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데드 포인트'를 이겨낸 음대 지망생 : 트레이너 김수정의 이야기

반재민 2022. 12. 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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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음대 지망생이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후 그는 쇠를 들며 사람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헬스 트레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피아노와 헬스트레이너, 서로 쉽게는 이어지지는 않는 단어다. 13년 동안 많은 풍파를 겪으며 트레이너로 성장한 음대 지망생 김수정의 이야기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있다. 바로 '데드 포인트' 달리기를 한 후 어느 시점이 지나면 호흡이 곤란하고, 가슴에 압박감을 느끼는 시점이 데드 포인트, 바로 사점이다. 이 포인트가 오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달리기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 순간을 견딘다면 세컨드 윈드(Second Wind)가 온다. 이 시점에는 달리기가 힘들지 않고 오히려 즐겁기까지 하다. 이 데드포인트를 빨리 넘고 세컨드 윈드를 빨리 맞이하는 것이 달리기 선수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물론 인생에서도 데드 포인트와 세컨드 윈드가 존재한다. 김수정 트레이너 역시 그랬다. 학교를 자퇴했을 때부터 트레이너에 도전했던 순간, 그리고 선수를 준비하며 크나큰 슬럼프에 빠졌던 시기가 바로 김수정의 데드 포인트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순간, 그에게 들어온 것은 운동이었다. 운동만이 그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었고, 김수정은 데드 포인트를 이겨내고 인생의 세컨드 윈드를 맞이하고 있다.

13년의 시간, 데드 포인트였던 그의 트레이너 인생과 세컨드 윈드를 맞이하고 있는 그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몬스터짐 카메라는 김수정 트레이너를 만나기 위해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탭핏 청담점을 찾아갔다.


탭핏 청담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수정 트레이너

프리랜서 트레이너로 일하다 새로이 오픈 한 탭핏 청담점에 둥지를 튼 김수정, 피아노를 치던 그는 왜 갑자기 중량을 치게 되었을까? 그가 처음 바벨을 잡았던 때를 물어보았다.

"제가 원래 음대를 가기위해 피아노를 어렸을 때부터 쳤었는데 고등학교 때 그만두게 되면서 뭘 해야 되는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 때 무작정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서 헬스장을 찾았다가 운동이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종일 센터에서 운동을 했었어요. 운동을 너무 잘 하고 또 좋아하니깐 헬스장 관장님이 저에게 운동 한번 배워보고 일을 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여쭤보셔서 그거를 계기로 운동을 시작하기 됐습니다."

음대 지망생에서 갑자기 시작하게 된 트레이너의 삶,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직업의 만족도는 다르다. 김수정 역시 운동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한 트레이너, 게다가 내성적인 그의 성격과 회원들과 소통해야 하는 트레이너라는 직업은 상극과도 마찬가지였고, 자신을 트레이너의 길로 이끌었던 헬스장 관장은 호랑이가 되어 있었다. 그의 트레이너 인생에 있어서 첫 데드 포인트가 찾아온 것이었다. 김수정은 13년전 자신을 이렇게 회상한다.

"화장실에 가서 혼자 울기도 하고 아침 여섯 시에 출근해서 밤 열두 시. 한 시. 두 시 이렇게 퇴근하는 게 기본이었던 것 같아요. 대형 센터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잡무도 많았었고 또 회원님들이 워낙 많은 센터였어서 제가 관리 해야 되는 부분도 많았었는데, 그때 선배님들이나 관장님께서 많이 알려주신 부분들이 지금까지 일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렇게 김수정은 트레이너가 되었다. 연차가 쌓이며 회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자연스러워졌고, 돈을 벌며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까지 만들게 되었다. 운동을 하면서 그는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모든 선수들의 꿈인 올림피아 무대에 나서는 비키니 선수가 되는 것이 그에겐 꿈이자 목표였다. 중소 대회부터 꾸준히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고, 떄론 입상도 하면서 점점 올림피아의 문턱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하지만, 김수정의 두 번째 데드 포인트는 소리소문 없이 찾아왔다. 

