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정치파업, 노사 법치주의로 대응해야 [쓴소리 곧은 소리]

이승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2. 12. 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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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응능력 시험하는 민주노총, 경기동부연합 출신 양경수 위원장이 지휘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과 타협 없다”는 선언 엄중히 지켜져야 노동개혁 가능

(시사저널=이승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이 주도하는 '화물연대' 강성 조합원들의 집단운송거부가 세상을 혼란에 빠트렸다. 금년이 가기 전에 여야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문제를 처리하면 될 일인데, 화물연대는 '파업' 프로그램에 따라, 경제에 파급효과가 막대한 물류 대란을 키웠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이익집단의 담합일 뿐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의 주력부대가 정부의 노사관계 대응능력을 시험대로 삼고 있는 듯하다.

이와 동시에 민주노총 전위대로서 서울교통공사(서울지하철)노조, 철도노조의 전면 파업 등 일련의 줄파업이 진행됐거나 예고되었다. 민주노총은 전국 동시 다발적인 '총파업' 팡파르를 울린 상태다. 때아닌 정치파업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주사파 계열인 경기동부연합 출신 강경파다. 양경수 위원장 체제의 민주노총은 내부의 선명성 투쟁과 외부적으로 한국노총과의 경쟁, 보수정권 등장에 따른 위기의식 등이 겹쳐 이번 총파업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노사 법치주의' 잣대로 "불법과 타협은 절대로 없다"고 천명했다. 노동계에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경제부총리도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지 않고 민생·물류·산업의 어려움을 방치한다면 경제위기 극복이 불가능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11월30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양경수 위원장(가운데)이 긴급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화물연대의 힘자랑

화물연대라는 단체는 사업주에 대해 지위가 열악한 근로자들이 모여 만든 노동법상의 노동조합이 아니다. 정당한 파업의 권리가 그들에겐 없다. 화물연대의 구성원은 화물 차주들인 자영업자다. 그들의 리그가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단체'이기에 시장경쟁 체제에서 노동자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그룹이다. 그런데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기치는 현실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집단이 아닌 화물연대를 앞세워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실례로 25톤 대형 화물 차량을 고속도로 위에, 중요한 길목에 방치해 버리면 '물류 대란'이 일어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정권이 교체되어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 것은 불법을 감수하고 벌이는 그들의 물리적 힘 때문이다.

국내외 복합위기 경제 상황과 허덕이는 민생고를 고려하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는 일파만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피부에 상처가 난 듯 산업계 곳곳이 파이고 충격을 받고 있다.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소보다 80% 이상 감소하고, 하루 시멘트 출하량(2만2000톤)이 평시보다 90% 줄어들었다고 한다. 대안은 물류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영구화) 대상 품목을 컨테이너, 시멘트뿐만 아니라 위험물, 철강 등 7개 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막무가내 주장을 내놓았다.

정부가 불법성을 피해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타협안은 '안전운임제의 3년 연장'뿐이었다. 이 또한 국회에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부칙'을 개정해야 한다. 반면 거대 야당은 자신들이 여당일 때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을 입법화하겠다고 발의했으니 국회의 국민 전체의 이익에 입각한 중재 기능을 포기하고 특정 이익집단과 일체화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지 궁금하다.

금년 5월에 출범한 새 정부도 말로만 '노동개혁'을 운운했다. 가시적인 성과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꾸려서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등의 대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하면, 정부는 관련 입법을 속히 추진하는 플랜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사사건건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반대하다 보니 실현 가능성이 희미하게 돼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국정과제를 추진할 동력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0% 정도에서 맴돌 뿐이다. 절대적 여소야대인 21대 국회의 지형에서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가 반영된 입법 통과는 처음부터 난공불락이었던 셈이다.

화물자동차의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고속도로에서 쪽잠을 자면서 정말 힘들게 일하는 화물차 운전사를 동행한 르포를 시청하면, 마음이 찡하고 짠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인가. 본질적으로 안전운임제는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한국 사회만의 독특한 규제이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를 상시 도입하게 되면 수출업체는 경쟁력을 잃고 산업 기반이 허약해진다. 차주와 운송업체의 일감이 줄어드는 건 불문가지다. 결국 화물연대는 불법적이고 경쟁력을 파괴하는 일방적 요구를 거둬들이고 차주·운송업체·화주와 상생할 합리적 방안을 타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업무개시명령,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제도

윤석열 정부가 부득불 화물연대에 내린 '첫' 업무개시명령은 아이러니하게도 18년 전인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그 당시 화물연대의 연이은 파업으로 철강과 시멘트 업계 등 산업계 전반에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그 이듬해 정부의 비상대응책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도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무회의에서 결정해 우선 대상 품목인 시멘트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차주) 2500명에게 업무복귀명령을 통지하면 된다. 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화물운송 종사 자격 정지(1차), 자격 취소(2차) 같은 가혹한 행정처분이 부과된다. 그들의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과징금과 고발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정부는 대화의 창문을 열어두면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 위기관리 능력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위반 행위에 법과 원칙대로 대처해야 한다. "불법과는 절대 타협 없다"는 대통령의 선포는 이번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야 한다. 화물연대의 사태 해결이 국가 백년지대계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 새 정부가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노사 법치의 '노동개혁'에 성공했다고 평가받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승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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