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동료→벤투 제자→손흥민 우상→날강두→다음은 사과?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렇게 많은 인연을 가진 외국의 선수가 또 있을까.
호날두는 한국 축구와 '애증'의 관계다. 그는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슈퍼스타로서 한국 축구팬들에게 환호와 환희를 선사했다. 반면 한국 축구팬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행동도 했다. 호날두를 사랑하는 한국 축구팬들도 많지만 반대로 호날두를 증오하는 팬들 역시 많다.
왜 호날두는 한국 축구와 애증의 관계가 됐을까. 그와 한국 축구의 인연을 살펴보면 이해를 할 수 있다.
◇박지성의 동료
2005년 박지성이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그것도 당시 잉글랜드 상징인 팀이자 세계 축구 최강의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후 맨유는 국민의 클럽으로 거듭났다.
한국 축구팬들은 밤잠을 설치며 맨유 경기를 봤고, 박지성을 응원했다. 모두가 맨유의 승리를 바랐다. 때문에 맨유의 승리를 돕는 박지성의 동료들에게도 응원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그중 하나가 호날두였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활약할 당시 호날두는 맨유의 '에이스'였다. 2003년 맨유에 입단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고 있었던 스타 플레이어. 박지성 때문에 맨유 경기를 보면서, 호날두의 감탄할만한 플레이와 득점력에 매료됐다. 호날두가 잘하면 맨유가 승리하고, 박지성도 승리했다. 한국 축구팬들은 호날두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훗날 박지성은 호날두에 대해 "맨유에서 지켜본 동료로서 호날두는 라커룸에 있을 때도 볼을 늘 곁에 두고 있었다. 훈련장에 가장 먼저 오고 가장 늦게 떠난 선수였다"고 밝힌 바 있다.
◇벤투의 제자
호날두는 현재 한국 대표팀 감독인 파울루 벤투 감독과도 인연이 깊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할 때 호날두는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였다. 둘은 감독과 에이스로 유로 2012 4강이라는 성과를 공유했다.
포르투갈은 조별리그에서 2승1패로 8강에 올랐다. 8강에서 체코를 꺾고 4강에 진출했지만 4강 상대는 당대 최고의 강호 스페인. 정규시간 0-0 무승부 접전 끝에 포르투갈은 승부차기에서 졌다. 포르투갈을 넘고 올라간 스페인은 우승을 차지했다.
호날두는 조별리그 네덜란드전에서 2골, 8강 체코전에서 1골 등 총 3골을 넣어 유로 2012 공동 1위에 올랐다. 또 유로 2012 베스트 11에도 포함됐다.
벤투 감독과 호날두는 아픔도 공유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은 1승1무1패, 조 3위로 밀리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차전 독일전에서는 0-4 참패를 당하기도 했다. 호날두는 가나전 1골에 그쳤다.
벤투 감독은 "호날두는 역대급 선수다. 제가 지도한 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2022년 카타르에서도 호날두를 기억했다. 그는 "20년 전에 호날두가 이렇게 영향력을 끼칠 선수라고 예상하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우상
과거 한국의 슈퍼스타 박지성의 동료였던 호날두. 지금은 박지성을 뒤를 잇는 한국의 또 다른 슈퍼스타 손흥민의 우상으로 한국 축구팬들에게 알려졌다. '우리' 손흥민의 우상이기에 호날두를 향한 애정의 농도도 깊어졌다.
손흥민의 호날두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호날두의 모든 것을 닮고 싶다"고 말하며 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손흥민의 백넘버 7번 역시 호날두의 영향을 받았다. 또 손흥민의 플레이스타일이 호날두와 달라 한국 축구팬들은 그를 '손날두(손흥민+호날두)'라고 부르기도 했다.
둘은 같은 팀에서 뛰지 못했지만 상대팀으로 만난 적은 있다. 한국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손흥민, 호날두 매치가 최고의 빅매치였다.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 소속일 때, 또 유벤투스, 맨유로 다시 왔을 때 몇 번이나 마주쳤다.
대표적인 장면은 2019년 토트넘과 유벤투스의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경기다. 둘은 전반 45분을 함께 뛰었다. 이때 손흥민과 호날두는 유니폼을 교환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호날두가 손흥민과 따뜻하게 어깨동무를 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날강두
이렇게 한국 축구와 호날두는 꽃길만 걸었다. 그런데 사랑이 단숨에 증오로 바뀌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바로 '노쇼 사태'다.
2019년 7월, 한국의 K리그와 유벤투스의 올스타전이 열렸다. 많은 한국 축구팬들이 호날두의 방한을 환영했고, 직접 두 눈으로 호날두의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경기장에는 6만여 관중이 운집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았다. 벤치만 달구다 떠났다. 한국 축구팬들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호날두를 보기 위해 표를 샀는데 호날두를 보지 못했다. 이에 호날두는 어떤 언급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분노한 팬들은 호날두를 향해 '날강두'라고 지칭했다. 또 호날두 노쇼에 대해 손해배상 집단소송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페르난도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이 그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한국전을 앞두고 노쇼 관련 질문을 받았다. 산투스 감독은 "그 질문은 호날두와 유벤투스에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한국 국민과 선수들에 존중심을 갖고 있다. 호날두도 한국, 국민, 대표팀에 존중심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과가 필요해
운명의 장난일까. 2022년 호날두와 한국 축구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한 일정이 생겼다. 노쇼 이후 첫 만남. 그것도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적으로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한국은 3일 포르투갈과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이 16강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포르투갈을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반드시 포르투갈의 에이스 호날두는 막아내야 한다.
3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호날두 앞에는 노쇼 사태의 충격이 머물고 있다. 노쇼 사태가 있었기에 한국의 많은 축구팬들이 월드컵에서 호날두에게 복수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통쾌한 복수로 마무리된다면 한국팬들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질 수 있다. 사필귀정이다.
또 만약 이 자리에서,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겠지만 노쇼 사태에 대한 사과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사실 이 부분이 애증의 관계를 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3년 전 일을 사과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진심만 가지고 있다면. 그동안 한국 축구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다면.
그러지 못한다면, 또 호날두가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에 앞장선다면, 그를 향한 증오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와 호날두의 애증의 인연은 그렇게 또 하나의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AFPBBNews, 마이데일리 DB]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