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둠' 루비니 "10년 고물가 침체 온다…2차대전 이전 만큼 불안"
미국의 대표적 경제 비관론자인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가 2일 최근 전세계에서 극단주의·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고(高) 인플레이션 현상이 불거진 것에 대해 "1930~40년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오늘날 세계 정세가 스페인 독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보호무역주의 확산, 대공황, 극단적 정치지도자의 등장 등 사건이 잇따랐던 전간기(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 시기)만큼이나 불안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세계 경제 악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양적완화와 같은 경기부양을 너무나 오래해서 말도 안되는 일들을 해서 경착륙이 도래한 것"이라며 10년간 스태그플레이션(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올라가는 현상)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2일 제주평화연구원이 제주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제주포럼 회기간 회의 2022'에서 화상으로 진행한 특별강연을 통해 최근 중앙은행 행보를 '매파적'이라고 거론하며 "너무나 과다한 부채가늘어나고,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각국 통화정책이 경제 위기의 해법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루비니 교수의 주장이다. 더욱이 루비니 교수는 "부채 비율이 금융위기때보다 높고, 여기에 지정학적 위험이 생겼고 더 심각한 소국분할화(balkanization)가 생겼다"며 "제가 펼쳐본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이 10년짜리가 될 거다"라고 했다.
경제 문제가 정치에 미칠 효과에 대해선 "아주 중요한 것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역풍"이라며 "선진국, 신흥국에서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극단주의, 포퓰리즘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
서구 근대의 역사에 대해 "세계화가 일어났다가 1차 대전이 일어났고 스페인 독감을 겪었고 대공황이 왔다"며 "그때는 그래도 기후 변화가 없었고, AI(인공지능)가 대부분 일자리를 파괴할 걱정도 안했다"며 전간기(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의 시기)보다 오히려 지금 전 세계의 상황이 좋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루비니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3연임에 성공하며 사실상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전 세계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기 위해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정학적 위험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1945년까지 2차 세계대전이 었었고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면서 미국이 일본과 전쟁을 끝낸 것인데, 오늘날 강대국 간 전쟁이 일어나면 재래전쟁부터 비전통적인 전투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해선 "1940년대보다 더 악화됐다"고 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가 정세를 불안정하게 몰고가는 상황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정보당국자들이 중국이 오는 2024년 대만 선거를 전후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에 대해 "그말은 2023년이다. 2023년 중 대만 침공이 가능한 것"이라며 "미국 국방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뭔가 하지 않으면 향후 1년내로 뭔가 일어날 것이다'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역사를새롭게 쓰기 위해 중국과 대만을 통일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글로벌 차원에서 입지가 강해졌지만 약점이 많다"며 "고령화인구에 부동산 버블이 터졌고, 신용문제도 있다. 경제를 개방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경제를 컨트롤 하고 국영기업을 하고 기업가 정신이 혁신이 억제되고 있다. 자유가 필요하다 "고 했다.
루비니 교수는 세계 정세 불안의 해법에 대해 "국가에 리더십이 제대로 등장하고 국제적 협력이 일어나면 민간과 개인 정부간 협력이 일어나면 이상주의적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다"며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박은 것처럼 위협이 없는것처럼 생각해선 안된다. 우리 경제 뿐 아니라 지구위기, 생물학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제주=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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