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Z플립4 20만원에 줄게, 엄마한텐 딱 몇 달만 비밀" [현장+]

조아라,김세린 입력 2022. 12. 2. 15:03 수정 2022. 12. 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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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노린 '불법보조금' 기승
'수능 대목' 노리는 휴대폰 유통업계
불법보조금 최고 70만원 지급 매장도
서울 시내 한 휴대폰 매장 앞에 홍보물이 있다. 사진=한경DB


"딱 몇 달만 엄마한테 비밀로 해요. 지금 당장 (갤럭시)Z플립4를 20만원대에 사갈 수 있으니 훨씬 이득이에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 A씨는 최근 '휴대폰 성지(聖地)'로 불리는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한 휴대폰 매장을 방문했다. 최대한 싸게 최신 스마트폰을 사려 발품을 팔았다.

삼성전자의 클램셸(조개껍데기) 형태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4를 찾자 매장 판매원은 "특별히 지원금을 주겠다"며 몇 달간 11만원대의 고가 요금제 사용 조건을 걸었다. 비싼 요금제를 써야 하는 조건에 망설이는 A씨에게 판매원은 결과적으로 이득이라며 거듭 이같이 권했다.

갤럭시Z플립4(256GB) 출고가는 135만3000원이다. 여기에 공시지원금 60만원을 주고, 판매원이 제시한 추가지원금 55만원을 더하면 실구매가는 2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현행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따르면 공시지원금에서 추가되는 금액은 이동통신사업자가 공시한 지원금의 15%를 넘어서면 안된다. 즉 추가지원금 55만원에서 9만원을 제외한 46만원은 '불법보조금'인 셈이다.

"갤Z플립4는 40만원, 아이폰14은 80만원에 구매가능"

용산전자상가 휴대폰매장 /김병언 기자 misaeon@20121224..

2일 한경닷컴 취재결과 신도림 등 휴대폰 집단상가에서는 최저 20만원대에서 최고 70만원에 달하는 불법보조금 살포 정황이 포착됐다.

일반적으로 11월 중순부터 연말까지의 기간은 수능을 마친 수험생 등 휴대폰 교체 수요가 높아지는 '대목'으로 통한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신도림의 판매점들은 '수능 특가' '최대 지원' 한정 수량' 등 홍보 문구를 내걸고 수험생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일부 매장 직원들은 지나가는 손님들을 향해 "우리가 제일 싸게 드릴 수 있다"거나 "지원금 받고 최저가로 사갈 수 있다"며 호객 행위를 하기도 했다.

대다수 매장 직원들은 "통신사를 이동하면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해 추가 할인을 해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제시한 지원금은 단통법에서 정한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 범위를 훌쩍 넘어 최고 70만원 지원금을 언급한 곳도 있었다.

서울 구로동 신도림테크노마트. 사진=한경DB


일반적으로 휴대폰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매달 요금 25% 감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공시지원금을 선택하면 스마트폰 가격에서 요금제별로 정해진 지원금을 받고 싸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데,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단통법은 추가지원금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십만원 규모의 불법보조금을 살포하는 등 '손님 쟁탈전'을 벌이고 있어 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공시지원금은 대개 휴대폰 제조사와 이통사가 함께 부담한다. 그런데 지원금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애플의 아이폰에도 적지 않은 불법보조금 정황이 드러났다. 휴대폰 매장에서 마주친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아이폰14를 구매하는데 매장에서 9만5000원짜리 5G 요금제와 부가서비스 3개를 3개월 유지하는 조건을 내걸고 추가로 40만원을 지원해주겠다고 말했다. 당장 80만원대에 최신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귀띔했다.

이동통신사의 아이폰14 기본모델(128GB) 출고가는 124만3000원. 공시지원금(16만9000원)과 추가지원금(2만5350원)을 빼면 구매가는 104만8650원이다. 합법적 지원금 규모(19만4350원)를 2배가량 웃도는 혜택을 주겠다는 것. B씨는 "아이가 원해 최대한 저렴하게 아이폰14를 구매하러 온 건데 이것저것 가입해야 할인율이 올라가는 등 계산법이 복잡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6년간 불법보조금 총액 2.1조…단통법 '실효성 논란'

사진=한경DB


불법보조금은 휴대폰 업계의 고질적 문제다. 과도한 마케팅과 불법보조금 등을 막기 위해 2014년 단통법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물밑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다. '불법'이지만 보조금 규모가 수십만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다.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은 표면적으로 지원금을 줄이는 분위기지만 이들에게도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유인책'이 되는 만큼큼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2014년 단통법 제정 이후 최근 6년간 이통3사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불법보조금 관련 과징금은 총 1384억을 기록했다. 2014~2020년 이들이 뿌린 불법보조금 총액은 2조1981억원에 달한다. 이통사들의 불법보조금은 5G 가입자 유치 등을 이유로 2020년부터 다시 급증했다. 최근에는 휴대폰 불법보조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개 플랫폼 등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매년 휴대폰 불법 보조금을 단속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지만 여전히 음성적으로 불법 보조금이 판치고 있어 단통법의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단통법 준수 여부 등을 감시하는 '방송통신시장 조사분석' 사업에 매년 20억원 이상의 재원이 투입되고 있다. 내년도에는 올해(20억8000만원)보다 12.98% 많은 23억5000만원이 편성됐다.

휴대폰 유통점의 불법 보조금 지급 행위에 대한 방통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과학기술방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3년간 가장 많은 147건의 불법보조금 지급 사실이 적발된 판매점이 지금도 성행 중이지만, KAIT는 이 매장의 존재조차 모르더라. KAIT의 자율규제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아라/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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