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돼지·소고기 좋아하는 젊은층, 5년새 대장암 2배 늘었다

이병문 선임기자(leemoon@mk.co.kr) 2022. 12. 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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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소화 돕는 담즙산, 대장점막 손상해 용종 발생하고 암으로 진행 위험
우리나라 암 발생률 4위, 초기에 증상없어 진단땐 이미 진행된 경우 많아
원광대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원철 교수, 대장암 진단·치료, 예방법 조언

대장암 발병의 위험 요인은 식생활, 비만, 염증성 장질환, 유전, 음주, 흡연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식생활은 대장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동물성 지방,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이나 돼지고기와 소고기 같은 붉은 고기, 소세지나 햄 등의 육가공품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확인된 바 있다. 육식을 많이 하게 되면 대장에서 변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변에 있는 담즙산이 장 위의 점액코트를 손상시키고, 이는 장에 상처를 내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용종이 생기고 용종은 바로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서도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50세 미만의 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조기 진단에 따른 초기 암 발병률 상승과 함께 유년기 및 젊은 성인기에 암을 일으키는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비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장암 환자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하에서 대장암 발병률은 2014년 전체 11%에서 2019년 약 20%(19.4%)로 5년새 약 두 배나 늘었다.

원광대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원철 교수는 “대장암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대장암의 주된 증상은 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변 보는 횟수가 바뀌는 등 배변 습관의 변화와 설사, 변비 또는 혈변, 복부 불편감 등이다”라며 “이런 증상이 있을 때는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원철 교수의 도움을 받아 대장암 진단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질의응답(Q&A)으로 풀어봤다.

- 대장암은 어떻게 진단하나.

▶ 일부 대장암은 직장의 수지(手指)검사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40세 이후에는 매년 1회 직장수지검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한 진단법은 대장 전체의 관찰이 가능하고 조직검사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대장내시경이다. 대장내시경은 대장용종 발견에 민감해 발견된 용종을 즉시 제거할 수 있다. 대장암이 의심되는 경우 생검 및 병리조직검사를 검토하고, 흉부·복부·골반 CT 검사로 암의 진행 정도를 파악한다. PET CT 스캔은 초기에는 필요하지 않으나 진행성일 경우에는 시행할 수 있다.

- 대장암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 대장암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종양 크기가 아니라 종양이 조직을 얼마나 침투했느냐 하는 것이다. 대개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를 적절히 병행하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장암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대장암 수술은 종양을 중심으로 종양과 충분히 떨어진 곳까지 대장을 절제하고, 림프절도 광범위하게 절제한다. 절제 가능한 비전이성 결장암의 경우 국소 림프절을 일괄적으로 제거하는 결장절제술을 시행한다. 결장절제술 범위는 종양위치를 기반으로 하여 장 부분과 국소 림프절이 포함된 동맥 연속활을 절제하고 병리학적 검사를 위해 최소 12개의 림프절을 검사한다. 또한 2기 이상의 직장암 및 수술이 불가능한 비전이성 T4 결장암의 경우 플루오로피리미딘 기반 화학 요법과 함께 수술 전 보조 방사선 요법을 시행한다.

개복 없이 복강경으로도 수술이 가능하다. 복강경수술은 복강경용 카메라와 복강경수술용 기구들이 들어갈 작은 구멍을 내어 수술한다.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도 빨라서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최소 침습적 접근 방식은 외과의사가 복강경 보조 대장수술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경우 고려될 수 있고, 일반적으로 국소 진행성 암 또는 급성 장폐색, 암 천공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항암화학요법은 환자의 전신상태와 연령, 동반질환에 따라 항암제의 종류와 가짓수를 선택하게 된다. 수술 후에 진행되는 보조 화학요법은 3기 환자에게 권장되며 일부 고위험 2기 환자에게도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병리학적 병기 및 재발 위험에 따라 수술적 절제를 고려하거나 수술 전 후 전신 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 대장암 치료에 쓰이는 표적 치료제는 어떤 약제인가.

▶ 모든 고형암의 암 세포는 혈액을 통해 성장한다. 이 때 새로운 혈관을 생성해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표적치료제는 이러한 암 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신생 혈관 생성을 억제해 기존 암 세포의 혈관을 퇴화시키고 암 세포의 성장을 조절한다. 대표적으로 대장암 치료에 사용되는 베바시주맙은 최초의 표적치료제로, 그 동안 항암 치료의 난제로 꼽혀왔던 대장암(전이성 직결장암)에서 20년 전과 비교해 2배에 달하는 생존율 개선을 이뤄낸 약제다. 수십년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암 치료에 쓰이며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약 15년 전 한국에 도입되어 지금까지 많은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이러한 표적 치료는 면역요법 및 다른 화학 요법과 병용하거나 단독으로 사용하며 대장암 치료 환경에서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 실생활에서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것이다. 국가 지침에 따라 모든 연령 및 성별에 적합한 암 검진을 받는다. 증상이 없는 저위험군인 경우, 45세 이후부터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식생활은 채식중심의 건강한 식단을 이용하며 금주하거나 섭취하는 술의 양을 줄인다. 여성은 하루 1잔, 남성은 2잔 이하이다. 또한 거의 매일 중간 강도의 신체 활동을 최소 30분 이상 실천하며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흡연을 한다면 금연을 위한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대장암을 진단받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해주고자 하는 조언이 있다면.

▶ 암환자의 상당수는 체중 감소를 동반하거나 식욕 부진에 의한 영양 결핍에 시달린다. 이는 환자의 생존율을 낮추는 중요한 예후인자로 알려져 있다. 암환자의 체내에선 항암제 지원을 받은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항암치료는 암환자라면 누구나 겪는 힘든 과정으로 탈모, 피부이상, 구토 등 각종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렇듯 독한 항암치료에 맞서 몸이 견뎌내기 위해서는 환자 몸에 충분한 영양이 보충되고,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양질의 식단관리를 통해 체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환자가 제대로 영양을 보충하지 못해 체력 부진을 겪는다. 이에 따른 암환자의 체중감소는 심각한 문제이며 약 15%의 암환자가 심각한 체중 감소를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환자 중 상당수가 악액질 즉, 암 등 질환 말기에서 볼 수 있는 전신쇠약증세로 인해 사망한다. 잘 먹는 환자들이 독한 항암치료도 잘 견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도 많다.

식도암이나 구강암, 폐암 등에서 영양상태가 좋은 환자들의 생존율이 그렇지 못한 환자보다 최대 40%까지 높았다. 환자들 중에서는 잘 먹지 않아 체력이 고갈돼 항암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 영양실조로 치료가 중단되면 암이 급속도로 증식하는데 무엇보다 의료진과 전문 영양사의 처방에 따라 식단을 관리하는 게 필수다. 결국 면역력을 높여야 암도 잘 치료할 수 있고 독한 항암제 치료의 부작용을 이겨낼 수 있다.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음식을 가리지 않고 제철 과일, 고기 등 음식을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어서 충분한 영양 공급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원광대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원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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