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물가상승률 꺾였지만…’ 뉴욕증시 혼조세 마감 [김인오의 미주다]
코어 연간↑5.0%·월간↑0.2%
美 ISM 제조업지수 50 밑돌며
침체 압박 부각…매수세 주춤
EU,러시아원유상한 $60제안
국채수익률·달러값 대폭 하락
금 값 하루 새 3% 상승 눈길
올해 12월 첫 날인 1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뉴욕증시가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폭 완화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매수세가 쭉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미국 소비 물가 상승세가 일단 수그러드는 듯한 지표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지수가 둔화되고 월가에서 경제 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투자 심리가 흔들린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 달러화 가치가 다시 큰 폭 하락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결과 주요 지수 낙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증시가 전날 강력한 상승세를 잇지는 못했지만 변동성 지수는 낮아졌습니다. 뉴욕증시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 는 이날 3.60% 떨어진 19.84 를 기록하면서 20 밑으로 내려갔습니다.시장에서는 VIX가 10~20이면 증시가 안정적이고 30 이상이면 변동성이 크고 하락세가 짙다고 판단합니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는 개장 전 발표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세 둔화에 힘입어 장 초반 약한 상승세로 출발했다가, 개장 후 공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약한 하락세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우선적으로 참고하는 코어(근원) PCE 물가지수는 연간 5.0%, 월간 0.2%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5.0%, 0.3%)와 비교하면 연간 상승률은 예상에 부합했고 월간 상승률은 예상보다 낮게 나온 셈입니다. 앞서 9월(5.2%, 0.5%) 에 비해서도 상승률이 낮아졌습니다. 코어 PCE 는 헤드라인 PCE 에서 식품·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것을 말합니다.
이날 월가에서는 또 다시 경제 비관론이 흘러나왔습니다. JP모건의 두브라스코 라코스-부자스 전략가는 고객 메모를 통해 “민간 소비 위축으로 인해 실물 경제와 주식 시장이 추가 압박을 받으면서 내년 상반기 S&P 500 지수가 새로운 저점을 기록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가계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정부가 지원금으로 푼 대부분의 사용함으로써 가계 초과 저축이 거의 소진되었으며 가계의 자산(주택·주식·채권·암호화폐 등) 가치가 모두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 여력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례로 주식은 S&P 500 지수가 올해 약 15% 하락하고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시세가 60% 이상 떨어졌습니다. 라코스-부자스 전략가는 “소비 주도형 경기 둔화가 ‘기업 심리 위축·실업률 상승·디스인플레이션’과 맞물리면 연준이 기준 금리 인상 방향을 틀 것인 바 이렇게 되면 주식 시장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시기적으로는 2023년 후반부 반등이 일어나 해당 연도 말 S&P 500 지수가 4200 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투자자들이 경기 둔화 압박을 의식하고 방어주를 집중 매수하면서 방어주 주가수익비율(PER)도 높아졌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너코드 지뉴이티의 마틴 러버지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아직 방어주(필수 소비재·의료·유틸리티 업종) 비중을 줄이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캐너코드 분석에 따르면 S&P 500 지수 PER 은 17배인데 해당 지수 중 필수 소비재 업종 PER 은 21배, 의료는 18배, 유틸리티는 19배입니다. 세 업종 주가가 전체에 비해서 다소 고평가된 상태라고 볼 수 있지만 변동장세가 추가로 이어질 것임을 감안하면 방어주 보유 매력이 여전하다는 것이 캐너코드 측 의견입니다.
앞으로 주의해서 봐야할 경제 이벤트는 오는 2일 노동부가 발표하는 ‘11월 실업률’과 이어 12일 발표하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3일부터 이틀 간 연준이 여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입니다.
한편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주요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락(=국채 가격 상승) 했습니다. 대표적인 단기물인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4bp(=0.04%p) 떨어진 4.33%,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8bp 떨어진 4.66%,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5bp 떨어진 3.53% 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1% 넘게 하락했습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오후 5시 28분 기준으로 1.14% 떨어진 104.74 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올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소식을 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7개 회원국에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배럴 당 60달러로 설정하는 안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U를 포함한 G7(주요 7개 권역)은 오는 5일 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경제를 간접 제재할 계획입니다. EU의 이번 제안은 모든 회원국이 승인해야 하며, 승인이 이뤄지는 경우 1월 중순부터 약 2개월마다 합의 의행·효과 등에 대한 중간 검토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앞으로 유가를 흔들 만한 추가 이벤트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국의 방역 규제 완화 여부와 오는 4일 OPEC+ (석유수출국 기구와 비회원 주요 산유국) 의 산유량 결정 회의입니다. 중국의 경우 최근 베이징과 광저우, 충칭 등 대도시 당국이 방역 완화 조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한편 이날 금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금 1월물은 하루 새 3.14% 올라 1트로이온스 당 1808.2 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하루 단위로 보면 지난 2020년 4월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습니다. 금은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자 안전 자산으로 통하는데요.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꺾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 그리고 미국 달러화 가치가 이날 다소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이 상대적으로 금 투자 매력을 끌어당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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