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의 치료, 수술이나 식이요법도 고려해야

2022. 12. 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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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은 왜 치료해야 하는가? 별다른 치료가 가능하지 않았던 과거에도, 인류 역사상 뇌전증을 앓으면서 위대한 업적을 낸 사람도 많은데 치료가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부터, 치료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도 있는 사고나 영구 장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치료를 과하게 하는 경우까지, 이 병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많이 왜곡되어 있다.

뇌전증은 뇌의 전기 활동이 제어되지 않고 돌발적으로 과한 전기가 방출되어 발작이라는 증상이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질환이다. 발작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강한 경련성 발작으로부터, 뇌 기능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가벼운 발작까지 매우 다양하다. 가벼운 발작이 위험한 발작으로 변해갈 수도 있고, 위험한 발작이 항상 그런 상태로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치료는 가급적이면 나쁜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치료하는 것이 안전하다.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발작은 방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주변 상황에 따라, 수영장에서는 잠깐 정신을 잃는 정도의 발작으로도 익사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고, 뜨거운 물이나 불 주변에서 의식을 잃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화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주 심각한 경우로는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 돌연사의 위험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치료의 중요한 이유이다.

소아에서는 밖으로 보이는 발작은 경미하지만, 조절되지 않는 강한 전기 방출이 정상적인 대뇌 신경 세포 활동을 방해하여, 이 시기의 뇌 활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인지 기능 발달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영구적인 인지 장애가 초래될 수도 있다.

뇌전증의 치료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상태에 따라, 이런 발작이 환자의 건강 상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그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

뇌전증 치료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으로 약물 치료, 식이요법, 수술 치료, 미주신경자극술로 대표되는 전기 자극술, 그리고 스트레스 경감, 피로도 관리 등의 생활 관리요법 들이 있다.

약물 치료는 발작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기간 동안, 발작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약물은 매우 다양한 기전으로 과도한 전기 방출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뇌세포의 전기 신호는 신호 단백질에 어느 정도의 전기가 전달되어야 만들어지는데, 이 신호 단백질을 무디게 하여, 전기 신호의 생산을 줄이는 작용을 하거나, 신호가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을 강하게 하여, 과도한 전기 신호가 발생할 때 더 강력한 방해 신호를 만들게 하는 방법으로 작용하는 약물들로 크게 분류된다.

약물 치료의 가장 큰 원칙은 발작을 강력하게 억제하고, 부작용을 최소화 하여 정상 뇌 활동에 방해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약물이 뇌의 전기 신호 생산과 이의 억제를 위해 작용하는 만큼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발작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약물일수록 부작용의 정도도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발작 조절 능력도 약물에 따른 개인적인 차이가 있지만, 부작용의 정도도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약물 치료를 선택할 때, 일반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부작용이 적은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치료 전략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약이 어떤 환자에게는 전혀 효과적이지 않고, 부작용이 가장 없을 것으로 알려진 약제가 어떤 환자에게는 심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모든 약물 치료에서 약물 선택이 효과적인지 안전한지를 확정하지 못하고, 그대로 시도한다 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다.

약물이 효과적인지를 확인할 때까지의 기간 역시 개인차가 크다. 매일 발작으로 하는 경우라면 약물이 효과적인지는 하루 이틀이면 확인이 되지만, 한달에 한번 정도 발작을 하는 경우라면 최고 2개월 이상이 걸린다. 일반적으로는 발작과 발작 사이의 최대 간격의 3배 정도까지 발작이 없을 경우,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고, 그러한 발작 빈도가 정확하지 않을 경우에 6개월 이상 발작이 발생하지 않으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약물 치료는 발작 조절 효과와 부작용의 발생 여부에 따라 조정하게 된다.

발작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을 경우,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좀 더 강력한 약제로 바꾸거나, 기존 약제가 전혀 효과가 없지 않았을 경우 기존 약제의 효과를 더 강화할 수 있는 약제를 추가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단순히 약물의 용량을 올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경우에 약물의 효과는 더 강해질 수 있으나 부작용의 강도 역시 감수할 수밖에 없다. 부작용이 너무 심할 경우에도 그 반대의 약물 조정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약물의 부작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로 적응해 가는 경우가 많지만, 적응이 안되고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적응 과정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약의 용량을 치료 용량까지 서서히 올려가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발작의 완전한 억제와 부작용의 최소화를 위해 이런 시도를 무한정으로 반복하는 것은 추천되지 않는다. 현재 사용되는 약제가 30가지 정도지만, 어느 약이 어느 약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고 입증되어 있는 약은 없다. 대부분의 약은 다른 약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정도의 과학적인 검증 정도만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3가지 이상의 약물 시도에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으면, 이후 다른 약제를 아무리 바꿔 사용하거나 추가해서 사용한다 하더라도 약물로 완전히 조절될 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즉 병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이라면, 수술, 식이 요법 등의 다른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전에도 다룬 적이 있지만,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거나 현저히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수술에 따른 후유증이 예견되지 않는 상태라면, 수술 치료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 케톤생성 식이요법으로 대표되는 식이요법 역시 약물 난치성 뇌전증에서 적어도 반수 이상에서 뛰어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이 역시 크게 거부감이나 합병증이 예견되지 않는 상태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특히 뇌전증이 조절되지 않으면서 그 기간동안 인지 기능을 포함한 대뇌 기능을 퇴행시키는 종류의 일부의 소아뇌전증의 경우 약물 난치성으로 진단되면, 수술이나 식이요법을 가급적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약물 치료를 언제 중단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 역시 많이 받는 질문이다.

뇌전증의 치료는 약물을 포함한 모든 치료가 뇌전증 상태에서 벗어날 때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성인 연령일수록 뇌전증은 고착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수술 등의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일부는 평생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발작을 일으키는 뇌 상태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로 호전될 수도 있어서, 발작이 3년 또는 5년 이상 전혀 발생하지 않고, MRI를 포함하여 뇌파검사가 계속 정상이라면, 약물 중단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재발률은 30-4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의 경우는 뇌의 발달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아, 발작이 최소 2년간 발생하지 않고, 역시 MRI를 포함한 뇌파 검사가 재발 위험성이 높은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약물 중단을 시도해 볼 수 있고, 이런 경우 재발률은 약 2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가벼운 뇌전증의 경우에는 스트레스 경감, 수면 유지, 뇌의 피로도 감소를 위한 여러 생활 패턴의 관리 등을 통해서 약물의 유지 강도를 낮추는 노력도 중요하다. 적절한 신체 활동과 규칙적인 운동 역시 발작에 대한 내성을 증가시키고, 체력 강화를 통한 뇌의 피로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발작이 발생했을 당시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머리에 충격을 가하지 않는 종류의 운동이라면, 최근에는 많이 추천되고 있다.

김흥동 우버객원칼럼니스트(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교수, 한국뇌전증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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