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8000원 더 나왔다"… 밤 10시 할증 택시 탔다가 '헉'

박정경, 이재현 기자 2022. 12. 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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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10시부터 서울 택시 심야 할증이 인상된다. 사진은 이날 밤 10시 이후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시민. /사진=박정경 기자
"영하 7도인 연말인데… 택시 할증요금이 오른다고요?"

지난 1일 밤 9시 퇴근하는 시민들로 북적이는 서울 중구 명동 인근 롯데백화점 앞. 직장인 이모씨(여·20대 후반)는 서울 강남으로 향하는 택시를 잡기 위해 인도에 서 있었다. 이날 밤 9시 기준 서울 저녁 기온은 영하 7도였다. 강추위 속에서 이씨는 우티(UT), 카카오T 등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이씨는 "여기선 택시가 정말 안 잡힌다"며 "지금 10분 동안 택시를 호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기자가 '오늘부터 서울 택시가 밤 10시부터 야간 할증요금이 붙는데 알고 있느냐'고 묻자 이씨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그렇다면 밤 10시 전인 지금 택시를 잡아야 한다"고 조급해했다.

서울시는 이날 밤 10시부터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택시운송사업 운임 요율 조정안'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중형택시의 할증시간은 '다음날 오전 0시~4시'에서 '당일 밤 10시~다음날 오전 4시'로 2시간 늘어났다. 할증률은 현행 20%에서 '20~40%'로 조정됐다. 택시가 가장 부족한 '당일 밤 11시~다음날 오전 2시'에는 최대 할증률인 40%가 적용됐다. 택시 심야 기본요금도 현행 3800원에서 4600~5300원으로 올랐다.

이에 머니S가 직접 이날 밤시간대의 서울 도심 지역을 찾아 택시 야간 할증료 인상에 대한 시민의 반응을 살펴봤다.


"회식 1차만 하고 나왔어요"… 할증 인상에 귀가 서두르기도


밤 10시부터 야간 택시 할증요금이 적용되는 지난 1일 오후 8시30분. 할증요금을 내지 않고 일찍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잡는시민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인근에 밤 10시부터 길가에 하나둘씩 나타나는 '빈차' 택시들. /사진=박정경 기자
저녁 8시30분쯤에는 밤 10시(할증요금 적용) 이전에 귀가하기 위해 회사 회식에 1차만 참석하고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직장인도 눈에 띄었다. 이때만 해도 길가에 많은 택시가 오갔지만 '예약'이거나 '빈차' 표시가 없는 택시가 대부분이었다.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인근 먹자골목에서 회식을 마치고 오후 8시50분쯤 택시를 잡으러 길가에 나온 직장인 장모씨(여·40대 초반)는 "1차에만 참석하고 나왔다"며 "집이 서울 중랑구 쪽인데 서울 지하철 경의중앙선 중랑역이나 상봉역과는 거리가 멀어 택시를 타고 귀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부터 할증요금이 오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얼마나 인상되고 얼마부터인지가 잘 기억나지 않아 날씨도 추우니 그냥 빨리 집에 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드디어 심야 할증요금이 적용되는 밤 10시가 지나자 길가에 하나둘씩 '빈차' 표시를 한 택시가 늘어났다. 30대 초반 남성 김모씨는 이날 밤 10시5분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회식을 마치고 택시를 잡으러 인근 한국은행 앞 네거리 길가로 나왔다.

김씨는 "할증요금이 부담되지만 길가에 빈 택시가 많아지니 안심이 된다"며 "그런데 아직 할증료가 인상된 택시를 타보지 않아서 (집까지 요금이) 얼마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길가에 택시가 정말 많아졌다"며 "제가 원래 저녁 8시부터 밤 10시30분 사이에 귀가하는 편인데 어제와 비교될 정도로 택시가 많다"고 밝혔다.

이날 밤 10시부터 '빈차' 택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심야 할증시간 확대와 요금 인상 영향도 있지만 강추위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할증 폭탄"… 인상된 택시 직접 타보니 요금 59% 더 내


심야 할증료가 인상된 서울 밤 10시32분, 기자도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심야 할증이 인상된 택시를 직접 이용해봤다. 사진은 이날 시작 요금(왼쪽)과 대략 13㎞인 '광화문-발산 거리' 구간 도착 요금. /사진=이재현 기자
기자도 이날 귀갓길 심야 할증이 인상된 택시를 이용해봤다.

기자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택시를 탄 시각은 밤 10시32분쯤. 탑승 직후 미터기엔 인상된 심야기본요금인 4600원이 표시됐다. 이전 심야시간 기본요금인 3800원보다 800원이나 높은 요금으로 출발했다.

서울 금천구에서 서울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70대 남성 정모씨는 이날 심야 택시 할증료 인상과 관련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라며 의문을 표했다.

정씨는 서울시에 등록된 법인택시가 2만대지만 택시기사는 6000명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교적 젊은 기사들은 수입이 더 많은 배달 라이더나 대리운전 등으로 빠지는 추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할증요금 인상이나 인센티브로 심야 택시 공급을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 두고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씨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시간은 밤 11시를 넘어 할증률이 20%에서 40%로 올랐다. 정씨는 미터기 금액을 보곤 "할증 폭탄"이라며 "승객이 부담스러워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기자가 탄 '광화문-발산 거리' 구간이 대략 13㎞로 할증 미적용시 요금은 약 1만4000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밤 11시12분쯤 발산에 도착한 후 기자가 확인한 최종금액은 이보다 8280원(59%) 더 비싼 2만2280원이었다.

박정경, 이재현 기자 p9808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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