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썸바디’ 김영광 “이상하고 괴이하단 반응…감사”
배우 김영광(35)은 지난 18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예상한 듯 반색했다. “이상하고 괴이한 작품”이라는 반응엔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
그간 로맨스 코미디 이미지가 강했던 김영광은 ‘썸바디’에서 어둡고 뒤틀린 욕망을 품은 살인마 윤오로 파격 변신했다. 깊숙한 곳에 자리한 심연의 어두움까지 끄집어내며 예측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심리묘사로 ‘김영광의 재발견’이란 호평을 받았다.
‘썸바디’는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를 매개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개발자 ‘김섬’(강해림 분)과 그녀 주변의 친구들이 의문의 인물 ‘성윤오’(김영광 분)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로 심리묘사의 대가 정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김영광은 “절친들조차 ‘제가 알던 형 맞아요?’ 할 정도였다”며 “도전에 대한 욕구가 컸다. 이 미션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자신을 마주하기까진 그래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처음 공개됐을 때 바로 보진 못했다.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보이는 거여서 싱숭생숭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 20일 지나고 봤는데 감독님과 촬영할 때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마지막 화까지 본 뒤 ‘감독님은 다 계획이 있으시구나’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어요. 주변에서도 찐 반응을 보내주셨는데 그냥 잘봤다가 아니라 ‘이 신에선 왜 그런 거야’라고 물어봐주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해피엔드’(1999), ‘은교’(2012) 등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파고드는 영화를 선보여온 정지우 감독은 그가 이번 작품을 믿고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정지우 감독은 촬영 내내 김영광의 얼굴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해둘 정도로 “사랑하며 찍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김영광 역시 “저를 믿어주고 신뢰해줬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하는 게 느껴지니까 작품에 애정이 더 생겼던 것 같다”며 “현장에 도착하면 아침에 감독님과 같이 밥을 먹고 한 두 시간 대화를 나눴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눈 것이 도움이 항상 많이 됐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성윤오’를 알려고도, 해석하지 않으려고도 했다. “과거에 어떤 사건을 겪었고, 어떤 트라우마가 있어서 살인한다고 설정해버리면 시청자들에게 무섭게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저 “과도한 욕망을 빼고 충동적인 사람이 되고자” 했다. “‘왜?’라고 묻지 않으니 더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
“이 친구가 ‘사이코패스일까’ 그런 생각은 아예 안했어요. (그렇게 하면) 한계점이 생길 것 같았죠. 대신 현장에서 작은 충동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작품을 마친) 지금도 사이코패스라 생각하지 않아요. ”
사실 ‘성윤오’ 캐릭터를 처음 만들어갈 땐 욕심이 많았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무섭고 선을 넘은 사람처럼 보일까”를 고민했다.
“하면 할수록 예고된 공포는 안 무섭고 재미없을 것 같았어요.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를 때가 가장 무섭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걸 빼는 작업들을 많이 했어요. 생각이 많아지면 나가서 무작정 걷기도 했고... 항상 저를 차분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어요.”
“처음엔 윤오를 거대한 남자로 생각하고 몸을 키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갈수록 얼굴에 살이 붙으면서 약간 귀여지더라고요. 1, 2부는 살짝 통통하게 나와요. 후반으로 갈수록 빠지는데 무너져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거의 안 먹었어요. 8부 정도 찍을 때 사진을 보면 볼이 엄청나게 패어있어요. 이 인물이 피 말리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성윤오는 소셜커넥팅 앱을 만든 개발자인 김섬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낀다. 수위 높은 베드신에 전라 노출도 했지만, “부담은 없었다”고 한다.
“감독님 덕분에 베드신을 편하게 찍을 수 있었어요. 작품 안에 녹아들어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감독님과 셋이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고 감독님을 믿고 자연스럽게 어렵지 않게 찍을 수 있었어요.”
이번 작품엔 강해림, 김용지, 김수연 등 신인 배우이 매서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김영광은 “목장에 풀어놓은 소들처럼 알아서 각자 잘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표현했다.
“도와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각자 자기가 바라보는 캐릭터들이 분명히 있었기에 너무너무 잘하고 대견했고 고마웠다”고 돌아보며 “감독님이 어떻게 저렇게 캐스팅을 하시지 감탄했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윤오는 썸바디로 만난 개발자 김섬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거리를 좁혀간다. 김영광은 김섬 역의 신예 강해림과 미묘한 멜로라인을 선보이며 여러 번의 베드신도 보여줬다. 강해림은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김섬 역에 발탁된 신데렐라다.
“(강예림 배우는) 실제로 만나고 깜짝 놀랐어요. 표정이나 말투가 김섬과 너무 비슷해 소름 돋더라고요. 나만 잘하면 되겠다 싶어서 즐겁게 연기했어요.”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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