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와 독재, 그리고 민주주의와 팬덤의 정치

임재섭 2022. 12. 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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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제아무리 히딩크 감독이라 하더라도 '5:0' 비난 여론에 휘둘려 경질됐다면 성과를 낼 수 없고, 반대로 팬덤의 정치에 매몰 돼 자기객관화를 잃은 신격화도 1998년 월드컵 한국팀처럼 세계의 벽에 가로막혀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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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카타르 국립 컨벤션센터(QNCC)에 마련된 미디어센터(MMC)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과 김영권 선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우루과이와 0-0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가나에게 일격을 맞으면서 조 3위로 내려앉았다. 파죽지세 2승을 달리고 있는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일전에서 승리를 하고도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신세가 됐다. 독일·스페인을 연파하며 자력 16강 진출을 이룬 이웃 나라 일본과는 사뭇 표정이 달라진 상황이다.

한국은 과거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월드컵이었다. 한국은 과거 개최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국제 망신'을 피하고자 필사적이었다. 공동개최국인 일본의 성적과 비교될 게 분명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한국은 외국인 명장을 수소문한 끝에 당시 국내 언론이 "역대 사상 최고의 스쿼드"라며 자찬했던 1998년 월드컵 한국팀을 5-0으로 대파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기에 이른다.

히딩크 감독은 '장기 합숙훈련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다소 무리한 요구를 했는데 이 부분이 받아들여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결국 감독으로 취임한 후에는 수시로 K리그 선수들을 차출하는 등 독재에 가까운 운영이 이어졌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프로리그를 뛰며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90분을 넘어서도 뛸수 있는 강철 같은 체력과 일사분란한 조직력을 요구받는 등 '군대'로 양성되는 쪽에 가까웠다. 한때 별명이 '5:0'이었지만 그를 둘러싼 비판도 철저히 무시됐다. '4강 신화' 이면에는 다른 나라와 다른 '체제의 비밀' 숨어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한국 축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다른 체제'가 없이도 과거 월드컵 우승을 했던 국가들과 비기거나 이기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만 팬들의 눈은 여전히 2002년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이후 감독들은 히딩크 감독 같은 지원을 받지 못했고, 비판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워지자 '그러면 그렇지'와 같은 비관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정치와도 많이 닮아있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 지도자들의 과정을 두고는 독재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선진국의 강점을 받아들여 압축성장을 이뤄냈고, '결과'를 받아든 사람들 중에는 이들을 신격화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런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가 본격 들어섰고, 저변이 확대되며 최근에는 10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고 문화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새 체제에서는 '과정'을 논하는 단계에서 끊임없이 싸우면서 진영을 막론하고 누구 하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지도자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각종 개혁 등 미래 세대를 준비하는 논의까지 공전하면서 '곧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덤으로 나온다.

민주주의에서는 팬들의 눈이 중요하다. 제아무리 히딩크 감독이라 하더라도 '5:0' 비난 여론에 휘둘려 경질됐다면 성과를 낼 수 없고, 반대로 팬덤의 정치에 매몰 돼 자기객관화를 잃은 신격화도 1998년 월드컵 한국팀처럼 세계의 벽에 가로막혀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팬들의 눈은 아직까지도 적절한 응원과 비판보다는 자기객관화를 잃은 팬덤의 정치와 무분별한 비난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그런 팬덤은 '정치인'에겐 필요할지 몰라도 '정치의 발전'엔 필요 없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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