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10년을 기다린 배병준, 그에게도 전성기가 찾아왔다!

손동환 2022. 12. 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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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11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10월 25일 오후 12시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버티는 것’과 ‘기다리는 것’이다. 특히,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결과 때문에, 버티거나 기다리는 일은 너무 어렵다.
배병준(안양 KGC인삼공사)도 그랬다. 하지만 묵묵히 버티고, 끈질기게 기다렸다. 그렇게 10년을 보냈다. 오랜 시간 인고한 배병준은 ‘포텐’을 제대로 터뜨렸다. 배병준에게도 ‘전성기’가 찾아왔다!

“정말 다르더라고요”
배병준은 용산고와 경희대 시절 폭발력과 정교함을 겸비한 슈터였다. 그러나 그의 프로 입성은 순탄치 않았다. 쟁쟁한 동기들이 많았기에, 배병준의 이름은 생각보다 늦게 불렸다.
데뷔 시즌 기록 또한 초라했다. 2012~2013시즌 정규리그 11경기에 나섰고, 경기당 6분 54초를 나서는데 그쳤다. 평균 득점 또한 ‘1.3’에 불과했다.
동기들도 그랬지만, 같이 부딪힌 선배들은 배병준에게 ‘넘사벽’이었다. 하지만 배병준은 오히려 좌절하지 않았다. “프로는 정말 다르더라고요”라는 말 속에 설렘을 표현하기도 했다.

2012년 10월에 열린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5순위로 창원 LG에 입단했습니다.
오래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프로로 간 것 자체에 감사했던 것 같아요.. 2라운드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내가 과연 프로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웃음) 다행히 김진 감독님께서 저를 뽑아주셨어요. 그때서야 안도했던 것 같아요.
비시즌 훈련 없이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배병준은 2012년 10월 27일 전주 KCC를 상대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출전 시간은 단 26초였다)

데뷔전 역시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냥 편하게 뛰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경험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뭔가를 보여주기보다, 형들과 손발을 맞춘다는 점에 의미를 둔 것 같아요. 특히, 프로 무대를 처음 밟았다는 것에 설렘을 느꼈던 것 같아요.
프로의 벽이 더 높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먼저 외국 선수의 존재가 크게 다가어요. 그리고 동포지션에 있는 선배님들의 피지컬과 힘이 너무 좋더라고요. 공수 시스템 또한 세밀했고요. 그런 점들을 경험하면서, ‘프로랑 아마추어는 정말 다르다’는 걸 느낀 것 같아요.
2012~2013시즌 종료 후 프로 비시즌 훈련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2013~2014시즌에는 정규리그에 나서지 못했어요.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고, 비시즌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연습 경기에서도 기회를 많이 얻었고, 자신감도 얻었어요.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걱정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죠.
경기력이 가라앉는다는 걸 느꼈어요. 그렇지만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했어요. 제 경기력이 점점 가라앉다보니, 감독님께서도 다른 형들에게 기회를 많이 준 것 같아요. (정)창영이형(전주 KCC)과 (박)래훈이형(홍천에핀), (조)상열이형(대구 한국가스공사) 등 동포지션에 쟁쟁한 형들이 많았거든요.

“서운하지 않았냐고요? 저에겐 설렘이었습니다”
배병준은 2013~2014시즌 정규리그를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훈련에 열중했다. 2014~2015시즌에는 정규리그 전체의 절반을 소화했다. 27경기에서 평균 7분을 뛰었다.
조금씩 감각을 쌓는 듯했다. 하지만 2014~2015시즌 종료 후 공백기를 맞았다. 상무가 아닌 일반 군 부대로 입대한 것. 2년이라는 시간이 배병준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병준은 농구를 놓지 않았다. 군 복무 기간 중에도 농구공과 오랜 시간 보냈다. 육군 3사관학교의 농구 조교로 복무했고, 함께 복무했던 간부가 배병준에게 농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
배병준은 설렘을 안고 제대했다. 하지만 제대 첫 시즌(2017~2018) 종료 후 트레이드됐다. 충격이 클 법했다. 그렇지만 배병준의 생각은 달랐다. 배병준은 “좌절하지도 않았고, 서운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설렘이 컸다. 열심히 한다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며 다른 감정을 이야기했다.

