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잘라먹은 테일러 주심… 한국 이어 벨기에도 당했다
“아니, 왜 또. 10초가 남았는데 불어 버리네요.”
벨기에와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을 지켜보던 국내 중계진은 종료 휘슬이 불리자 이렇게 말했다. 보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한 주심의 이름은 앤서니 테일러. 얼마 전 한국의 마지막 코너킥 기회를 뺏고 파울루 벤투 감독을 퇴장시켰던 바로 그 심판이다.
2일(한국 시각) 자정 치러진 경기는 치열한 공방의 연속이었다. 양 팀은 0-0 팽팽한 흐름을 후반 막판까지 이어갔고 결국 승부를 내지 못한 채 무승부로 마무리 지어야 했다. 승자와 패자가 없었지만 한쪽은 웃었고 다른 한쪽은 울었다. 크로아티아는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벨기에는 3위에 머물며 탈락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벨기에에게 종료 직전 순간은 마지막 공격 기회였다. 이날 후반 추가시간은 4분이었고 10초가 남았을 무렵 공을 잡은 벨기에는 크로아티아 진영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를 해설하던 중계진도 “10초 남았다. 양팀의 명운이 걸렸다”며 흥분했다. 그러나 그 순간 테일러 주심은 종료 휘슬을 불어버렸고, 벨기에 선수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테일러 주심이 경기 종료를 선언한 정확한 시점은 TV 중계에 나온 시계 기준 48분55초였다. 4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진 경기를 3분55초 만에 끝내버린 셈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대회에서 비교적 정확하게 추가시간을 계산하고 있으며, 경기 도중 지체된 시간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테일러 주심만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단 5초라는 시간만을 본다면 가망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축구 팬들은 그 5초가 마지막 공격 기회임을 알면서도 흐름을 끊어버린 테일러 주심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더군다나 그의 주 활동 무대인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들과 앞선 한국-가나전에서 보인 모습 탓에 분노하는 여론도 만들어지고 있다.
테일러 주심은 지난달 28일 있었던 한국과 가나의 H조 2차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후반 추가시간 가나에 2-3으로 뒤진 한국이 마지막 코너킥 기회를 잡았지만 그대로 종료 휘슬을 불어버린 것이다. 동점골이 나올 수 있었던 세트피스 상황을 그대로 날려 버린 상황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강하게 항의했고 벤투 감독 역시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격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자 테일러 주심은 그 앞에 레드카드를 들이밀었고 벤투 감독을 퇴장시켰다. 한국이 3일 자정 열릴 포르투갈전을 감독 없이 치르게 된 이유다.
이후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테일러 주심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테일러의 테러가 전 세계로 나아간다” “테일러가 또 자신을 경기보다 더 크게 만들었다” “테일러가 테일러 했다”고 했다. 여러 외신도 이런 반응을 인용하며 “테일러에게 익숙한 축구 팬들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출신의 테일러 주심은 2010년부터 EPL 심판을 맡았다. 2013년 FIFA 국제 심판 자격을 얻었다. 경기 중 일관성 없는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구설에 오르는 일이 잦았다. 다만 지난해 유로2020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덴마크 선수가 심정지로 쓰러지자, 의료진에게 신속히 도움을 청하는 등 빠른 판단과 침착한 대응을 보여 호평을 받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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