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州 의회, '국왕'에 충성 맹세 거부한 의원 입장 막아

김태훈 2022. 12. 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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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주(州) 주의회에서 새 국왕 찰스 3세에 대한 충성 맹세를 거부한 의원들이 의회 의사당 입장을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캐나다는 영국 국왕을 자국 국가원수로 섬기는 입헌군주제 국가이고, 퀘벡주는 캐나다에서 프랑스계 주민들 비중이 가장 큰 곳이다.

법에 따르면 주의회 의원은 의정활동에 돌입하기 전 반드시 국왕, 그리고 퀘벡주 주민들한테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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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새 국왕 찰스 3세 즉위 후 선서 안 해
"굴욕적 요구… 英 식민주의 잔재 불과" 반발
엘리자베스 2세 서거 후 군주제 회의감 커져

캐나다 퀘벡주(州) 주의회에서 새 국왕 찰스 3세에 대한 충성 맹세를 거부한 의원들이 의회 의사당 입장을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캐나다는 영국 국왕을 자국 국가원수로 섬기는 입헌군주제 국가이고, 퀘벡주는 캐나다에서 프랑스계 주민들 비중이 가장 큰 곳이다. 일각에선 엘리자베스 2세 서거 후 커진 군주제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퀘벡 분리주의의 견고함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캐나다 C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주의회 의사당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던 의원 3명이 의회 경위에 의해 제지를 당하고 결국 되돌아갔다. 해당 의원들은 모두 중도좌파 성향인 퀘벡당 소속이다. 의회 경찰 측은 이들이 법률상 ‘의원’의 자격을 충족하지 않아 입장을 막았다고 밝혔다. 법에 따르면 주의회 의원은 의정활동에 돌입하기 전 반드시 국왕, 그리고 퀘벡주 주민들한테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 그런데 해당 의원 3명은 퀘벡주 주민들한테만 충성을 맹세하고 ‘국왕’에겐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캐나다 퀘벡주 의회 소속이자 퀘벡당 원내대표인 폴 생피에르 플라몽동 의원이 의사당 본회의장 입장을 거부당한 뒤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캐나다 CBC 방송 캡처
지난 9월 엘리자베스 2세 서거로 찰스 3세가 영국, 그리고 캐나다의 새 국왕으로 즉위한 만큼 찰스 3세에게 반드시 충성을 맹세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맹세를 거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의회 본회의장 입장이 거부된 의원들 중에는 퀘벡당 원내대표인 폴 생피에르 플라몽동 의원도 포함됐다. 그는 CBC와의 인터뷰에서 “국왕에게 선서를 하는 것은 굴욕적”이라며 “영국 식민주의의 잔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주의회는 세습제 군주를 인정한 적이 없다”며 “법을 고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때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하겠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와 르고 퀘벡주 총리는 충성 맹세를 거부한 의원들의 의회 입장을 막은 것은 정당한 조치라고 했다. 다만 르고 총리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주정부가 직접 개정 법률안을 마련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 기간에 런던을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가 버킹엄궁에서 영국, 그리고 캐나다의 새 국왕 찰스 3세와 만나고 있다. 영국 왕실 SNS 캡처
‘영국 식민주의의 잔재’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 이번 사건의 본질에는 캐나다를 구성하는 영국계 및 프랑스계 주민 간의 감정대립이 자리하고 있다. 퀘벡주는 원래 프랑스령이었다가 18세기 북미대륙의 패권을 둘러싼 영국·프랑스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하며 영국령이 되었다. 하지만 주민 대다수가 프랑스계이고 언어도 프랑스어(90%)가 영어보다 훨씬 널리 쓰이다 보니 자연히 영국계가 주류인 캐나다에 반감을 갖게 됐다. 퀘벡 분리주의자들이 주도해 캐나다로부터 퀘벡의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비록 부결에 그치긴 했으나 퀴벡주엔 여전히 분리독립을 원하는 여론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캐나다에서 군주제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려 70년이나 재위한 엘리자베스 2세 시대에는 군주제를 그냥 받아들였으나 여왕의 서거, 그리고 찰스 3세의 즉위를 계기로 ‘왜 우리가 영국 국왕을 우리 국가원수로 섬겨야 하느냐’는 의문이 증폭했다는 것이다.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찰스 3세를 자국 국왕으로 받드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요즘 ‘공화국이 되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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