며 “양당 원내대표와 정부에 예산안 처리 일정을 최우선으로 합의해 줄 것을 지속해서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치 현안’이란 이 장관 거취를 둘러싼 여야 갈등을 뜻한다. 김 의장은 ‘정치 현안’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 마련을 위해 조정·중재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소집 요구를 김 의장이 거부하면서 당장의 정국 파행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애초 1일 본회의에 해임건의안을 보고하고, 이날 본회의에서 이를 의결하는 게 목표였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 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보이콧과 예산안 처리 파행을 경고했다. 김 의장이 1·2일 모두 본회의 소집을 하지 않고, 8·9일로 본회의 날짜를 못박으면서 여야는 1주일의 협상시간을 벌었다.

김 의장 방침에 국민의힘은 안도를, 민주당은 불만을 나타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느닷없이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상정 처리를 들고 나온 것은 국정조사 합의를 고의로 파기하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선 불복과 책략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 폐회일 이전에 반드시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끝내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한 의장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미 물러났어야 하는 장관 한 명을 지키고자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마저 어기고 기약 없이 멈춰선다면 국민 상식에 부합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해임건의안이라는 예산정국 최대 갈등요소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여야는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간사를 중심으로 예산안 이견 조율에 우선 주력할 수 있게 됐다. 주호영·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김 의장 주재로 두 차례 만났고, 예결위 간사인 이철규 국민의힘·박정 민주당 의원도 협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뇌관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어서 정기국회 내 예산안 타결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국정조사→이 장관 거취 결정 순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8·9일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함께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 처리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여당 반발로 국정조사가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오는 6일이나 7일 의원총회를 열고 예산안 및 이 장관 인사 조치 국면 대응책을 추가로 논의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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