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꼬리가 짧아도 괜찮아요
밥을 챙겨 주는 길냥이들을 보면 꼬리 길이와 모양새가 각각이다. 개중에는 토끼 꼬리처럼 뭉툭 짤따란 것도 있고 꼬리 끝이 휜 것도 있다. 터프한 야생 고양이들과 맞붙어 힘겨루기를 하다가 입은 상처가 아닐까 했는데, 고양이 꼬리에는 그보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다행히 꼬리가 짧다고 해서 생존이 크게 위협받는 건 아니란다. 본래 꼬리가 없거나 짧은 품종의 고양이는 꽤 많다. 그렇다고 그들의 균형 감각과 운동성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것도 아니다. 사냥 능력에도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전화위복이랄까, 평소 부상 위험이 상당히 높은 꼬리가 아예 짧으니 한편으로는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 의사표현 역시 상대의 표정이나 소리, 동공 변화, 귀와 수염의 움직임, 몸짓 언어 등을 읽어내기에 소통에 무리가 없다. 그런데 어째서 많은 길냥이가 짧은 꼬리를 가졌을까?
유전 다음으로 많은 이유는 적절한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해서다. 엄마 고양이가 병약하거나 영양 상태가 나쁘면 꼬리가 짧거나 기형적으로 휜 아기 고양이가 태어난다. 물론 고양이들과 싸우다 다치는 일도 있고, 맹크스 고양이처럼 근친 교배에 따른 기형이거나 사고 또는 피부병에 의한 괴사, 고의적인 학대 등으로 꼬리는 짧아졌을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좀 특수한 경운데, 과거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쥐 잡이로 키우는 고양이의 꼬리를 일부러 자르기도 했다. 고양이는 꼬리를 자르면 도망가지 못한다는 낭설을 믿어서다. 물론 요즘은 이런 사례가 거의 없다.
불의의 사로고 꼬리가 짧아지기도 한다. 동물병원에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또는 물건에 맞거나 부딪혀서, 사람 발에 밟히거나 문에 끼는 등의 이유로 꼬리가 골절된 고양이가 종종 온다고 한다. 많은 경우 꼬리를 자르는 단미 수술을 받게 되는데, 고양이는 꼬리 조직이 작고 유연해 외과적 수술이 어렵기 때문이다. 길든 짧든 고양이 꼬리는 각별히 잘 모셔야 한다. 뇌에서 뻗어 나온 신경이 목과 등, 허리와 척추를 지나 꼬리뼈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통증에 매우 민감하므로 함부로 꼬리를 만지거나 실수로 살짝 밟기만 해도 극대노한 고양이의 ‘냥냥 펀치’를 맞을 수 있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7호 (22.12.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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