초반 성적이 잘 나오기 시작하면서 점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생활을 하다 돌아온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올림피아를 향해 박차를 가했다. 대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알았기 때문에 단점을 지우는 것에 초점을 두고 스퍼트를 끌어올리며 빠르게 몸을 만들어나갔다. 다이어트 역시 기존보다 더욱 엄격하게 진행했다. 하지만, 그 노력이 자신의 건강을 좀먹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가 다른 
선수들보다 골격이 좀 있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같은 체중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특히 제가 좋아했던 프로 선수가 자넷 라유였어요. 그 선수의 키가 저보다 한 1~2cm 정도 컸었는데 시합체중이 3~4kg 정도 더 적게 나갔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한번 자넷 라유와 비슷하게 체중을 맞춰서 나가보자 생각했었고 몸 모양보다는 체중에 맞춰서 다이어트를 진행해서 시합을 나갔었는데 그게 많이 무리가 됐던 거 같아요"

결국 무리한 다이어트는 화근을 불렀다. 그에게 섭식장애가 찾아왔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생기면서 몸을 만들기는 커녕 대학병원에 들락거리는 날이 더 많았다. 그의 두 번쨰 데드 포인트였다. 여러가지 검사를 받고 약을 처방 받았지만 그의 몸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몸을 만들 수도 없었고 선수로서 무대에 설 수도 없었다. 이해하기 힘든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
처음에는 몸이 왜 이렇게 안 좋은지 사실 이해를 할 수가 없었어요. 워낙 건강 했었고 운동도 많이 강도도 높게 하는 편이었는데, 그 이후에 운동 강도도 그렇게 나오지 않고 몸이 너무 쉽게 지치고 또 소화기능에 좋지 않다 보니까 사람들을 만나서 식사를 하는 것 자체가 좀 어려웠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그는 스스로 이겨내려고 했다. 트레이너로서 식단이나 운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프로페셔널 하지 못하다는 자기 반성도 있었다. 결국 회복의 골든타임을 한참 지나면서 그는 점점 더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결국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SOS를 요청했다. 이렇게 있다가는 남아있는 건강마저 해치게 될 생각에 내린 결론이었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는 운동 강도를 약하게 하고 식단도 체계적으로 짜라는 조언이었다. 그 조언을 김수정은 받아들였다. 일상 속에서 자신의 습관을 개선하는 데 2년의 시간을 썼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계획적으로 짜고 운동 시간도 정했다. 강박에 가까운 계획이었다.

그렇게 규칙적으로 활동하니 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데드 포인트를 벗어나는 방법은 주변인의 조언에 있었던 것이었다. 본인 역시 "일찍 조언을 구했다면 슬럼프를 빨리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주변인의 조언을 듣고 1년 후 그의 몸은 어느정도 정상 궤도에 올랐다. 이제 그는 건강한 몸을 갖고 열심히 트레이너 일에 열중하고 있다. 새로운 보금자리, 새로운 크루들과 일하면서 김수정은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회원님들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자신의 티칭에 담고 있다.

"어려웠던 시절들을 좀 느끼면서 "아 내가 몸이 안 좋은 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식습관이나 평소 생활습관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부작용들이 있었구나" 생각을 했고, 고치려고 노력을 했어요. 근데 저 뿐만 아니라 회원님들 중에도 저와 비슷한 분들이 많아요. 규칙적이지 않고 또 다이어트를 계속 반복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부작용들을 좀 개선을 하는데 있어서 그런 경험들이 많이 좀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인생에 있어 두 번의 데드 포인트를 넘은 그는 세차게 불어올 세컨드 윈드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트레이너와 선수를 모두 준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탭핏을 지휘하는 정호중 대표가 있기에, 그리고 '선생님과 운동한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라고 이야기하며 꾸준히 그에게 트레이닝을 받는 회원들이 있기에 그는 조금 더 활기차기 세컨드 윈드를 즐기고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높은 고갯길을 넘은 김수정 트레이너가 생각하는 트레이너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트레이너를 운동을 단순히 가르치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은 운동을 가르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어떤 한 사람의 인생에 한 파트로 또 깊게 같이 함께 관여하면서 전반적인 생활을 함께해 나가는 게 트레이너에 몫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운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가 없어도 혼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운동 방법이나 식습관을 좀 고칠 수 있도록 도와 드리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맞춰서 따라와 주시고 또 본인이 느끼기에 개선이 되었다고 생각하실 만큼 노력도 해 주시는 분들, 또 그렇게 믿고 따라와 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레이너 생활을 하며 얻은 두 번의 데드 포인트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시련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김수정은 그 것을 자양분 삼아 성장했고, 이제 그는 13년차 트레이너로서 회원들을 가르치는 베테랑 트레이너가 되었다. 어려움을 겪고 트레이너와 선수 생활, 두 마리 토끼를 꿈꾸는 그, 과연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끝에 올림피아라는 결승점이 보일 수 있을까? 그의 앞으로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글 = 반재민
사진, 영상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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