2014~2015시즌 종료 후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습니다. 가장 큰 공백기였는데요.
육군 3사관학교에서 체육 조교로 복무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농구 조교였죠. 상무에 비해 정식 시합이나 단체 훈련을 못했을 뿐, 개인 훈련을 위한 여건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군 입대 전에 스킬 트레이닝에서 배운 기술들을 개인 연습 때 활용했습니다. 간부님께서도 운동할 여건을 마련해주셨어요. 그래서 개인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일과는 어떻게 됐나요?
아침 점호 후 일과 시작 전까지, 운동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간부님의 허락 하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점심 먹고 오후 2시 전까지도 개인 정비 시간이었습니다. 그 때는 슈팅을 연습했어요.
저녁에도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관생도가 일과 종료 후 농구 지도를 부탁할 때, 저는 농구공을 자연스럽게 만졌습니다. 다행히 농구를 좋아하는 생도가 많아서, 저도 농구 감각을 잃지 않았던 것 같아요.
농구 조교를 담당하셨던 간부님께서도 저를 많이 챙겨주셨습니다. 주말에는 다른 동호인들을 저희 부대로 초청해서 시합을 뛰게 해주셨습니다. 부대 밖에서도 시합을 많이 뛰었고요. 지금도 그 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2018년 1월 7일. 제대 후 첫 경기를 치렀습니다.
(창원 LG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경기가 열렸고, 배병준은 3분 7초 동안 코트에 있었다)

너무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제대 두 달 전 발목을 크게 다쳤다는 점입니다. 전역 후 시즌 개막 전까지 재활을 병행했습니다. 하지만 회복이 안 되더라고요. 현주엽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셨음에도, 저는 전력 외 자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런데 팀 성적이 일찌감치 확정됐습니다. 때마침 제 몸도 어느 정도 올라왔어요. 그래서 저도 기회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 마음 편하게 뛸 수 있었어요.(웃음)
2017~2018시즌 종료 후 처음으로 트레이드됐습니다. 행선지는 안양 KGC인삼공사였고요.
(LG와 KGC인삼공사의 2대2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LG는 당시 기승호와 배병준을 KGC인삼공사로 보냈고, KGC인삼공사는 강병현과 이원대를 LG로 보냈다)

LG에 서운한 건 전혀 없었습니다. 좌절이라는 감정도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설레는 마음이 컸습니다. ‘한 번 더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거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많아진 기회, 감격의 무대
첫 트레이드를 경험한 배병준은 설레는 마음으로 2018~2019시즌을 소화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출전 경기 수(47경기)와 데뷔 후 가장 긴 평균 출전 시간(13분 16초)을 소화했다. 경기당 5.2점에 1.3개의 3점슛을 성공했다. 3점슛 성공률 또한 33.9%.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그러나 2018~2019시즌 종료 후 또 한 번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배병준의 감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설렜다. 2021~2022 시즌에는 아무나 경험하기 힘든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데뷔 후 최고의 팀 성적을 기록했다. ‘SK 창단 첫 통합 우승’과 ‘데뷔 첫 통합 우승’을 동시에 경험했다.

