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리포트] 툭하면 국가 경제 인질로···떼법 용인땐 '산업의 좀비화' 되풀이

여론독자부 기자 입력 2022. 12.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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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명운 걸린 화물연대 파업 대응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서울경제]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에 대해 공공운수노조는 강제 노동을 금지하는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노조적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물류가 마비되는 철도 파업을 막기 위한 의회의 조치를 촉구했고 의회가 그에 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경제를 마비시키는 물류 파업은 일반 기업의 노사 파업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간 불법과 폭력의 수단을 동원해 비노조원들의 운행을 막고 협박했으며 많은 기업의 물류를 방해해온 집단이 정부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위선적이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그간 자유시장경제와 법치의 원칙을 ‘떼법’에 타협해온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와 폭력적이고 과격한 노조의 관행,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인허가 권한을 남용해온 관치 경제의 모순들이 누적돼 나타난 현상으로 한국 경제의 치명적 약점이 노출된 것이다.

법적으로 이익단체일 뿐인 화물연대

사실상 노조로 인정한 것부터 잘못

경제 볼모로 독점적사업권 등 따내

신규진입 막고 지원금 확대 과실 챙겨

각국 공유경제로 일반인도 물류 참여

韓,이해집단 반발에 고비용 구조 지속

과보호 벗고 경영자 대항권 보장 필요

우선 화물연대를 노조로 사실상 인정하고 그들의 파업을 노동자들의 노동쟁의 권한 행사로 인식하는 것부터 크게 잘못된 것이다. 화물연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사업자들의 이익 단체일 뿐 노조가 될 수 없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이해를 위해 고용주를 대상으로 협상하는 조직이다. 화물연대는 지금 그들의 고용 관계와 무관하고 화물의 운임과 요금의 결정에도 아무런 관련이 없어야 할 정부와 협상을 하고자 파업을 하고 있다. 이들의 파업은 과거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던 의사들의 파업과 하등 다를 바 없이 사업자들이 담합해 국민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의료 파업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았다면 화물연대는 국가 경제를 인질로 삼았다는 점만 다르다.

'물류 멈춰 세상 바꾸자'는 화물연대

화물연대는 2002년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내걸고 탄생했다. 국민 경제를 볼모로 삼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과격한 이해 집단이다. 이들의 집단행동에 정부와 정치권이 굴복해오면서 불법과 폭력으로 점철된 이해 집단은 승리의 과실을 계속 챙겨왔다. 과거 2003년과 2006년·2008년·2016년 표준요율제를 내걸고 파업을 해왔으며 지난해에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내걸고, 또 올해 들어 파업을 하며 국민 경제에 큰 피해를 지속적으로 야기해왔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등록제였던 화물운수업을 허가제로 바꿔 화물운수업의 신규 진입을 막아주고 사망 시 상속권 인정, 안전운임제 도입, 화물을 자사 직원에 의한 배송이 아니면 반드시 화물사업자들에게만 맡겨야 한다는 독점적 사업권으로 타협을 해왔다. 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과 생활물류(택배)서비스산업법은 이들의 이해를 보호하고 유류 보조금, 공동 차고지 및 공영 차고지 건설, 낡은 차량의 대체, 화물자동차 휴게소 건설, 화물자동차운수사업의 서비스 향상을 위한 시설·장비의 확충과 개선 등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는 조항들이 덕지덕지 늘어왔다. 사업 원가는 국민 세금에 전가하고, 가격은 독점적 사업권과 신규 진입 차단, 담합 가격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좀비 경제화한 산업이 되고 있다.

