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약, 게임 체인저 아니면 지나가는 바람?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2. 12. 2. 08:39 수정 2022. 12. 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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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日에자이·美바이오젠 개발 레카네맙
임상 3상서 인지감퇴 27% 늦춰
미 FDA 내년 1월 신약 심사
부작용 사망자도 나와 효능에 의문도
일반인(normal)과 알츠하이머 환자(AD)의 뇌 영상 차이. 컬러로 나온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사진에서 붉은색은 신경세포 활동이 활발한 곳을 의미한다. 영상을 보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신경세포 활동이 크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flickr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처음으로 인지기능 감퇴를 늦춘 것으로 나타나 환자 치료에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부작용도 나타났고 임상시험 도중 사망자도 나와 확실한 치료제로 보기에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예일대 의대의 크리스토퍼 반 다이크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레카네맙(lecanemab)’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대상 임상 3상 시험에서 투약 18개월 뒤 인지능력 감퇴를 27% 늦췄다”고 밝혔다. 레카네맙은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한 항체 치료제이다.

임상 3상 시험서 인지기능 감퇴 늦춰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 치매 환자 5500만명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이지만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과학자들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가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 오히려 신경세포에 손상을 준다. 레카네맙은 베타 아미로이드에 결합해 다른 면역세포의 공격을 유도한다.

이번 임상 3상 시험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절반은 레카네맙을 투여하고 나머지는 가짜약을 줬다. 연구진은 18개월 동안 임상치매척도(CDR) 종합 점수 변화를 추적했다. CDR은 환자, 보호자와 자세한 면담을 통해서 기억력, 상황인식 능력. 문제해결 능력, 사회활동, 집안생활, 위생의 6가지 세부 영역의 기능을 평가해 점수를 합산한다. 18점이 가장 나쁜 상태이다.

임상 시험 결과 레카네맙 투여 환자는 CDR 종합 점수가 처음 3.17점에서 1.21점 더 나빠졌다. 가짜약 그룹은 18개월 동안 3.22점에서 1.66점이 추가됐다. 신약이 환자의 인지능력 감퇴를 27% 늦춘 것이다. 크리스토퍼 반 다이크 교수는 “18개월 동안 두 그룹이 보인 0.45점 차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의미 있다”고 밝혔다. 앞서 9월에 임상 결과가 일부 먼저 발표됐다가 이번에 전체 시험 자료가 논문으로 공개됐다.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신약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병세를 유의미하게 바꿀 수 있음을 확증했다”며 미 식품의약국(FDA)에 신속승인을 요구했다. 리처드 오클리 영국 알츠하이머 협회 연구 부국장은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징(game changing) 결과”라고 말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치매연구소의 바트 드 스트루퍼 소장도 “알츠하이머 환자를 치료하는 최초의 약”이라며 “신약의 혜택이 제한적이지만 시간이 가면서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알츠하이머 신약 레카네맙의 임상 3상 결과. 세로축은 임상치매척도(CDR) 종합 점수로 0~18점까지이다. 숫자가 클수록 인지기능이 나빠진다. 레카네맙 복용 그룹(녹색)은 가짜약 그룹(검은색)보다 18개월 동안 CDR 종합 점수 증가가 27% 낮았다./바이오젠

아밀로이드 가설의 타당성 재확인

이번 결과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라는 ‘아밀로이드 가설’을 다시 확인한 결과로 평가됐다. 아밀로이드 가설 이후 30년 넘게 제약사들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하는 약을 개발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가설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가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국 미네소타대의 2006년 네이처 논문이 조작됐다는 발표도 나와 제약바이오 산업에 충격을 줬다.

아밀로이드 가설에 따라 개발된 약도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앞서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베타 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항체로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도 지난해 6월 미 FDA의 허가를 받았지만 의료계가 사실상 거부했다. FDA 심사 전에 전문가위원회는 회사가 진행한 임상 두 건의 결과가 다르다며 허가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FDA 승인 후에도 미국 건강보험 회사들이 아두헬름을 거부했다.

이번 임상 3상 결과는 알츠하이머 가설에 대한 회의론을 뒤집었다. 1989년 아밀로이드 가설을 내놓은 영국의 존 하디 UCL 교수는 “이것이 (알츠하이머병) 종말의 시작이며, 곧 획기적인 치료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 FDA는 내년 1월에 신속승인 여부에 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더 타임스지는 전문가들이 내년 말 영국에서도 레카네맙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신경세포 사이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들이 뭉쳐 덩어리를 이룬 모습(주황색)의 상상도. 베타 아밀로이드 덩어리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최근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SCIENCE SOURCE

뇌부종, 뇌출혈 부작용 나와 논란

문제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 논란이다. 에자이에 따르면 레카네맙 투여군과 대조군에서 뇌출혈은 각각 17.3%와 9%, 뇌부종은 12.6%와 1.7% 나타났다. 뇌출혈 사망자도 2명 나왔다. 부작용은 APOE4 유전자를 두 벌 가진 사람에서 많이 나타났다. 이 유전자군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기 쉽다고 알려졌다.

에자이는 “부작용이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경미했고, 뇌출혈 사망 2건도 레카네맙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레카네맙과 함께 혈전용해제를 함께 복용한 환자로 밝혀졌다. 레카네맙이 사인이 아니더라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고령자는 혈전용해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신약의 혜택을 받을 사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신약 효과를 볼 환자를 찾는 것도 문제다. 레카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투여해야 효과가 있어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알츠하이머병을 효과적으로 조기 진단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약이 인지기능 감퇴를 27% 늦췄지만, 이 정도 변화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실제로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약효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미국 반더빌트대의 매튜 슈래그 교수는 트위터에 “이 치료제가 질병을 변화시킬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치료 효과는 대부분 첫해에 나타났는데, 실제 치료제라면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커져야만 한다”고 밝혔다. 슈래그 교수는 앞서 아밀로이드 가설의 기반이 된 미네소타대의 네이처 논문이 조작됐음을 밝힌 과학자이다. 그는 트위터에 “내 환자들에게는 아직 기다리라고 조언하겠다”고 덧붙였다.

참고자료

NEJM, DOI: https://doi.org/10.1056/NEJMoa221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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