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포르투갈전 이것만은...이재성의 고백, 이영표의 당부
오광춘 기자 2022. 12. 2. 07:02
92년의 월드컵 역사에서 두 골 차로 뒤졌다 이를 역전으로 돌려놓은 경기는 얼마나 될까요. 하나 더. 두 골 차로 밀려났다 무승부까지 따라붙은 승부는 몇번이나 있었을까요. 미국 언론 ESPN이 내놓은 기록을 보면 월드컵 역사에서 두 골 차로 몰렸다 기사회생한 경우는 정말 드물었습니다. 두 골 차로 벌어졌던 승부는 모두 450번 있었는데 그 열세를 극복해서 역전승으로 끝난 건 9번, 무승부로 마무리된 건 13번에 불과했습니다. 확률로 풀어보면 역전승은 2%, 무승부는 2.9%였습니다.
이 기록으로 가나전을 대입해 봤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했다면 월드컵 역사의 통계를 뒤집을 수 있었겠다 싶은 마음도 있지만, 후반 중반에 우리가 두 골을 넣으면서 따라붙은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승이 간절했던 우리 축구가 희박한 2% 확률에 도전하며 그토록 절박하게 뛰었다니, 다시 뭉클해집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2대3 패배였지만 과정을 돌아보면 그 또한 엄청난 추격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 축구가 강한 상대를 만나서 두 골을 내주고 그대로 가라앉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박수를 보낼 만하죠. 과거와 다른 어떤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흥민이 얼굴을 다치지 않았다면, 황희찬이 허벅지가 아프지 않았다면, 김민재가 종아리 통증 없이 나섰다면 뭔가 달라졌을 것이란 가정도 돌려봅니다.
축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합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도 모두 같을 순 없습니다. 그래도 가나전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처절한 몸부림에 많은 사람이 비슷한 감정을 공유합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조금의 실수, 약간의 부족함을 지적하고 감정을 배설하듯 털어놓습니다. 일부 선수들의 소셜미디어는 축구 자체에 대한 비판을 뛰어넘어 사람에 대한 비난으로 뒤덮였습니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그리고 시작된 뒤에도 이재성이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몇 번씩 읽곤 했습니다. 너무 아프게 썼습니다.
어떤 선수들은 대표팀 소집 기간에 개인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댓글 창을 닫는다. 발탁됐는데 축하보다 비난을 받는 선수도 있고, 경기장에서 나온 실수로 역적이 되는 선수도 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모든 걸 차단할 수는 없으니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자신을 방어하는 거다. 결과가 어찌 됐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기 몫을 다하기 위해 뛰어 박수받아야 마땅한 선수들이고, 발탁된 것만으로도 축하받아야 할 선수들인데 참 아쉬운 현실이다. 우리의 '방어 기질'은 그런 시간을 통해 체득됐다. (출처/'이재성의 축구 이야기')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월드컵에 앞서 JTBC와 만나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16강, 8강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축구가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상대가 누가됐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이런 부탁도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문화를 지니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싸워서 이기고, 얻어내고, 환호하는 것을 상상하기보다는 실수해서 지면 어떡하지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선수들은 팬들의 비난을 어떻게 감당하지, 이런 생각 하면서 더 두려움을 갖게 되고 소극적 플레이를 하게 된다."
“16강, 8강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축구가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상대가 누가됐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이런 부탁도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문화를 지니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싸워서 이기고, 얻어내고, 환호하는 것을 상상하기보다는 실수해서 지면 어떡하지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선수들은 팬들의 비난을 어떻게 감당하지, 이런 생각 하면서 더 두려움을 갖게 되고 소극적 플레이를 하게 된다."
포르투갈전이 눈앞입니다. 모두의 응원이 절실하죠. 이재성의 고백이, 이영표의 부탁이 뜨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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