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단 한 페이지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13개월 27일 동안”

서믿음 입력 2022. 12. 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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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연 시인의 시는 해설이 필요 없다.

에세이, 작사, 소설, 시나리오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 다시 시인으로 돌아왔다.

"한 페이지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시를 노래하는 원태연 시인을 마주했다.

오랜 팬에게 전화해서 한 페이지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쓴 게 이번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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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찬목 제공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너 때문에 나를 알고/나 때문에 너를 잃고" - ‘울컥 말고 왈칵’

원태연 시인의 시는 해설이 필요 없다. 난해하지 않고 돌아가지 않는다. 마음에 직선으로 가닿아 켜켜이 쌓인 생활 먼지 속에서 추억을 들춰낸다. 그리고 이내 다양한 감정으로 번져 마음을 적신다. 누군가에겐 이별의 아픔을, 누군가에겐 사랑의 설렘을, 누군가에겐 가슴 먹먹한 그리움으로.

1992년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로 큰 주목을 받은 원태연 시인. 에세이, 작사, 소설, 시나리오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 다시 시인으로 돌아왔다. 기존 발표작에 새로운 시를 더한 전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와 달리 이번엔 완전한 신작 85편을 묶어 ‘너에게 전화가 왔다’(은행나무)를 출간했다. "한 페이지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시를 노래하는 원태연 시인을 마주했다.

-이번 시집은 어떻게 쓰게 됐나.

▲사실 전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100편 중 30편만 새로운 시다. 70편은 옛날 시다. 본래 나라면 비겁한 짓이라고 생각해 내지 않았을 텐데, 30여년을 알고 지낸 팬이 그러더라. "진짜 팬이라면 인사말만 새로 써도 얼마나 반가운데, 30편이 어디냐"고. 20여년 만에 내는 시집이라서 기다리는 분이 없을 줄 알았는데, 반응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망가졌을까 봐 불안해하면서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는 리뷰가 인상 깊었다. 오랜 팬에게 전화해서 한 페이지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쓴 게 이번 시집이다. 13개월 27일이 걸렸다.

원태연 시인의 다락방 작업실. 작업 중 머리를 부딪혀 천장 합판에 뚫린 자국이 남아있다.

-원태연의 시는 해석이 필요 없이 쉽게 읽힌다. 시작(詩作) 과정도 그러했나.

▲솔직히 말해서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자신에게 쌍욕을 하면서 썼다. 머릿속에 시가 이렇게 보이는데, 그걸 쓰면 되는데, 막상 써놓고 보면 그 맛이 안 난다. 환장할 노릇이다. ‘사계’ 시의 마지막 부분은 7개월을 쓰다 결국 날렸다. 어느 날은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다가 천장의 합판을 뚫었다. 눈물이 흐르더라. 그때 ‘그래도 열심히는 하잖아’라면서 써놓은 시 중에서 열일곱 편을 골랐다.

-48시간 동안 1분도 안 잤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도 창작의 고통 때문이었나.

▲제 성격상 이번에 시집을 못 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다. 한번은 걱정으로 이틀을 못 잤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 양치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은 울지 않습니다"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제정신이 아닐 때 엣지 있는 표현이 나오길래 그때부터 일주일에 이틀씩 잠을 안 잤다.

'ㅌ' 자판이 고장난 노트북. 사진=원태연 제공

-집필 중에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이번에도 그러했나.

▲그렇다. 노트북에서 ‘ㅌ’ 자판이 고장 나서 눌리지 않는다. 10분 거리에 AS센터가 있는데 나가기가 싫어 고치지 않은 채로 작업했다. 시를 보면 알겠지만, ‘ㅌ’이 들어간 글자가 없다(웃음).

-‘금단현상’ 시는 세 편이나 들어갔다.

▲제 감각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나름의 선물을 주고 싶었다. 사랑 시가 아무리 좋아도 계속 읽다 보면 지친다. ‘금단현상’ 시는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인다. ‘어~ 본 것 같은데 뭐가 다르지’하고 머릿속을 환기시켜 준다. 어떤 시는 일부러 배열을 흩트리기도 했다.

-‘트바로티’ 김호중이 부른 ‘인생은 뷰티풀’의 가사가 되는 시도 담겼다.

▲원래 영화 ‘인생은 뷰티풀: 비타돌체’ 연출 제의가 들어왔다. 김호중씨도 만나봤는데 사람도 참 괜찮고 좋았다. 근데 여건이 안돼 거절을 했는데, 출연을 해달라고 했다. 영화의 엔딩 장면으로 보첼리 무대에 게스트로 서기로 했는데 취소가 됐다. 대신 노래 부르는 장면으로 끝을 맺기로 해서 같이 갔던 작곡가가 곡을 짓고 내가 가사를 썼다.

-저작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누가 내 작품에 좋은 피드백을 줬을 때다. 솔직히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 스타일이다. 멋있어 보이려고 궁금해도 애써 안 궁금한 척한다(웃음).

-책의 끝에 "2022년 10월 15일 오후 딱 3시에 갑자기 왜 눈물이 나지, 알 것도 같은"이라고 했다.

▲정말 당시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이번 시집은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을지언정 최선을 다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원태연은 누구

스물두 살에 낸 첫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가 150만부 이상 판매되며 출간과 동시에 인기 시인이 됐다. 이후 작사가, 수필가,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면 그 자리에서 꾸준히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는 ‘손끝으로 원을 그려 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원태연 알레르기’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등이 있으며, 지은 노래로는 태연 ‘쉿’, 백지영 ‘그 여자’, 샵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등이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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