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쇄 창업가는 왜 전기자전거를 택했나[긱스]

이시은 입력 2022. 12. 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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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퍼스널 모빌리티(PM)는 시속 25km/h 내외의 1인용 교통수단으로 정의됩니다. 전기 충전과 동력 기술의 융합이 기반이기도 합니다. 인구 14억 명이 넘는 중국은 PM 수요가 빠르게 늘어온 곳입니다. 조단위 인수합병(M&A)도 벌어집니다. 2018년 중국 1위 외식배달 서비스 업체 ‘메이퇀’은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모바이크를 27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쉬홍준 홍지그룹 대표는 이런 중국 PM 시장의 중심에 있던 인물입니다. 모바이크의 공동창업자 출신인 그는 전기자전거를 만드는 홍지그룹을 다시 창업하고, 한국의 토종 스타트업 매스아시아와 협력해 PM 시장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PM 업계를 규제와 리스크가 산적한 분야로 묘사합니다. 그들은 무엇을 내다보고 성장에 확신을 갖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중국의 연쇄 창업가는 왜 한국의 스타트업과 손을 맞잡았을까요. 한경 긱스(Geeks)가 직접 찾아가 물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포커치다 생각나듯…창업 분야, 일상 가까워야"

KOTRA에 따르면, 중국 PM 기기 생산량은 2009년 62만 대에서 2017년 172만 대까지 늘었습니다. 이어 2018년엔 중국 PM 업계 최대 인수합병(M&A) 건인 모바이크 거래가 있었습니다. 성장세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PM 산업 시장 규모는 2027년 33억달러(약 4조3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쉬홍준 홍지그룹 대표. /매스아시아 제공

쉬 대표는 M&A로 벌어들인 금액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습니다. 추정 액수만 수천억원입니다. 그는 대신 “모바이크는 전 세계 최초로 ‘공유경제’ 키워드를 모빌리티 분야에 실현한 기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경제적 자유를 누린 그에게 동일 분야 창업 이유를 묻자, “3~5km 단거리 이동 수요는 각국 정부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라며 “기회가 더 커지고 있는데 창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웃었습니다.

그는 창업을 달리기 트랙에 비유했습니다. “달리기할 때, 어떤 트랙을 선택해서 달리냐는 성과와 직결됩니다. 좋은 영역을 선택하면 10등으로 들어오더라도 다른 영역 1등보다 훨씬 더 좋은 기록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그는 ‘좋은 창업 영역’을 ‘의식주’ 그리고 이동을 뜻하는 ‘회(回)’로 정의했습니다. “‘의식주회’는 삶과 같습니다. 회사를 크게 키울 수 있습니다.” 대단한 기술이 거대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메이퇀의 경쟁자 ‘어러머’의 탄생 비화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어러머 창업가들이 거창한 계기나 전략적 선택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저녁에 포커를 쳤대요. 배는 고픈데 중간에 게임 흐름이 끊기는 것이 싫었던 것이죠. 이름도 단순해요(어러머는 ‘배고프니?’라는 뜻입니다.). 중국 최초 배달앱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모바이크 역시 동료 창업가가 중국 항저우시에 여행을 갔다가, 정부 공공 자전거 대여 절차가 너무 복잡해 내놓은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일상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스케일업’이 쉬워진다는 것이 요점입니다.

 '3중고' 만난 공유 킥보드, 전기자전거 대세로

쉬 대표의 파트너인 정수영 매스아시아 대표는 2016년 중국행을 택했습니다. 정 대표 역시 동작 인식 솔루션 업체 트라이앵글와이드를 만든 연쇄 창업가입니다. 모빌리티를 아이템으로 잠정했을 땐 반년간 선전, 톈진, 상해까지 안 가본 데가 없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창업 전 시장조사 차원에서, 중국에 있는 모든 공유 서비스를 다 체험해보자는 목적이었습니다. 매번 ‘띠띠(중국의 콜택시)’를 쓸 수 없었던 그는 어느 날 호텔에서 모바이크 서비스를 만납니다. “바로 '이거다'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단 한국에 돌아와서 택시 혼잡도가 높은 곳을 찾았어요. 출퇴근 시간 서울대 앞에 2주 정도 서 있었는데, 정말 1시간 동안 100대가 지나가는 겁니다.”

지난해 5월 13일은 퍼스널 모빌리티(PM) 단속이 본격화된 날이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인도에서 마포경찰서 경찰들이 전동킥보드 이용 시민에게 재개정 관련 내용 홍보 및 계도를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쉬 대표를 만난 것은 공유자전거 ‘S 바이크’ 서비스를 만든 이후인 2018년이었습니다. IoT 센서 납품처를 찾으려 수소문하다 성사된 만남이었습니다. 쉬 대표는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이 그렇게 관심 있는 시장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하드웨어(HW)를 튼튼히 하라”는 조언 정도만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초창기 국내 PM 시장의 흐름은 전기자전거와 큰 연관이 없었습니다. 처음 공유경제 키워드를 타고 들불처럼 번졌던 것은 공유 킥보드였습니다. 공유자전거 사업을 하던 매스아시아 역시 2019년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알파카’를 인수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다만 작년부터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지난해 5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면허‧헬멧‧견인료란 ‘3중고’를 만난 공유 킥보드 업계는 이용자가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위반 시 범칙금이 부과되고, 때마침 서울시의 주정차 관련 조례까지 통과되며 대부분 업체가 50~70%까지 사업이 쪼그라들었습니다. 업계가 전기자전거로 눈을 돌린 이유입니다. 중국은 이미 공유 킥보드가 대학가 등지에서만 주요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정수영 매스아시아 대표. /매스아시아 제공

