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기대?…"HPV백신 미접종 남성 50년간 무방비"

백영미 기자 입력 2022. 12. 2. 08:30 수정 2022. 12. 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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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국내 두경부암 발병률 10년새 35% 증가
백신 미접종 남성 50년 이상 무방비 상태
선별검사 불가능해 HPV백신예방접종 뿐
HPV감염되면 후유증 시달려 치료비 상승
남성뺀 국가 HPV백신접종지원 효과 의문
60개국 男백신접종 …2년새 17개국 증가

[서울=뉴시스]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비인후과학회 보험이사). (사진= 중앙대병원 제공) 2022.12.01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내 여성의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 효과는 높은 접종률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50~70년 뒤에나 나타납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남성들은 앞으로 50~70년간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비인후과학회 보험이사)는 최근 "우리나라도 국가예방접종(NIP)을 통해 남성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백신 접종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세계적으로 국가예방접종을 통해 남성의 HPV백신 접종도 지원하고 있는 것은 낮은 접종률과 남성의 높은 암 발병률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남성의 HPV 백신 접종도 지원해 남녀 모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HPV백신은 주로 여성이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접종하고 있다. 하지만 HPV는 성매개 질환이여서 남녀 모두에게 감염·전파될 수 있다. 실제 최근 구강암·후두암·편도암·구인두암 등 두경부암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두경부암 발병률은 최근 10년간(2010~2019년)35%나 증가했다. 특히 구인두암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훨씬 많이 발생한다.

두경부암은 선별검사가 불가능해 현재로선 HPV 백신 접종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백신접종 효과는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된다. 유럽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남녀 HPV백신 예방접종은 남성과 여성의 HPV 관련 암 발생 비율을 각각 64.9%, 39.5%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약 60개국에서는 이미 남녀 청소년에게 국가예방접종을 통해 HPV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이 교수를 통해 두경부암의 특성과 우리나라의 남녀 HPV 백신 접종의 필요성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국내 남성 구인두암 발병 추이가 궁금합니다.

"국립암센터 암등록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구인두암 환자는 3969명으로 2002년(1989건)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인구 수가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급격히 늘고 있는데요. 특히 남성의 구인두암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개방된 성문화가 영향을 미친 건가요?

"문화적 요인보다 성병으로 인한 유병률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흡연이 원인인 대표적인 암인 후두암 환자는 17년간 발병률에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구강암은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흡연율이 많이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두경부암 전체 발병률이 오르고 있는 것은 암 발병 원인이 변화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가장 큰 원인이 HPV죠. 2007년 국내 최초로 편도암 샘플을 뜯어 HPV DNA를 추출했는데요. 미국 뿐 아니라 국내 환자도 73%가 HPV에 감염돼 있었습니다."

-한번의 HPV 감염이 구인두암 유발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HPV치료법이나 선별검사법이 있나요?

"HPV는 감염돼도 90% 이상은 자연소멸합니다. 표피세포가 계속 탈락하기 때문에 한 번의 감염이 질환을 유발하진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피부에 상처가 생겨 기저세포가 HPV에 감염될 경우 얘기는 달라집니다. 기저세포는 탈락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감염돼 암으로 발전하죠. 또 편도에는 ‘크립트(Crypt)’라는 울퉁불퉁한 골짜기처럼 생긴 틈이 있는데, HPV에 감염되면 음푹 파여 있어 솔로 긁을 수가 없습니다. 또 HPV 조기 감염을 발견하려면 편도 조직 검사를 해야 하는데요. 편도암 환자의 대부분인 40~50대 남성이 증상도 없는데 자발적으로 조직 검사를 받아 HPV 감염 여부를 파악하긴 현실적으로 어렵죠."

-구인두암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암의 주요 원인은 흡연과 바이러스인데요. 금연과 함께 HPV 감염을 줄이는 게 가장 좋지만, 감염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아직 없습니다. HPV로부터 안전하려면 성생활을 아예 하지 않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또 상대방이 HPV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알 수 없고 자신의 기저세포에 손상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요."

-남성이 HPV백신 접종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요?

"구인두암을 일으키는 HPV유형의 90%가 16형이여서 백신 접종으로 대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6, 11, 16, 18번을 예방하는 4가 백신을 접종했는데 9가 백신에 포함된 31, 33번의 예방 효과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고요."

[서울=뉴시스]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비인후과학회 보험이사). (사진= 중앙대병원 제공) 2022.12.01

-성관계 경험이 있다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나요?

"HPV가 혈액 중 노출돼 면역체계가 작동하면 항체를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그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바이러스가 체내 들어오기 전 백신을 접종해 면역 체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죠. 성경험 이후 백신을 접종해도 부작용이 생기거나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감염된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정부는 2016년부터 국가예방접종을 통해 여성 청소년 대상 HPV 백신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올해부터 접종대상을 기존 만 12세에서 만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확대했는데요.

"접종 권고 연령(만 12~13세)이 지나도 백신 효과를 볼 수 있어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학교에서 건강한 성생활과 백신접종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면 좋겠습니다. 두 딸도 HPV 백신을 맞긴 했지만 초중생 자녀에게 성병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설명하긴 어렵더라고요.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듯 HPV 백신도 교육이 필요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예방접종을 통해 HPV 백신을 남성에게도 지원하는 것을 올해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질병관리청은 2024년 국가예방접종을 통한 남성 HPV접종 지원을 목표로 현재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최근 구인두암이 질병청의 연구에 포함됐는데요. 평가 결과로만 백신접종 지원 여부를 섣불리 판단할까 우려됩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돼 지원하지 않는다면 예방 가능한 질환임에도 50년 동안 발생할 남성 구인두암에 대해 손을 놓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구인두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남성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대비 효과를 이유로 남성을 제외하고 백신 정책을 펴는 것이 맞는지 의문입니다. HPV는 감염 후 방사선 치료를 하면 완치율이 70~80% 정도에 달해 예후는 좋지만 평생 후유증으로 먹고 말하기가 불편하고, 치료비도 계속 상승합니다. 결국 HPV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겁니다."

-해외에서 국가예방접종을 통한 HPV 백신접종 지원 현황은 어떤가요?

"올해 6월까지 터키·스페인·일본 등을 제외한 미국 등 156개 국가가 NIP를 통해 HPV 백신 접종을 지원했습니다. 이 중 60개국이 남성에게도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0년만 하더라도 남성에게 백신접종을 지원하는 국가는 43개국이었는데요. 2년 새 17개국이 늘어났습니다."

-남성 HPV 백신 접종에 대해 강조하고 싶으신 점은요.

"HPV와 관련된 암은 50대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성생활이 활발한 20대에 HPV에 감염됐다가 20~30년 뒤 암으로 발전하는 겁니다.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더글라스도 60대에 구강암을 선고받았죠. 당시 미국 타블로이드 매거진 제목이 “와이프가 내게 암을 옮겼다고?”여서 인상 깊었습니다. 현재 미국두경부암학회 홍보이사로 활동하면서 HPV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는데요. HPV백신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입니다. 암 예방효과도 분명하고 부작용도 흔치 않은데 맞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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