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대학로 소극장거리…캠퍼스와 공존하는 작은 무대들

2022. 12. 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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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유교의 국가이다. 특히 성균관은 공자의 말씀을 공부하는 곳으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당연히 성균관 유생들은 엄격한 규율을 지켰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피끓는 청춘의 일탈은 항상 있는 법. 유생들은 성균관의 기숙 정원이 부족해 반촌에서 하숙을 했다. 기록에 의하면 이 반촌에서 가끔은 유생들의 여흥이 벌어지곤 했단다. 그 유구한 역사는 지금도 이어진다. 바로 동숭동 대학로이다.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대학로를 오랜만에 찾았다. 대학가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은 신촌, 홍대 앞 정도인데 오랜만에 본 대학로는 그야말로 ‘진짜 대학로’가 되어 있었다. 이곳 대학로에는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성균관대학교, 중앙대학교 대학로캠퍼스, 가톨릭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상명대학교, 서경대학교에 인근 한성대학교까지 많은 대학이 캠퍼스를 두었다.

문화예술,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과들의 현장 캠퍼스인 셈이다. 서울대 문리대가 1975년 관악으로 이전하고 대신 문화예술, 공연 단체들이 입주해 한때 연극의 거리로 불리던 대학로가 이제는 대학과 소극장이 공존하는 동네가 되었다.

대학로는 이화동사거리에서 혜화동로터리까지 약 1.6㎞의 거리이다. 이곳이 대학로가 불리게 된 시점은 서울대학교 문리대 옆 도로이기에 대학로라 이름 붙였다. 당시 대학로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의대에서 건너편 동숭동으로 가려면 개천을 건너야 했다. 북악산에서 청계천으로 흐르는 천의 이름은 흥덕동천. 서울대 학생들은 이 개천을 세느강이라 불렀고 다리는 미라보라 했다. 서울대학교가 이전하고 1981년 지하철이 놓이면서 개천은 복개되었다. 즉 마로니에 공원이 서울대 동숭동캠퍼스 자리이다.

이전을 한 후 빈 터에 어김없이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공원을 조성했다. 마로니에 공원이란 이름도 미라보 다리를 건너면 바로 마로니에 나무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 나무는 경성제국대학 시절 일본인 교수가 심은 칠엽수이다.

1981년 문화예술회관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소극장들이 문을 열었다, 샘터파랑새극장, 연우소극장, 대학로극장 그리고 1991년 대학로의 전설이 된 김민기의 학전이 세워졌다. 당시 학전은 문화예술인들의 산실이었다. 특히 독일 번안극으로 원작가가 극찬한 ‘지하철 1호선’은 한국뮤지컬계의 교과서로 불리며 스타를 양산했다. 소외계층의 아픔과 한국근현사를 조명한 극에 당시 황정민 등이 연기를 담금질해 당대 스타가 된 것이다. 학전 앞에는 김광석의 동판이 붙어 있다. 학전은 연극만이 아닌 공연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여행스케치, 윤도현, 나윤선, 강산에, 들국화, 박학기 등이 이곳에서 공연했고 특히 김광석은 학전에서 1000회 라이브 공연을 했다.

골목 곳곳에는 소극장이 어김없이 자리해있다. 환상극장, 졸탄극장, 봄날아트홀, 스튜디오76, 유니플렉스, 틴틴홀, 세우아트센터, 시온아트홀, 드림아트센터, 예그린씨어터, 아르코예술극장, 해바라기소극장, 키득키득아트홀, 큐씨어터, 바탕골소극장, 노을소극장 등등. 30여 석부터 수백 석 대극장까지 대학로에 있는 극장은 하루도 빠짐없이 연극이 오르고 있다. 한 편의 연극을 올리기까지, 배우들은 열정을 쏟는다. 무대에 서는 배우의 숙명처럼 말이다. 지금 서로의 지혜를 모아 살 수 있는 문화적 공존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물문화재단 극장 쿼드-학전 앞 김광석 동판-서경대 공연예술센터
글과 사진 장진혁(프리랜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7호 (22.12.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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