정 대표와 쉬 대표가 손을 맞잡은 것은 서로가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전기자전거 시장은 미국‧유럽과 달리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입니다. 양사가 함께 내놓을 전기 기반 PM 전문 브랜드 ‘알피(ALPI)’는 체인이 없는 ‘샤프트드라이브(축구동)’란 독특한 방식을 취합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소프트웨어(SW) 앱을 통해 주행 이력이나 배터리 잔여 시간 등을 지속 관리해준다는 점입니다. SW 기반 관제 플랫폼은 매스아시아가, 자전거 HW는 홍지그룹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전기자전거 조례가 개정돼 원동기 면허 없이도 운행이 가능해진 것이 2018년”이라며 “국내는 시장 확대에 기반이 될 조항들이 타 국가에 비해 느리게 세워진 만큼, 선점 플랫폼이 없어 소비자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두 창업가가 또 하나 주목하고 있는 것은 친환경 보조금입니다. 실제로 최근 프랑스 정부는 자동차를 폐기하고 전기자전거를 구입하는 이들에게 최대 4000유로(559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쉬 대표는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자전거가 400만대”라며 “독일‧네덜란드‧스위스 등도 보조금 관련 정책을 늘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페달을 밟는 힘을 전기가 보조하는 ‘PAS(동력 보조 제어)’ 방식은 전기자전거의 대세 형식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문제를 겪는 국가일수록 호응이 좋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헬멧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큽니다.

 4050까지 고객으로…"공유‧소유 섞어야 PM 성장"

전기자전거가 공유 사업 대상인지도 물었습니다. 현재까지는 단순 판매 형태만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공유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30대 중후반부터 사용자 확보가 어려웠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막상 사업을 해보니 ‘헤비 유저’는 20대고, 40대가 넘어가면 오히려 PM 수단을 자기 것으로 가지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정 대표는 “매스아시아는 판매점이 없는 데도 4050 분들이 기기를 살 수 있냐는 문의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세대별로 공유와 소유를 섞어 넓은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쉬 대표는 공유 PM 사업에도 3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습니다. 운영팀 역량‧파손되지 않는 제품‧자본금을 꼽았습니다. 최종 목적은 “법인이 가진 PM 자산을 분석하고, 가장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라”는 것입니다. 모바이크를 창업하고 매각할 때까지 대략 20억달러(2조6760억원)을 HW 생산 비용에 썼다고 했습니다. 투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가진 자산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는 핵심 과제입니다. 그가 우버를 ‘멘토 기업’처럼 여기는 이유도 포인트 등 혜택을 무기 삼아 앱이 영향을 미치는 지역의 차량 가동률을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홍지그룹의 전기자전거는 축구동 방식과 ‘PAS(동력 보조 제어)’기반 기기다. /홍지그룹 제공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경쟁 사업자 사이의 관계 때문이라 했습니다.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은 100여개 사가 출혈 경쟁을 벌이다 한때 공멸 위기에 처했습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 업체를 정리한 역사가 있습니다. 쉬 대표는 “당시엔 할머니가 시장에 갈 때도 공짜로 전기자전거를 탈 정도로 ‘돈을 불태우는 전쟁’을 했다”며 “치킨게임의 승자는 결국 없었다”고 했습니다. 중국은 1주일을 타는데 10위안(1800원) 정도만 내면 될 정도로 서비스 수익성이 떨어졌고, 길거리엔 버려진 자전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각기 다른 지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로컬 사업자를 중심으로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두 업체가 ‘플랫폼 공략’을 목표로 두고, 지역 사업자를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두 대표는 “내년엔 애플 ‘U1’칩이 탑재된 새로운 전기자전거를 내놓을 예정”이라며 “동력 시스템이 유사한 공유 킥보드 분야에서도 협력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참 한 가지 더

‘각자도생’ 공유 킥보드, 어디를 향하나
사진=뉴스1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공유 킥보드 업체들은 대부분 갈림길에 선 상태입니다. 사업 철수나 피인수 합병을 통해 법인을 정리하거나, 전기자전거를 포함한 다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경쟁 업체들을 끌어모은 몇몇 공유 킥보드 업체는 혹한기를 버틸 체력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공유 킥보드 ‘지쿠터’ 운영사 지바이크는 ‘ZET’와 ‘GUGU 킥보드’를 인수했고, 공유 킥보드 ‘씽씽’ 운영사 PUMP가 ‘하이킥’ 운영사 오랜지랩을 인수해 힘을 합쳤습니다. ‘스윙’ ‘킥고잉’ 등 브랜드는 전기자전거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스윙은 새로운 PM 수단으로 떠오른 전기 스쿠터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 등지에서 이륜차(오토바이)와 유사한 전기 스쿠터 100대를 배치해 서비스에 돌입했습니다. 다만 업계 안팎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어처럼 화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사업 확장 방향을 전환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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