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맛' 미식가, 비구니와 연애한 양반…그 시절 한양 사람들

김예나 2022. 12. 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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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음식을 거론하며 솔직한 생각을 밝힌 '식도락가'의 글이다.

저자는 음식을 다룬 글을 쓴 여러 문인들을 언급하며 "먹을 것을 탐식하는 과정을 시시콜콜 글로 남기는 문사가 문단을 주도하는 세상이 됐다. 맛을 대하는 새로운 세대가 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흐름에 앞장섰던 심노숭은 서울 음식을 맛의 기준으로 삼아 다른 지역 음식은 '나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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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자 안대회 교수가 쓴 '한양의 도시인'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먹을 것 가운데 메밀면 음식을 가장 즐긴다", "지금쯤 서울 시장에서 파는 어리굴젓은 즐기는 음식이라 늘 생각이 간절하다"….

여러 음식을 거론하며 솔직한 생각을 밝힌 '식도락가'의 글이다.

부엌을 멀리해야 한다는 옛 규범도 잘 알았지만, 그는 사대부 문화에서도 음식의 유혹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조선시대 문인 심노숭(1762∼1837)의 이야기다.

최근 나온 '한양의 도시인'은 우리가 알고 있던 조선을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책이다.

한문학자인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옛 문헌과 한시 등에서 몇 줄로 나와 있는 조선 후기 사회를 '욕망', '사랑', 취향' 등의 키워드로 깊숙이 들여다본다.

지금은 '먹방'(먹는 방송), 맛집 탐방 등이 일상화된 시대지만 더 맛있는 음식을 향한 욕망은 오랫동안 금기시됐다. 일상 기록이나 시문에 음식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쓰지도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가 감지된 것은 18세기 들어서다.

저자는 음식을 다룬 글을 쓴 여러 문인들을 언급하며 "먹을 것을 탐식하는 과정을 시시콜콜 글로 남기는 문사가 문단을 주도하는 세상이 됐다. 맛을 대하는 새로운 세대가 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흐름에 앞장섰던 심노숭은 서울 음식을 맛의 기준으로 삼아 다른 지역 음식은 '나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선 후기 모습을 담은 풍속도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책은 젊은 도시 남녀의 욕망이 표출된 시기 또한 18세기였다고 짚는다.

조선 사회의 관습과 전통은 남녀의 자유로운 연애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18세기 서울에서 크게 유행했던 가사 '승가'(僧歌)에는 금지된 연애를 다룬 내용이 나온다.

가사는 서울 명문 사대부 집안의 남성인 남휘와 한 여승이 주고받은 것인데, 1690년대에 지어진 뒤 순식간에 서울은 물론, 전국으로 퍼져 '애정 가사'의 대표작이 됐다.

문무를 겸비하고 호방한 기질을 보였다던 남휘가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고사리 삽주 나물 맛이 좋다 하거니와 / 염통산적 양볶이와 어느 것이 나을 손가 / 모밀잔의 비단끈을 종요롭다 하거니와 / 원앙침 호접몽이 어느 것이 좋을손가."

절에서 먹는 푸성귀도 맛이 좋기야 하겠지만 고기 요리만 하겠냐는 의미다. 대부업으로 큰돈을 벌었던 남휘는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인 유혹으로 마음을 얻으려 한 셈이다.

책에서 다룬 경제적인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과거 조선에서는 소비, 그중에서도 사치스러운 소비는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인식이 팽배했으나 조선 후기 들어서는 소비 또한 '정당한 행위'로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학동네. 220쪽.

책 표지 이미지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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