원칙 저버린 관치···파업 '불쏘시개'로

표준요율제·표준운임제·안전운임제는 안전을 구실로 삼고 있지만 가격은 시장에서 자율적인 거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최저 가격을 법적으로 보호받으려는 가격 담합 제도다. 사업자들이 고객과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고 가격 담합 행위를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반공정 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가격은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자유시장경제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을 저버리고 떼법을 용인해온 것이 화물연대가 파업을 안 할 이유가 없게 만든 것이다. 윤석열 정부 또한 지난번 불법 파업 때 올해에 일몰되는 안전운임제의 계속 시행을 약속하며 굴복해 현 파업의 원인을 제공했다. 정부는 그간 비노조원들의 운행을 방해하고 폭력과 물리적 협박과 같은 탈법에도 법치의 준엄함을 보여준 적이 없다. 법치의 근본은 다른 사람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간 경제적 약자들이라는 이유로 다른 국민들의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방관해 기본권 보호라는 정부의 기본적 의무를 방기해왔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물류대란으로 이어지는 근본적 이유는 화주들의 대안이 봉쇄돼 있어서다. 화물 관련 법들이 인가된 화물(택배)사업자들에게만 화물을 위탁하도록 독점적 사업권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노동법이 파업 시 노동자들의 사업장 점거와 대체 인력 투입을 제한해 경영자들의 파업에 대한 대항권이 사실상 봉쇄돼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경제가 국가의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물류대란과 잦고 장기화된 파업은 대표적으로 경제를 멈추게 하는 일이다.

노동법·산안법 등 개혁 병행해야

운송과 교통에 관한 사업들은 운전이라는 공통의 기술을 활용한 사업이다. 일반 국민도 모두 차량을 운전하며 살고 있다. 특별히 운수 산업이나 택시에 면허 또는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할 이유는 많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면허 제도와 독점적 사업권이 개방되면 시장의 수요에 따라 공급의 조절이 가능하다. 이미 전 세계는 공유경제를 통해 일반인이 교통과 물류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것이 대세다. 하지만 이해 집단의 반발에 모빌리티 혁신을 거부해온 우리나라는 최근 택시 기사의 부족 현상은 물론 물류대란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관치 경제가 사실은 이해 집단의 보호 수단으로 타락해 국민의 불편과 물류 비용의 과도한 지불로 경제의 효율성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자이며 노동자를 자임하는 특수 고용의 계약관계가 만연해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지나치게 높은 고용 비용 때문이다. 고용 대신 계약관계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4대 보험료 등 복지 비용을 과도하게 사업자들에게 전가하는 제도에 기인한다. 노동법, 산업 안전 관련 법과 사회보장에 대한 현실적 개혁 없이는 사업자 아닌 사업자를 양산하는 고용 문제, 우리나라 산업의 평화와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어렵다.

日 잃어버린 30년도 '규제 통한 과보호' 탓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갖게 된 근본 원인은 사회적 약자와 경제적 약자들을 시장 규제를 통해 보호하는 규제 정책들에 있다. 플라자합의로 환율이 고평가됐을 때 구조 조정을 선택하는 대신 규제를 통한 과보호와 재정과 금융의 팽창정책으로 경제를 견인하려고 시도했다. 경제적 약자를 시장 할당으로 보호하겠다는 규제들로 국내에서 사업성이 낮아지자 정부의 통화 공급 확대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의 투자가 실종되고 돈은 일본을 떠났다. 한국은 1987년 체제 이후 일본의 경제 좀비화를 답습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구 감소 및 노령화와 더불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저하는 우려 수준을 넘은 지 오래다. 우리의 물류 파업은 산업의 좀비화와 과보호가 빚어내는 것으로 한국의 잠재 성장이 낮아지는 병적인 원인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법치와 자유의 복원을 내걸고 출범했다. 정부와 공공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를 지향한다고 했다. 지난 물류 파업에서 윤석열 정부의 자유의 비전은 실종되고 과거의 관행대로 화물연대에 굴복했었다. 이번에도 이미 안전운임제의 3년 연장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해 또다시 우려되는 바가 크지만 업무복귀명령과 불법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이 한국 경제의 잘못된 관행을 청산해 경제의 암을 도려내고 법치를 회복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경제 개혁의 역사적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는 경제성장의 재점화와 경제 질서를 시장 중심으로 옮기는 역사적 과제이자 소명임을 인식하고 국민들이 정부의 노력에 함께해야 떼법의 승리 재연을 막을 수 있다. 그것이 다음 세대에게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이병태 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KAIST 경영대학장과 테크노경영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여론독자부 기자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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