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권 왜 보고만 있냐"…또 김여정 하명대로? [한기호의 정치박박]

한기호 입력 2022. 12. 2. 16:12 수정 2022. 12. 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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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여정 하명 논란 부른 대북전단금지법 광기
"尹정권 왜 그대로…" 담화 이후도 닮아간다
정권퇴진 촛불단체들의 "대북적대 중단" 주장
'국민 볼모' 총파업에 '자유민주 거부' 교사들까지
예산파업하며 거드는 巨野까지…체제전쟁 방불
지난 11월26일 오후 서울 태평로 숭례문 일대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북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9일째를 맞은 2일 오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김여정 하명(下命)법'이란 말이 있다. 2021년 3월부터 대(對)북한 전단살포를 금지한 2020년말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을 가리킨다. 김여정(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북한 3대(代)째 독재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다. 2020년 5월31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경기도 접경지역에서 전단 50만장 등을 북한으로 날려보내자, 나흘 만에 김여정이 이를 중단시키라는 담화를 내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발빠르게 이행하니 '명을 받들었다'는 비판을 샀다. 지탄에 가까운 국제사회 여론에도 아랑곳 않았다.

2020년 6월4일 김여정은 담화에서 탈북민 출신 북한민주화 활동가의 전단살포를 "표현의 자유로 방치"하지 말라며 '응분의 조처'를 종용했다. 불이행 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로 이어진다고 겁박했다. 현재는 다른 이유로 연락사무소는 북한군이 일방 폭파하고 군사합의는 숱한 도발과 핵무력 공갈 속 파묻힌 지 오래다. 그러나 당시 김여정 담화 직후 더불어민주당 진영이 대북전단금지법을 발의해 연말 본회의 단독처리까지 강행했다.

2020년 입법 전부터도 통일부는 물자 불법반출 혐의를 씌운 고발로, 경찰은 즉각 구속수사 시도로, 한 유력 방송사는 자택으로 몰려가 부딪히더니 폭행혐의자를 만들어내는 식으로 '북측의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다'는 대북활동가를 국가적 죄인으로 몰았다. 이듬해 5월에도 박상학 대표가 대북전단을 날려보냈다는 '주장'이 돌던 가운데 김여정이 "탈북자놈들의 무분별한 망동을 또다시 방치"했다고 다그치자 문재인 정부의 경찰청장이 "엄정 처리" 지시로 받들 듯 했다. 멀지 않은 과거의 부끄러운 '집단 광기'다.

최근에도 김여정은 우리나라를 향해 '불'을 뿜었다. 정권교체 이후 대남 '막말 담화'가 잦아졌는데, 지난달 24일 담화에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천치바보"라며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고 해 놀라게 했다. 다만 앞서의 '서울 불바다' 위협 수위를 넘어서진 않았다. '북핵이 동족을 겨누지 않는다'던 친북(親北)진영의 거짓말이 드러난 계기로도 볼 만하다. 그러나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내뱉은 부분은 심상찮다.

김여정 하명 정국이 재래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촛불'을 내세운 진보진영은 대통령 임기 내 하야·탄핵을 의미할 수밖에 없는 '정권 퇴진' 집회를 새 정부 출범 고작 석달 뒤(지난 8월) 개시한 바 있다. 9월부턴 제1야당이 동참하고, 중·고등학생 동원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10·29 이태원 압사 참사까지 기회 삼은 듯 '유가족' '책임자 처벌' 키워드를 앞세운 도심 집회 세(勢)과시도 반복했다. 11월26일 집회에선 '노동자' '자주' '민중' '진보' 표방 단체들이 대북적대 중단, 한미동맹 폐기 등을 외쳐 위화감과 기시감을 불렀다.

