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예보, 수백 억 슈퍼컴퓨터 대신 이것!

2022. 12. 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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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으면서 각국은 더욱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수백억 대 장비 덕에 2주 앞의 날씨와 기온까지 알 수 있지만 종종 오보로 비난을 받기도 한다. 동네마다 다른 기상변화를 일일이 예축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자연항법 전문가이자 배와 비행기로 홀로 대서양을 건넌 유일한 생존자인 트리시탄 굴리는 ‘날씨의 세계’(휴머니스트)에서 날씨는 지역 전체를 덮는 담요 같은 게 아니라 지역의 경관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일기도는 슈퍼컴퓨터의 데이터와 연산능력이 아닌 나무 주변이나 거리를 걷다가 발견하는 단서에서 천기(天氣)를 읽어내는 방식이다. 소소한 내 주변의 대상을 통해 징후를 알아채는 미기후(microcilmate)라는 낯설고 은밀한 세계이다.

슈퍼컴퓨터는 동네 작은 언덕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지만 주위의 경관에 예민한 이들은 참나무와 그 그늘을 보고 그날의 날씨를 정확히 알 수 있다.

가령 여름날 우리는 나무 그늘 아래를 찾기 마련이다. 나무가 햇빛을 가려주기도 하지만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 아래가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압의 변화때문이다. 바람이 나무를 통과할 때 나무는 바람의 경로를 방해하고 나무의 모든 방향에서 기압의 변화를 유발한다. 즉 나무 쪽을 통과할 때 기압이 상승하면서 나무의 위와 둘레, 아래를 지나는 공기의 흐름이 빨리져 강한 산들바람이 부는 것이다.

날씨의 징후를 알아채려면 우선 각 징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면밀히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날씨는 열과 공기와 물로 이뤄진 수프”라며, 이 세 요소를 알면 기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춥고 서리 낀 날, 야외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야 한다면 햇볕주머니(sun pocket)를 먼저 찾아내는 게 좋다. 요령은 간단하다.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곧바로 받아들이고 가장 많이 흡수하며 귀한 열을 담아둘 만한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다.

숲이 우거진 남쪽 비탈, 그 중에서도 가지들이 지붕처럼 뻗어있는 장소가 바로 그곳이다. 나무 그늘의 어두운 지표면은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주변보다 더 많이 흡수하고 빠져나가는 걸 막아준다. 흔히 양지 바른 개활지를 찾아나서지만 실제로 기온을 재보면 양지 바른 개활지보다 햇볕주머니쪽이 더 따뜻하다. 동물들은 그런 장소에 빠삭하다.

구름은 예로부터 날씨를 예측하는 지표였다. 미크로네시아제도의 전설적인 항해사들은 구름을 ‘카페사니 랑’, 즉 하늘의 이야기라고 불렀다.

모든 구름은 모양이 다르다. 대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구름의 7대 패턴을 알면 날씨의 보편적 징후를 알아내는 게 가능하다. 구름의 고도가 낮아질수록 악천후의 가능성은 커진다. 구름의 유형이 다양할수록, 작았던 구름이 커질수록 날씨의 전망은 악화된다. 키가 크고 폭이 좁은 구름은 악천후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뾰족하거나 들쭉날쭉한 구름 꼭대기는 불안정한 날씨의 징후이며 구름의 밑면이 거칠어질수록 비가 올 가능성이 크다.

바람은 날씨를 몰고 온다. 일기 예보는 아래 경관의 영향을 덜 받거나 안받는 주풍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다. 지면풍은 너무 국지적이고 변덕마저 심해 지역 일기예보의 근거로 삼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끼는 것은 지역 경관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빚어지는 지면풍이다. 바람의 속도가 일정한지 아니면 속도를 바꿔가며 변덕스럽게 불고 있는지를 알면 대비가 가능하다.

가령 오후의 산들바람은 온도가 상승, 기류의 영향으로 쌘구름이 만들어지면서 돌풍성이 짙어진다. 약한 돌품이 더 강한 바람보다 많은 입자들을 들어올리므로 해변에서 비치타월을 펼치려면 몇 걸음 옆으로 이동해보면 모래가 덜 날리는 곳을 찾을 수 있다.

저자가 나무와 새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상승기류를 설명하는 대목은 자연계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지혜와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태양이 복사에너지로 대지를 데우기 전 미약한 기류를 이용하는 식물의 씨앗부터 잠자리, 가벼운 맹금류에서 우람한 맹금류 순으로 날아오르는 이야기는 지리적 정보 이상의 감동을 준다.

저자는 이밖에 이슬과 서리, 우박과 안개 등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날씨를 예민하게 감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가 날씨와 기후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날씨, 즉 실용성이다. 생활의 지혜 같은 것으로 동물들은 이를 본능적으로 안다.

또 하나, 광범위한 영역을 예측하는 슈퍼 컴퓨터의 날씨 예측을 참고하면 더 나은 예측과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은 날씨와 기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교과서적 지식을 경험적 사례를 들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놓아 학생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날씨의 세계/트리스탄 굴리 지음, 서정아 옮김/휴머니스트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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