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결의안 '통과' 절차 흠결 지적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

김삼웅 입력 2022. 12. 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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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 50] 노무현은 재임 중이나 퇴임 뒤에도 당당하고 떳떳하고 싶었다

[김삼웅 기자]

 
노무현이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되면서 수구 기득권층에서는 크게 불안해하는 분위기였다. 이것은 5년 전 여론조사에서 김대중이 이회창을 앞지를 때와도 비슷한 현상이었다. 여야 대선 후보가 보혁(保革) 구도로 가게 되고, 그가 당선될 경우 급격한 혁신정치를 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었다. 노무현은 이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수구보수세력의 노무현 제거 공작은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5월 14일, 헌법재판소 재판장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 주심재판관 주선희, 재판관 전효숙, 재판관 이상경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위법행위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대통령 탄핵을 정당화할만큼 중대한 범법 행위는 없다는 논리였다. 

한승헌은 3월 중순 문재인 청와대 정무수석(뒤에 비서실장)으로부터 변론을 맡아 줄 것을 요청받고,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이유를 들어 사양하다가 법조계 원로들이 참여해주었으면 도움이 되겠다는 말을 듣고 참여를 결심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사건 심리에 대비하여 대통령 측은 12명의 변호사(유현석, 한승헌, 하경철, 이용훈, 이종왕, 박시환, 양삼승, 강보현, 조대현, 윤용섭, 김덕현, 문재인)로 대리인단을 구성하였다. 서초동 법원 청사 근처에 임시 사무실을 내고, 수시로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고, 현재에 낼 서면을 작성하였는데, 여기에는 노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생인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노고를 다했다. (주석 3)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18년 집권 끝에 부하의 손에 암살당하고, 전두환과 노태우는 쿠데타로 집권하고 천문학적 비리를 자행했다가 퇴임 후에 구속되었다. 이와 같이 불행한 정치사를 지켜 보아온 노무현은 재임 중이나 퇴임 뒤에도 당당하고 떳떳하고 싶었다.

헌재의 대리인단 간사로서 실무적 역할과 함께 홍보 역할까지 맡았던 문재인은 당시 대리인단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역할 분담을 했다. 유현석 변호사께서 좌장역할을 맡았다. 한승헌 변호사가 총괄을 자임했다. 나머지 분들은 논점별로 분야를 나눠맡았다. 어떤 분야는 이용훈 변호사, 또 어떤 분야는 박시환 변호사 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나눠 맡은 논점별로 연구도 발제도 서면도 직접 작성했다.

법정변론도 분담했다. 재판 때마다 발언할 대리인의 수와 순서, 발언할 내용,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대응 등 세부적 부분까지 모두 논의해 재판에 임했다.

민변에서도 가장 실력있고 꼼꼼하기로 발군의 평가를 받는다는 조용환, 백승헌 두 변호사는 대리인으로 나서지 않는 대신 법리적 연구와 실무적 뒷받침을 헌신적으로 해줬다. 두 분은 대리인답게 본격 가동되기 전 초기에, 탄핵재판제도에 대한 연구와 함께 우리쪽 법적대응의 뼈대를 세워줬다. 김선수 변호사도 함께 도왔다. 그들은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대리인으로 전면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석 4)

한승헌은 홈런을 날렸다.

나는 탄핵결의안의 내용 이전에 그 '통과' 절차에 결정적 흠이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날의 국회의사록에 의하면, 11시 22분에 박관용 의장이 "개의를 선언합니다. 의사일정 제1항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합니다. 조순형 의원이 나올 제안 설명은 유인물로 대체합니다. 무기명 투표를 실시합니다." 이 네 마디를 눈 깜짝할 사이에 끝냈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사상 초유의 탄핵결의안의 처리에 질의응답과 토론조차 전혀 없었다. 이것은 절차 상의 흠이 아니라 아예 '무절차'였다. (주석 5)

주석
3> <자서전>, 349쪽.
4> 문재인, <문재인의 운명>, 296~297쪽.
5> <자서전>,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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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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