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홀린 한인 스타트업…“여기 시스템 안 쓰면 보험료 인상”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입력 2022. 12. 2. 07:18 수정 2022. 12. 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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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운송·물류 관리 자동화 SaaS 업체 플리트업
플리트업의 운송·물류 관리 자동화 솔루션. /플리트업 영상 캡처

한국보다 미국, 미국보다 중남미에서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한인 스타트업이 있다. 멕시코 최대 보험사는 이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올리겠다고 할 정도다.

바로 여러 대의 트럭과 중장비, 화물을 관리하고 이력을 추적하는 자동화 솔루션 업체 플리트업(FleetUp)이다. 플리트(Fleet)란 5대 이상의 군집된 이동 수단을 뜻한다. 5대 이상의 트럭, 5대 이상의 선박을 모두 플리트라고 한다. 플리트업은 이러한 다수의 운송 수단을 혁신하겠다는 뜻이다. 이 업체의 사업은 쉽게 말해 육중한 화물 트럭의 실시간 위치 정보, 엔진 상태와 연료 소모 상황, 운전자의 운전 습관과 실시간 주행 현황, 차량 문제점 같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클라우드(가상서버)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플리트업은 트럭 외 다른 운송수단이 없고, 국토가 길어 트럭의 장시간 운행이 필요한 칠레나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주목을 받으며 급성장 중이다. 이 업체를 이끄는 사람은 곽성복 대표(44·미국명 에즈라 곽)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찾은 미 캘리포니아 산호세 플리트업 사무실은 산호세 공항 코앞이었다. 곽 대표는 “워낙 다양한 국가로 출장이 많아 공항에서 가까운 사무실을 구했다”고 했다.

미 캘리포니아 산호세 플리트업 사무실에서 만난 곽성복 플리트업 대표. /김성민 기자

곽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에 나선 것은 아니다. 고려대 물리학과 96학번인 곽 대표는 동대학원 물리학 석사를 마치고 병역 특례로 서울 삼성동의 한 소프트웨어 업체에 들어갔다. 신용카드 조회기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였다. 곽 대표는 해외 사업을 맡았고, 11개국에 출장을 다니며 버스 운행 관리 시스템, 결제 시스템 등을 수출했다. 2005년엔 칠레 정부의 요청으로 GPS 기반 고속 시외버스와 운전자 관리시스템을 수출했다. 그는 “특히 IT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중남미 국가에서의 수요가 많았다”며 “2005년에는 병역 특례임에도 미국 실리콘밸리로 주재원을 나오게 됐다”고 했다.

그는 병역 특례가 끝난 후 2009년부터 한 국내 반도체 회사의 IT 솔루션 부문으로 이직해 일했고 2013년 6월 창업했다. 곽 대표는 “병역 특례로 일할 때 인연을 맺었던 고객에게 ‘너희가 해준 버스 시스템 정말 좋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트럭이다. 트럭 추적 및 관리 시스템이 없어 아침에 트럭을 내보내면 온종일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바로 중국 심천으로 날아가 트럭용 정보 추적 기기 업체 20개를 둘러봤는데, 제대로 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업체가 없더라.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당시 업계에서 트럭 트래킹(실시간 위치 추적)은 GPS를 기반으로 이뤄졌었다. 곽 대표는 GPS가 아닌 엔진에서 나오는 엔진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그는 “난 현재 시스템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해 구축하고 통합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운송 시스템 관련 사업이 앞으로 10년간 해도 지치지 않을 아이템이라고 확신했다”고 했다.

첫 사업은 칠레에서 시작했다. 칠레는 남북으로 긴 국토를 갖고 있고 철도가 없다. 물류의 중심은 트럭이다. 또 칠레는 FTA로 시장이 열려 있어 플리트업에게 최적의 시장이었다. 곽 대표는 “칠레는 사실 독일처럼 공정한 마켓이다. 부패가 별로 없다”며 “브라질보다 규모는 작지만 사업하기 안정적이다. 중남미 사업을 하려면 칠레에서 먼저 시작하라고 추천한다”고 했다. 칠레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플리트업은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GPS가 아닌 엔진 데이터로 트럭을 실시간 추적하는 법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플리트업 사업에 도움이 됐다.

플리트업의 운송·물류 관리 자동화 솔루션 모습. /플리트업 영상 캡처

플리트업은 대형 컨테이너선이 항구에 정박해 트럭에 실려 본격 운송이 시작되는 단계인 ‘퍼스트마일’에 특화돼 있다. 트럭에 실은 화물의 위치뿐만 아니라 현재 운전자가 운전 중 무엇을 하는지도 차내에 탑재된 AI(인공지능)대시캠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곽 대표는 커다란 모니터에 플리트업의 솔루션을 띄웠다. 한 고객사가 보유한 트럭 대수와 이들의 총 운행거리, 각 트럭의 현재 위치, 낭비된 연료량, 엔진 온도와 배터리 상태 등이 일목요연하게 그래픽으로 나타났다.

트럭이 사고가 났을 때의 상황을 보여주는 15초 분량의 동영상도 올라와 있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트럭 운송 업체들은 한 달에 1~2건의 화물 및 차량 분실 사건이 발생하는데 플리트업 솔루션을 사용하면 이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며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 등의 패턴도 분석해 제공하는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들은 운전자를 교육하고 사고율을 기존 대비 60%, 차량 운행 비용을 50%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쟁 업체의 경우 이러한 데이터를 통으로 전달하지만 우리는 이를 분석해 고객들이 한눈에 문제를 파악하고 관리하기 쉽게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플리트업의 솔루션은 멕시코 1위 보험사인 퀄리타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퀄리타스는 보험 고객사들에게 플리트업 솔루션을 장착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크게 올리겠다고 한다. 그만큼 플리트업의 솔루션이 사고 발생률을 크게 낮춘다고 인정한 것이다. 현재 플리트업의 고객은 1500개사에 달한다. 최근엔 한 중동 국가에 들어오는 컨테이너와 운반 트럭을 관리하는 물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플리트업 직원들과 곽성복 대표. /곽성복 대표 제공

플리트업은 2017년부터 한국의 휴맥스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현재 기업가치는 1억6000만달러(약 2100억원)로 평가된다. 곽 대표는 “연구개발에 전체 운영비의 60%를 투자한다”며 “적당한 솔루션이 아니라 시장에서 유용하게 오래 쓰이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하며 운송 산업도 완전 자동화로 향하는 시대에 플리트업의 사업이 영속성이 있을까. 곽 대표는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해도 화물을 지키고 돌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트럭 운전자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자율주행 트럭은 향후 5년 안에 상용화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해도 우리의 자동화된 차량 성능·리스트 평가 분석 솔루션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운송·물류 자동화 솔루션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130조7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업계 1위는 버라이즌이다. 플리트업은 이에 비하면 아직 시작 단계지만 목표는 높다. 곽 대표는 “이 시장에서 가장 쉽고 자동화된 솔루션을 만들어 10개국에 진출하고, 5년 내 시장 5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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