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송중기, “할아버지, 돈에도 도의는 필요합니다”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2. 12. 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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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정도경영(正道經營)’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배경이 되는 순양그룹의 모토이자 윤현우 시절 송중기의 롤모델인 창업주 진양철(이성민 분)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고졸출신 흙수저로 순양그룹의 오너일가를 관리하는 미래자산 관리팀 팀장 윤현우가 순양가에 충성한 데에는 이같은 창업정신에 대한 공감도 한 몫했다.

4-2 진도준으로 빙의·회귀해서도 이런 공감은 이어졌다. 진양철이 백자를 깬 장손 진성준을 혼내며 “너는 수 만 명의 순양 식구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질타할 때도 그 대사를 따라 읊으며 진양철의 정도경영이 수 만 명을 지키고 살리는 ‘활(活)의 경영철학’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에 불과했다. “정리해고? 누가 주인인 줄 가르쳐주는 기다. 내게 정도는 돈이다”는 진양철의 본심을 듣고부터 믿음에 균열이 시작됐다.

그리고 윤현우 시절 어머니(서정연 분)의 극단적 선택이 ‘순양생활과학’에 대한 주식 투자 때문임을 알았을 때, 그리고 순양생활과학이 승계자금 마련을 위해 ‘빅딜’로 포장돼 청산됐음을 알았을 때, 진양철의 ‘정도경영’이 완전 허구였음을 깨닫게 된다.

“소액주주들, 서민들의 피해가 막심했을 겁니다. 우리 순양을 믿은 죄밖에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는 진도준의 말에 “니가 와 서민들을 신경 쓰노? 니는 평생 서민이 될 수 없다. 진양철의 손자니까.”라고 진양철이 답 해왔을 때 진양철은 윤현우의 영혼을 지닌 진도준의 적이 되고 말았다.

윤현우에게 진도준으로의 회귀가 갖는 가장 절실한 의미는 윤현우의 복수도, 순양그룹도 아닌, 심장마비로 사망한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윤현우의 어머니는 아진자동차 고용승계투쟁에 합류했던 아버지(이규회 분)가 진압대원들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쓰러졌었다.

그 불행한 어머니의 죽음을 되돌리기 위해 진도준은 오세현(박혁권 분)의 미라클을 앞세워 순양자동차로 하여금 아진자동차 고용승계를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순양생활과학의 비도덕적 청산으로 말미암아 어머니의 죽음은 끝내 재현되고 말았다.

순양의, 진양철의 ‘정도경영’은 ‘활(活)’의 껍데기를 쓴 ‘살(殺)’의 철학이었다. 전생의 윤현우도 그렇게 기만 당하고 죽었으며, 그 어머니마저 '행복의 나라'를 약속한 순양에 기만 당한 채 죽음을 맞아야 했다.

그리고 정도를 잃은 진양철과 나머지 진씨 일가로부터 순양을 뺏어오는 것, 그리하여 명실상부한 정도경영을 실현하는 것, 그것이 윤현우의 영혼을 가진 진도준의 목표가 됐다.

“내가 못가진 게 뭐가 있는 것 같으노?”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진양철. 하지만 진도준은 그가 갖지 못한 것을 안다. 그래서 “그 정치 한다카는 놈들 때문에 내가, 이 순양이 얼마나 더러븐 꼴을 본 줄 아나?”며 진양철 스스로 노출한 약점을 공략한다.

정치를 지망한다는 이유로 진양철로부터 천대받는 고모부 최창제(김도현 분)는 쓸모있는 카드다. 진양철에 대한 적의가 특히 쓸만하다. 진도준은 다시 한번 미라클을 앞세워 최창제를 후원, 서울시장을 만들고 그로부터 진양철이 장손 진성준(김남희 분)에게 일임한 새서울타운 개발 사업권을 따낸다.

진양철은 기가 막힌다. 순양의 닭 잡는 칼이었던 사위 놈이 키워준 적도 없는데 소를 잡을 만큼 커버려선 감히 이빨을 들이민다. 누가 키웠는지 알아야겠다. 검찰을 동원해 오세현을 뇌물죄로 엮었다. 협상카드는 베일에 쌓인 미라클의 대주주와 진양철의 독대. 진양철은 그렇게 미라클의 대주주 진도준을 만났다. 놀람, 당황, 충격은 오롯이 진양철만의 몫이었다.

진양철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그는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아진자동차 인수전에서 둘째 아들 진동기(조한철 분)가 형 진영기(윤제문 분)를 흠집내고자 라이벌 대영의 주영일(이병준 분)과 야합했을 때도 “장사꾼이다. 장사꾼이 이문 앞에서 부모형제·삼강오륜 다 따지가 우예 돈을 벌겠노”라 묵인했었다. 비록 그 표정은 울먹이듯 쓸쓸했지만.

그리고 이번엔 눈 좋고 운 좋은 데다 제 분수 지켜 그룹 승계엔 관심없어 이뻐한 막내 손자가 반기를 들었다. “내가 저를 얼마나 이뻐했는데..도대체 왜 순양의 발목을 네가 잡아!”하는 복받침은 마땅하다. 그럼에도 진양철은 진도준을 어린 손자가 아닌 대등한 라이벌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진동기의 사례에서 보듯 진양철이 생각하는 우수한 사업가란 계약을 유리하게 체결하는 것이 본령이 아니다. 그런 것은 부수적인 것일 수 있다. 그보다는 언제 어떤 경우에도 목적인 돈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버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안고 갈까 내칠까 양심과 싸우고 있다면 연금이나 타먹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 진양철을 향해 진도준은 “순양, 제가 사려고요!”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바야흐로 ‘상대방의 정의라도 내가 돈 주고 산다’는 할아버지와 ‘내 쪽에 있어야 할 정의, 돈으로라도 지킨다’는 손자간 ‘쩐의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18살에 학교졸업하고 30년동안 아진이 인정한 장인으로 살았어. 근데 식당 일에 고생만한 마누라한테 꽃 한다발 선물 못할만큼 뭘 그렇게 잘못했냐구!”하는 윤현우 아버지의 절규와 “돈 많이 벌어서 자식들에게 미안하지 말고 살어. 귀한 자식 이뻐만 하면서 그렇게 살어.”라 했던 어머니의 당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가치. 돈에도 도의는 필요한 것이다. 이제 진양철이 진도준에게 참교육을 받을 차례인가 보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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