민주노총 산하조직 총파업도 마찬가지다. 화물연대본부가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며 11월24일 0시부터 집단운송거부로 총대를 멨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도 퇴진시위 대열에 섰던 이들이다. 9일째에 경제 손실은 조 단위, 품절 주유소는 50곳에 육박한다. 쇠구슬을 쏴 비(非)조합원 차량을 부수는 폭력도 일어났다. 영구화하라는 '안전운임제'의 취지도 안전 실적과 '단체 가입비' 포함 정황 등으로 의심받고 있다. '화물노동자 파업'을 자칭하지만 업무개시명령엔 '개인사업자' 지위를 피력하니, 결국은 정치적 계급투쟁아닌가.

화물연대와 같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14개 조직이 일제히 깃발을 들었단 점에서도 그렇다. 교육공무직본부는 77조원을 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약 3조원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전입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학지원 방안에 반발해 학교 아이들 급식에 차질을 빚게 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하루 파업 후, 철도노조는 파업 개시 직전 노사협상 타결로 안도의 한숨을 쉬게했지만, 언제든 '시민의 발'을 멈춰세울 수 있다는 위력행사에 대한 불안과 '대체인력 투입 군인 협박' 논란은 민심에 오래 각인될 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교조의 연대단체로 알려진 전국역사교사모임(전역모)은 11월28일 소속 교사 1091명 성명으로 '2022년 개정 교육과정' 교육부 행정예고에 집단 반발했다. 고교 한국사·중학교 역사 성취기준과 그 해설에 '민주주의'대신 '자유민주주의'가, 또 헌법 전문(前文)에도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이 사용된 것을 문제삼았다. "교육의 정치화"라 성토한 전역모는 문재인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뺀 2020학년도 집필기준을 낼 땐 이명박 정부 시절로부터의 "교과서 정상화"라고 반겼다. 과연 누가 정치적인가.

화룡점정은 거대 제1야당이다. 민주당은 11월23일 국민의힘으로부터 선(先) 예산안 처리를 전제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를 받아냈는데,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요구를 꺼냈다. 24일 김여정 담화, 총파업 대응 컨트롤타워에 행안부 장관이 합류한 게 변수라도 된 것일까. 진상규명 이전 장관직부터 내놓으라니 여당의 반발은 예상 범위 내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 탄핵소추 예고까지 하며 국조·예산합의를 흔들고 이달 2일까지 본회의 개의를 놓고 여당과 옥신각신했다.

'국조 파업'이라도 벌이는가 했더니, 법정 처리시한도 무시한 '예산 파업'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심사 과정에서도 이미 끝난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예산 칼질에 여념이 없고, 여당 대선공약인 분양주택 예산 1조1300억원을 없애면서 '내집'이 될 수 없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6조5000억원이나 늘렸다. 이런 '코드 예산'엔 조 단위로 흥청망청이면서, 법무부·검찰 소관 예산 2200억이나 깎겠다며 '현미경'을 들이댔다. 이태원 참사 때도 '마약 수사 때리기'에 집착하더니, 마약 수사 예산 "전액 감액" 엄포마저 놨다.

국민 후생과 상식선이 안중에 없다. 더탐사·민들레의 '이태원 희생자 명단 무단공개'로 뭇매를 맞던 민주당은 국회 앞에 "유족명단 은폐"로 시작하는 이 장관 파면 요구 현수막을 걸어놨고, 원내에선 민주노총을 비호하며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법 단독심의에 들어갔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다툼도 결국 정권 바뀐 뒤 여당 영향력을 줄이고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등에 유리한 이사진을 짜는 야당 법안을 둘러싼 공성전이다. 시대관 차이마저 느껴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1월28일 광주·전남 지역 가뭄을 화두로 "과거 왕조 시대에도 기근이 발생하면 왕이 책임을 졌다"면서 '기우제'를 예로 들더니, 이태원 참사 정부 책임론으로 연결지었다. 협치 문제, 대선 불복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서로 이질적인 체제가 충돌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투쟁과 정치를 하고 있나.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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