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골라 태우지 말걸" 줄지은 빈 택시…이번엔 승객이 사라졌다

박수현 기자, 김창현 기자, 김미루 기자, 김도엽 기자 2022. 12. 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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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밤 11시55분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빈 택시 50여대가 늘어서 교통 혼잡이 벌어지는 모습. /사진=김미루 기자

"오늘 도로에서 한 시간 기다렸어요. 인센티브 받으려고 했는데 콜을 받을 걸 그랬네요."

2일 오전 0시58분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택시 기사 김모씨(71)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작년에 종로에서 인센티브를 줄 때는 '택시 대란'이라 승객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인택시 부제가 해제돼 택시는 많은데 승객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심야 할증이 확대된 첫날 '택시 승차난'이 사라졌다. 택시부제 해제와 심야 할증 확대로 요금이 대폭 오르면서 택시는 늘어난 반면 이용객은 줄어들어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데다 택시요금 부담 때문에 이용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시가 연말 승차난 해소를 위해 설치한 임시 승차대엔 '인센티브'를 받으러 나온 빈 택시가 길게 줄을 섰다.연말 대목을 기대하고 도로로 나온 택시 기사들은 승객이 없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0시57분쯤 종로에서 만난 택시 기사 김모씨(71)는 "오늘 도로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임시 승차대에서 기다렸는데 차라리 콜 뜰 때 승객을 태울 걸 그랬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2시25분쯤 종로구 젊음의거리 인근에 정차해 있던 택시 기사 김모씨(57)도 "진작에 콜을 골라잡지 않았더라면 택시 타는 사람이 있었을 텐데"라며 "오늘 콜도 없고 택시 타려는 승객도 거의 없다"고 했다. 자정을 넘어가자 젊음의 거리에서는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2일 오전 12시25분쯤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설치된 택시 임시승차대에 빈 택시가 늘어서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전날(1일)부터 택시 기사 심야 할증 확대와 함께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됐다. 심야 할증은 이전보다 2시간 앞당겨진 밤 10시부터 시작돼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적용된다. 할증률은 밤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 40%, 나머지 시간에는 20%로 적용된다.

서울시는 연말 승차난 해소를 위해 전날부터 오는 23일까지 매주 목·금요일 밤 11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30분까지 임시 승차대도 운영한다. 이곳에서 승객을 태운 택시 기사에게는 건당 최대 1만5000원이 지급된다.

이날 자정이 넘어가자 강남역·종각역·홍대입구역 인근의 임시 승차대엔 빈 택시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택시 기사들은 인센티브의 영향으로 택시 수가 늘어났다고 했다. 16년간 택시를 운행했다는 권모씨(77)는 "평소 목요일 밤에는 택시가 적어 승차난이 있다"며 "오늘은 인센티브 때문에 기사들이 많이 나와서 택시가 많이 보인다"고 했다.

여기에 지난달 10일부터 개인택시 부제가 전면 해제되며 택시 수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택시 기사 김씨(71)는 "원래 개인택시는 이틀 일하면 하루를 쉬는 3부제가 있었는데 서울에서 지난 10일부터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하면서 일하고 싶은 대로 일할 수 있게 됐다"며 "도로에 택시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1일 밤 11시부터 2일 오전 2시까지 시내에서 운행된 택시는 2만3649대다. 하루 전인 11월 30일 같은 시간에 1만9945대가 운행하던 것과 비교하면 18.6%(3704대) 늘었다.

택시 승차난이 사라지자 고급형 택시는 '승객난'을 겪는다는 푸념도 나왔다. 전날 밤 10시51분쯤 강남역 인근에 서 있던 블랙 택시 기사 정모씨(65)는 "요즘 블랙 택시들은 아주 죽을 지경"이라며 "경기가 나빠지며 승객이 줄어든데다 지난달 개인택시 부제가 해제되며 갈 곳을 잃었다. 오늘도 대학로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다가 강남역으로 왔다"고 했다.

지난 1일 밤 11시33분쯤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인근에 고급형 택시인 블랙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임시 승차대를 운영하는 관계자들은 택시 상황이 작년과 다르다고 했다. 지난해 연말엔 택시 잡기가 힘들어 새벽까지 기다리는 승객이 있었지만 올해는 빈 택시가 남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서울 주요 번화가 곳곳에 빈 택시가 많다고 한다"며 "심야 할증에다 날씨가 추우니 사람들이 안 나온 것 같다. 수요 예측에 잘못이 있었던 듯 하다"고 했다.

일부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승객이 줄어든 것이 요금 상승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봤다. 택시 기사 김모씨(66)는 "경험상 3개월 뒤면 다시 사람들이 택시 타기 어려워질 만큼 심야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도 "내년 2월에 기본요금 오르면 빈 택시가 늘어났다가 2~3개월 뒤에 승객이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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