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기침' 백일해 백신 석달째 품귀…학부모와 임신부 발동동

강승지 기자 2022. 12. 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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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이후 9월까지 공급 차질 빚어져…병·의원마다 재고량 제각각
질병청 "지난달 34만명분 도입"…"면밀한 수급 예측 필요" 지적
ⓒ News1 DB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감염됐을 때 '100일 동안 기침한다'고 이름 붙여진 '백일해'라는 질병을 예방해주는 백신이 3개월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 9월부터 학부모와 임신부가 어느 병·의원에서 접종할 수 있을지 전화를 돌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각 병·의원이 제약사에 구매해 공급받는 상황이라며 10월부터 백신 공급이 재개됐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자국 백신이 없어 수입사 상황에 따라 수급이 불안정하다. 전문가는 "정부가 면밀하게 수급을 예측해줬으면 좋겠다"고 진단했다.

◇'티댑' 백신 수급 불안…3개월 지나도록 병·의원 유통 더뎌

호흡기 질환인 백일해는 코로나19와 같은 2급 법정 감염병이다. 보르데 텔라 백일해균에 감염돼 발생하는데 가족 내 감염(2차 발병률)이 80%에 달한다.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아지며, 1세 미만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

청소년이나 어른은 기침과 콧물, 미염 등 경미한 증상을 보이지만 어린 아기의 경우 폐렴과 호흡 곤란,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질병청은 생후 2·4·6개월에 기본 예방접종을, 만 11~12세 연령층과 임신 27~36주차인 임신부에게 추가 접종을 권한다.

백일해 백신은 영유아가 접종하는 DTaP(디탭, 티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예방 백신)와 청소년 및 성인용 Tdap(티댑,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예방 백신)이 있다. 수급이 불안한 건 '티댑 백신'이다.

국내 허가된 백신은 2종류(GSK의 부스트릭스, 사노피파스퇴르의 아다셀)인데 모두 공급 차질이 빚어졌다. 먼저 GSK가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관련 자료 보완 등을 이유로 국내 출하가 일시 중단됐다.

올해 상반기에 질병청이 사노피에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해 수요를 맞추고 있었지만 지난 9월 초 사노피 백신도 표준품 보완 등을 이유로 한 달간 공급이 중단되면서 품귀가 시작됐다.

질병청에 따르면 티댑 백신은 지난 7월 19만여명분이 들어온 뒤 9월까지 추가 물량이 오지 않았다. 7월 이전 이월된 물량을 합하면 총 24만여명분으로 접종량인 23만여명을 간신히 맞춘다. 이후 10월 35만5000여명분, 11월 2만5000여명분의 백신이 추가 도입됐다.

10~11월 접종 예상치 17만3000여명의 2배 물량이지만 현장에서는 9월부터 유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한다. 가끔 10명 분량이 오는데, 이마저 1주일이면 소진되고 백신 유통사는 요구하는 만큼 물량을 주지 않는다는 게 일선 현장 의료진의 전언이다.

27~36주 사이의 임신부들은 백일해 백신을 맞아야 하지만 1주일째 기다리게 되고, 현장에선 급한 산모들부터 접종하고 있다. 접종받아야 하는 입장으로선 접종 가능한 병·의원을 수소문해야 한다.

◇다국적 제약사 손에 달린 필수 백신들…사전 현물공급 방식 제안되기도

질병청은 10월에 34만명분이 들어왔고 최근 GSK에서도 공급을 재개해 소아청소년과 의원 중심으로는 충분한 양이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소아청소년과보다 수요가 적은 내과나 가정의학과에 일부 공급 지연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백일해 백신은 인플루엔자(계절독감) 백신처럼 정부가 사전에 물량을 구매해 받는 '사전 현물공급 방식'이 아닌 각 병·의원에서 개별적으로 구매해 받는 상황이라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는 독감 백신처럼 정부가 사전에 충분한 물량을 구입하는 등 보다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접종이 가능한 병·의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러 백신이) 외국 제약사 전량 수입으로 이뤄진다"며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데, 정부가 동향을 미리 파악해 확보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A형 간염이 크게 유행할 때 A형 간염 백신이 부족했던 적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자국 백신이 없는 데다 외국 제약사 입장에서도 여러 나라에 공급해야 하니, 우선순위에 밀리게 된다. 여유 있게 백신을 확보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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