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들으라고 주택가에서 시위하나 [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입력 2022. 12. 2. 09:09 수정 2022. 12. 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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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일부 소유주들이 지난 12일부터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관통을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왜 여기 와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누구 들으라고 시위를 하는 건가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들이 난데없는 소음에 몸살을 앓고 있다. 광역급행철도(GTX) 노선변경을 요구하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 시위 때문이다.

추진위는 은마아파트 하부를 지나도록 설계된 GTX-C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문제는 시위 장소가 사업 주체인 국토교통부 앞도,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앞도 아닌 주택가라는 점이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안전은 중요한 문제인 만큼 필요하다면 노선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공법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사는 주택가에서 시위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한남동 주민들의 피해가 계속되자 현대건설은 윤영준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주민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그룹 오너의 집 앞에서 시위를 하면 오너를 자극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을 넘은 시위는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우회노선을 검토 중이던 현대건설은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화를 거부하고 도를 넘은 시위를 하는 추진위와 더 이상 협상할 수 없다는 강수를 둔 것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도 추진위가 공금을 GTX 착공 반대 집회 인원 동원에 사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행정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한 국가사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일방적인 선동이 계속될 시에는 국토부가 행정 및 사법적 수단까지 강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건설된 지하철과 철도노선 중 20개 구간이 주거지를 가로질렀는데, 일부 이익 집단의 반발로 국가사업이 흔들리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의지인 셈이다.

추진위가 정 회장 집 앞에서 시위하는 대신 대화를 택했더라면 오히려 노선변경이라는 실익을 얻어내기 쉬웠을지도 모른다.

한남동보다 시위 피해가 더 큰 곳은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 한강로 일대 주택가다.

이곳은 대로변이지만 주상복합이 밀집한 주택가다. 초등학교와 특수학교도 자리잡고 있다. 이 일대 주민들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함께 밀려온 시위대 때문에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창문을 못 열겠다”는 건 기본이고 “주말이면 몰려드는 시위대 탓에 주말을 빼앗겼다”는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 양산 평산마을 주민들도 극우단체의 집회·시위로 고통을 겪었다.

현행 집회·시위법은 외국 공관 등 특수 장소가 아니라면 신고만으로 집회나 시위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주택가 집회를 제한할 규정이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거주민 몫이다.

1일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대통령 집무실과 문 전 대통령 사저 주변 100m 이내 지역은 시위가 제한되겠지만, 그 밖의 다른 주택가 시위에 대한 대책은 없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지만 다른 사람들 권익을 침해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정치권은 전현직 대통령 보호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호소하는 시위 피해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찰도 소음규제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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