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한파(寒波)를 마주하는 방법
한파(寒波)는 글자 그대로 차가운(寒:cold) 파도(波:wave)다.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져 갑작스러운 매서운 겨울 추위가 파도처럼 몰려올 때 한파 주의보나 한파 경보를 발령한다.
시골에서 한파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수도꼭지를 조금 열어 수도관이 얼지 않게 하는 일이다. 계량기가 동파되지 않도록 이불로 싸고, 여기저기 바람 들어오는 구멍도 막아야 한다. 그런데 막상 영하 10도의 한파를 맞이해 보면 그냥저냥 견딜 만하다.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해서인지, 아니면 매서운 추위가 올 것이라 마음의 채비를 단단히 해서인지 생각했던 만큼 차가운 파도가 아니다. 위기는 미리 알고 맞이하면 위기가 아니다. 아무런 준비와 예측 없이 맞이한 위기가 진짜 위기다. 위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이고, 예상하지 못했을 때 그 피해가 커진다.
아열대 지역인 대만에서 영상 4도에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90명이 숨졌다는 소식도 있고, 인도나 홍콩에서 영상 기온의 추위에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는 뉴스도 들린다. 경험도 없고, 준비도 하지 않으면 작은 파도에도 쉽게 무너진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인생의 여정에도 한파가 있다.
그러나 예측한 대부분의 한파는 잘 견뎌낸다. 건강이나 재정적 어려움이 예측이 되었다면 이미 대비도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부지런히 건강을 체크하고 조심하면 그만큼 다가올 위기의 강도는 낮아진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대비하여 비용을 줄이고 대비하면 경제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하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련의 파도를 아무런 대비 없이 마주하면 쉽게 넘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마 이 정도에 내가 무너지겠어?'라는 자만과 안도가 파도의 크기를 더욱 키운다. 아무런 준비 없이 호언장담하며 맞이한 시련이기에 순식간에 붕괴를 만나게 된다. '조직이 혼란(亂)에 빠지는 것은 안정(治)되었다고 안심할 때 시작된다(亂生於治, 난생어치). 용기(勇)를 자랑하는 사람이 순간 겁쟁이(怯)로 변한다(怯生於勇, 겁생어용). 강(强)하다고 자만하는 사람이 약(弱)자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弱生於强, 약생어강).'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孫武)는 군대 조직이 무너지고, 병사들이 겁쟁이가 되어 나약해지는 위기를 맞이하는 이유를 자만이라고 정의한다.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조직이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 몰락하는 것은 호언(豪言)과 장담(壯談)이다. 호탕하게 자신의 강함을 떠들어 댔기 때문에 아무런 대비도 없었고, 준비 없이 맞은 펀치 한 방에 손쓸 틈도 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어떤 위기에도 끄떡없다고 자신했던 조직의 몰락을 보면 허탈하기까지 하다. 그토록 강하고 용감했던 사람이 한 순간 겁쟁이가 되고 나약해 지는 것을 보면 강한 게 영원히 강한 것이 아니고, 센 게 영원히 센 것이 아니다. 치란(治亂)과 용겁(勇怯)과 강약(强弱)은 영원한 것이 아니며, 잠깐의 방심과 자만 때문에 역전되고 뒤집어진다. 그것이 우주가 운동하는 반(反)의 방식이다.
그토록 강해 보였던 사람이 무너지면 한 순간에 나약한 겁쟁이도 될 수 있고, 그토록 강했던 조직이 한 순간 모래알처럼 부숴 질 수 있고, 그토록 정돈 되었던 조직이 한순간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섬뜩하게 한다.
잘 나가던 사람, 안정된 가정, 권력을 쥔 정당, 승승장구하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망하는 것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잘나갈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강할 때 더욱 경계해야 한다. 편안할 때 더욱 두려워해야 한다.
지금의 승리에 도취되면 영원히 승리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강한 자는 무너지고, 안정된 조직도 하루아침에 몰락할 것이다. 차가운 파도, 겨울 한파를 맞이하여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확실하다. 겸손하고, 준비하고, 대비하고,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그래야 한파(寒波)가 평범한 파도, 평파(平波)가 된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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