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州 의회, '국왕'에 충성 맹세 거부한 의원 입장 막아
"굴욕적 요구… 英 식민주의 잔재 불과" 반발
엘리자베스 2세 서거 후 군주제 회의감 커져
캐나다 퀘벡주(州) 주의회에서 새 국왕 찰스 3세에 대한 충성 맹세를 거부한 의원들이 의회 의사당 입장을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캐나다는 영국 국왕을 자국 국가원수로 섬기는 입헌군주제 국가이고, 퀘벡주는 캐나다에서 프랑스계 주민들 비중이 가장 큰 곳이다. 일각에선 엘리자베스 2세 서거 후 커진 군주제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퀘벡 분리주의의 견고함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캐나다 C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주의회 의사당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던 의원 3명이 의회 경위에 의해 제지를 당하고 결국 되돌아갔다. 해당 의원들은 모두 중도좌파 성향인 퀘벡당 소속이다. 의회 경찰 측은 이들이 법률상 ‘의원’의 자격을 충족하지 않아 입장을 막았다고 밝혔다. 법에 따르면 주의회 의원은 의정활동에 돌입하기 전 반드시 국왕, 그리고 퀘벡주 주민들한테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 그런데 해당 의원 3명은 퀘벡주 주민들한테만 충성을 맹세하고 ‘국왕’에겐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회 본회의장 입장이 거부된 의원들 중에는 퀘벡당 원내대표인 폴 생피에르 플라몽동 의원도 포함됐다. 그는 CBC와의 인터뷰에서 “국왕에게 선서를 하는 것은 굴욕적”이라며 “영국 식민주의의 잔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주의회는 세습제 군주를 인정한 적이 없다”며 “법을 고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때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하겠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와 르고 퀘벡주 총리는 충성 맹세를 거부한 의원들의 의회 입장을 막은 것은 정당한 조치라고 했다. 다만 르고 총리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주정부가 직접 개정 법률안을 마련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 군주제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려 70년이나 재위한 엘리자베스 2세 시대에는 군주제를 그냥 받아들였으나 여왕의 서거, 그리고 찰스 3세의 즉위를 계기로 ‘왜 우리가 영국 국왕을 우리 국가원수로 섬겨야 하느냐’는 의문이 증폭했다는 것이다.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찰스 3세를 자국 국왕으로 받드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요즘 ‘공화국이 되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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