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아(시아)아(프리카)의 조1위 반란’···유럽 자존심 눌렀다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순이 아니었다.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강호를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가 누르고 조 1위로 16강행 찬가를 불렀다.
FIFA 랭킹 22위 모로코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를 1위로 통과했다. 모로코는 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3차전 캐나다와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모로코는 2승 1무를 기록,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해 E조 2위 스페인과 8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대회 개막 전만 하더라도 F조에서는 FIFA 랭킹 2위 벨기에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팀인 FIFA 랭킹 12위 크로아티아의 16강 진출이 예상됐으나 모로코가 2차전에서 벨기에를 2-0으로 꺾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이날 크로아티아와 득점 없이 비긴 벨기에가 1승 1무 1패, 조 3위로 밀려 탈락했다. 벨기에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24년 만이다. 2006년과 2010년에는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크로아티아는 1승 2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모로코는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이어 오전 4시에 열린 E조 경기에서는 더욱 놀라운 이변이 펼쳐졌다. 일본이 ‘무적함대’ 스페인에 역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스페인을 맞아 점유율에서 크게 뒤졌으나 2-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스페인의 알바로 모라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연속 골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독일을 2-1로 잡으며 대회 초반 이변의 주인공이 됐던 일본은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서 0-1로 잡히며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조 1위 후보이던 FIFA 랭킹 7위 스페인까지 격파하며 유럽 강호를 물리치며 파란의 역사를 이어갔다.
승점 6을 쌓은 일본은 이 경기 전까지 1위이던 스페인(승점 4)을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안착했다.
16강에서 일본은 F조 2위 크로아티아와 대결하고, 스페인은 F조 1위 모로코와 맞붙는다.
독일은 최종전에서 코스타리카를 4-2로 물리쳐 1승1무1패가 됐지만 (골득실+1)에서 스페인(골득실+6)에 뒤져 3위로 탈락했다. 독일은 지난 대회 한국이 일으킨 ‘카잔의 기적’의 희생양이 돼 최하위로 탈락했던 2018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일본은 2002년 한일 대회,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2018 러시아 대회에 이어 통산 4번째 16강에 진출했다. 특히 2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은 아시아 국가 최초의 기록이다.
모로코가 벨기에·크로아티아라는 유럽 강호 속에서, 일본은 독일·스페인이라는 막강 경쟁자들 틈에서 죽음의 조를 1위로 통과했다. 유럽의 자존심을 누른 한겨울 ‘아아(아시아·아프리카)의 반란’이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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