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급 조커' 도안·미토마, 6분 만에 만든 '칼리파 기적' 2탄(종합)
(알라이얀=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일본이 '전차군단' 독일과 '무적함대' 스페인을 내리 격파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최고의 이변을 연이어 만들어 낸 뒤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내세운 '특급 조커' 도안 리쓰(프라이부르크)와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의 활약이 있었다.
일본 축구 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조 1위(승점 6)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월드컵 조 편성이 결정됐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결말이었다.
대회 전부터 E조는 '죽음의 조'로 불렸다.
2010년대 들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유럽의 맹주 스페인과 독일이 같은 조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 가장 주목받는 조가 됐는데, 함께 포함된 나라가 일본과 코스타리카라서 명확한 '2강 2약'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첫 경기부터 일본이 독일을 잡는 이변을 만들더니, 8일 만에 같은 장소에서 스페인까지 제압하고 1위를 차지하는 '반전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일본이 전반 스페인의 패스 축구에 완전히 압도당한 가운데 알바로 모라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헤더 선제골을 허용, 0-1로 끌려갈 때만 해도 탈락이 눈앞에 어른거렸으나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모리야스 감독은 후반전에 들어가며 선발 공격진에 배치했던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와 측면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FC도쿄)를 빼고 도안과 미토마를 투입했는데, 이들이 단 6분 만에 경기를 제대로 바꿔놨다.
두 선수의 투입과 함께 일본은 시작부터 강한 전방 압박과 한층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스페인 수비진을 어수선하게 했고, 후반 3분 만에 도안이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골문을 열어 균형을 이뤘다.
이어 3분 뒤엔 다시 도안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을 휘저은 뒤 반대편으로 공을 보냈고, 미토마가 어렵게 연결한 것을 다나카 아오(뒤셀도르프)가 밀어 넣어 전세가 뒤집혔다.
미토마가 공을 올리기 전 라인을 나갔는지에 대해 비디오 판독(VAR)이 시행된 끝에 완전히 나가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시간이 꽤 흘러 골이 인정되는 '극적 요소'도 있었다.
두 교체 카드의 맹활약 속에 단숨에 몰아쳐 뽑아낸 두 골을 일본은 끝까지 지켜내 '아시아 최초 2회 연속 16강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월드컵으로 오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 한때 경질론에도 시달렸던 모리야스 감독의 전술은 이 경기를 앞두고도 비판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일본이 독일을 2-1로 꺾을 때 교체로 출전해 동점 골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 등 활약한 미토마가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도 선발로 나서지 않은 가운데 일본이 코스타리카에 0-1로 지며 각국 언론에서 그의 활용법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코스타리카전에서도 미토마가 패배 속 위협적인 드리블 등으로 분전한 터라 일본 팬들의 원성은 더 컸다.
하지만 모리야스 감독은 16강 진출을 확실히 하려면 승리가 필요했던 이날 스페인과의 경기에서도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미토마는 벤치에서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독일전 때 교체 카드로 가동돼 후반 30분 동점 골로 역전승의 신호탄을 쐈던 도안도 코스타리카와의 경기 땐 선발로 나섰다가 이날은 다시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일본이 전반 스코어대로 스페인에 져 자칫 탈락했다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을 선택이지만, 모리야스 감독이 하프타임 직후 이들을 반격의 선봉장으로 내세워 대역전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아껴뒀다가 제때 쓴 카드'가 됐다.
축구 통계 전문 옵타에 따르면 일본은 이 경기에서 역대 월드컵 경기 승리 팀 중 가장 낮은 점유율 17.7%를 기록했을 정도로 주도권을 내준 양상이었으나 기적을 만드는 데는 6분이면 충분했다.
경기 후 일본 팬들은 모리야스 감독에게 환호성을 보냈고, 모리야스 감독은 '하트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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