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추천 책] 산책과 허무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김은지 기자 2022. 12. 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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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걷기'라고 답할 것 같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이 산책 중독자라고 밝힌다.

산책은 구원이고 생업이며, 네트워킹이라고.

하지만 산책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목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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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사회평론 펴냄

취미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걷기’라고 답할 것 같다. 꽤 잘 걷는 편이니 특기인가 싶다가도 걷기는 취미로 남겨놓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걷고 싶어서 걷고, 걷기 싫을 때도 걷고, 기왕 도착지까지 갈 거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보다는 걷기를 택한다. 그렇게 걷다 보면 아무 생각이 없다가 또 어느 때에는 불현듯 기사의 첫 문장이나 취재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답답해서, 운동을 하려고 등의 이유로 걷지만 보통은 그냥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걷는 그 행위 자체가 좋아진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일약 ‘칼럼계의 아이돌’이 된 김영민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가 인생의 허무를 묻는 책을 펴냈다. 이번 책 또한 좋은 질문의 향연이다. 허무한 인생과 더불어 사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묻는다. 그동안 다양한 매체에 쓴 칼럼을 다듬고 재구성해 하나의 책으로 묶었다.

책에 수록된 그림과 사진은 글 읽는 마음을 더욱 북돋운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정신 승리란 무엇인가, 경쟁할 것인가 말 것인가와 같은 질문은 책의 큰 주제와 이어진다. ‘허무’라는 단어에 지레 겁먹거나 짓눌릴 필요 없다. 김영민 교수의 은은한 유머를 발견하며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이 산책 중독자라고 밝힌다. 산책은 구원이고 생업이며, 네트워킹이라고. 하지만 산책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목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오랫동안 목적 없는 삶을 원해왔다. 왜냐하면 나는 목적보다는 삶을 원하므로. 목적을 위해 삶을 희생하기 싫으므로.” 산책의 자리에 삶이라는 말을 대체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렇기에 걷기는 삶 자체다.

책 마지막에 실린, 소식의 ‘적벽부’를 두 번 읽었다. 한 번은 눈으로, 또 한 번은 입으로. 소리 내서 읽으니 더 좋았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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