트레이드 첫 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찍었습니다. 이전과는 어떤 게 달랐나요?
김승기 감독님께서 저에게 많은 관심을 주셨습니다. 프로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관심이었죠.(웃음) 김승기 감독님의 관심에 보답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또, (변)준형이와 (박)지훈이가 저를 많이 봐줬어요. 저의 움직임을 많이 봐줬고, 저와 관련된 패턴 역시 많이 활용했죠. 감독님께서도 자신감을 심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기록을 냈다고 생각해요.
2020년 5월, 서울 SK로 트레이드됐습니다. 두 번째 트레이드였는데요.
(전)성현이가 2019~2020 시즌 중반에 전역했습니다. 성현이의 슈팅은 넘사벽이었습니다.(웃음) 경쟁자나 라이벌이 아니라, 그저 탑 티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성현이를 보니, 제가 어떤 선수인지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트레이드 때도 섭섭함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트레이드처럼 설렘만 가득했습니다.(웃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하자’는 마음이 그 때도 강했던 것 같아요.
2020~2021시즌에도 많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가 SK로 합류했던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문경은 감독님께서는 저한테 많은 기회를 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했어요.
그렇지만 팀 성적은 좋지 않았어요. 부상자가 많았고, 워니도 100%가 아니었거든요. 또, 외국 선수 간의 출전 시간 배분 때문에, 외국 선수 간의 시너지 효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요소 때문에, 국내 선수들도 흔들렸고요. 아쉬움이 많이 남았죠.
하지만 SK는 2021~2022시즌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배병준 선수도 챔피언 결정전을 처음 뛰었습니다.
(배병준은 2021~2022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2분을 뛰었다. 데뷔 첫 챔피언 결정전이었다. 그리고 SK는 해당 경기에서 ‘창단 첫 통합 우승’을 확정했다. 배병준 또한 ‘데뷔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챔피언 결정전의 분위기와 챔피언 결정전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께 너무 감사했어요. 또, 주전들이 점수 차를 벌려줬기에, 제가 그런 기회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에게도 많이 고마웠습니다. ‘내가 SK라는 최고의 팀에서 뛰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10년의 기다림
배병준은 2012년 10월에 데뷔했다. 그리고 2022년 10월을 코트에서 맞았다. 데뷔 후 10년. 그래서 2022~2023시즌은 배병준에게 큰 의미를 준다.
데뷔 10년차가 된 배병준은 200%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 개막 후 5경기에서 평균 30분을 출전했고, 11.4점 3.2리바운드 1.8어시스트에 경기당 2.0개의 3점슛을 꽂고 있다. 3점슛 성공률 또한 58.8%. 초반이라고는 하나, 배병준의 변화는 놀랍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배병준은 프로에서 10년을 버텼다. 지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10년을 버틴 배병준은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였기에, 배병준의 기록은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배병준의 2022~2023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떤 결과로 끝나든, 배병준의 남은 시즌은 기대할 가치가 있다.

2021~2022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KGC인삼공사로 돌아왔습니다.
SK에서는 ‘재계약’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SK 관계자 분들에게 “다른 팀의 연락을 기다려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비록 보여준 게 없었고 SK의 분위기도 너무 좋았지만, SK에서는 많이 뛸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경쟁자가 너무 많았거든요.
그 때 김성기 사무국장님(KGC인삼공사)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저는 국장님한테 제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국장님께서 그걸 듣고는 “한 번 만나보자”고 말씀하셨어요.
김성기 국장님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나요?
“김상식 감독님께서 너를 대학생 때부터 눈여겨봤다. (전)성현이가 나갔는데, 너가 그 자리에 오면 괜찮을 것 같다. 너가 잘한다면, 우리 팀은 더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런 말씀이 저한테 와닿았던 것 같아요.
김상식 감독님께서는 ‘슛’을 강조하시는 분입니다. ‘슛’이 장점인 배병준 선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볼이 오면 자신 있게 쏴라. 스페이싱과 코트 밸런스 생각하지 말고, 찬스가 보이는 곳으로 움직여라”고 하셨습니다. 단순하게 주문하셨죠. 그래서 좋았습니다. 생각을 단순하게 할 수 있었거든요.
또, 팀 훈련이 끝나면, 감독님께서 슈팅 연습할 시간을 30분 정도 주셨어요. 슈팅 연습을 도와주신 조성민 코치님께서 “볼이 어디서 올지를 생각한 후 스텝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하셨어요. 그런 점을 생각하면서 연습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그런 것들이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선수들에게 부담을 전혀 안 주세요. 선수들을 전혀 터치하지 않으세요. (양)희종이형이 불안해할 정도로요.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셨기에, 저희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요. 그게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는 것 같고요요. 무엇보다 선수들이 ‘열심히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을 가지는 것 같아요.
지금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려면, 어떤 게 더 필요할까요?
저희가 잘했을 때나 저희가 졌을 때나, ‘수비’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특히, 저희가 졌을 때는, 잘못된 수비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런 것부터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전)성현이형을 대신해 들어왔습니다. 저도 주변 분들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세요. 물론, 성현이형의 빈자리가 크지만, 저희 KGC인삼공사는 여전히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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