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꾸정’ 정경호 “사람도 사랑도, 오래된게 좋아”[인터뷰]

강주일 기자 2022. 12.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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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경호. 쇼박스 제공.



배우 정경호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이어 영화 ‘압꾸정’에서 또 한번 의사 가운을 입었다. ‘까칠장인’ 정경호는 이번 영화에서 까칠함에 뒤끝까지 작렬하는 성형외과 의사 지우 역을 맡아 마동석, 오나라와 함께 완벽한 K-블랙 코미디물을 완성시켰다.

지난달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난 정경호는 20년 지인 마동석과 ‘의리’로 뭉쳐 찍은 영화 ‘압꾸정’을 개봉하게 된 소회, 소녀시대 수영과의 10년 간의 사랑, 마흔 줄에 들어선 배우로서의 감정 등 다양한 얘기를 담담히 들려줬다.

영화 ‘압꾸정’ 스틸컷. 쇼박스 제공.



■ ‘20년 지기’ 우정으로 빚은 말맛

‘압꾸정’은 오지라퍼 압구정 토박이 ‘대국’(마동석)이 실력은 좋지만 까칠한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와 손잡고 강남 압구정동 일대 성형 비즈니스의 전성기를 여는 이야기다.

“봤던 시나리오 중에 오랜만에 신선했어요. 현장감 있는 상황에 생활 밀착형 대사가 어려웠어요. 마치 유튜브 같달까. 치밀하진 않았지만 간단한 대본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압꾸정’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는 묘하게 독특하다. 배경은 물론 패션, 메이크업, 먹거리, 자동차, 사람들의 말투, 거짓 아닌 거짓 친절, 그 시절 압구정에 오가던 이들의 향수를 자극할 모든 것들을 100% 현실감 있게 구현했다.

“압구정 하면 제 기억엔 ‘욕망의 도시’가 떠올라요. 너무나도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꽉꽉 차 있는 동네. 2000년 대 초반에 내가 사고 싶었던 것들, 트루 릴리전 청바지, DG벨트, 시계, 등 로망에 대해 얘기했더니 스타일리스트 실장님이 어디서 기가막히게 구해오셨더라고요. 함께 향수에 젖었죠.”

배우 정경호. 쇼박스 제공.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뭔 말인지 알지?” 라는 강대구의 말버릇은 실제 압구정 안에 살았던 누군가가 자주 사용하던 말이라 더 실감난다. 정경호가 연기한 성형외과 의사 역시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

“코믹이 어려워요. 우리만 웃기다고해서 되는게 아니거든요. 이번 영화에서는 동석이 형의 라이브하고 재밌고 생활감 있는 연기를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는 기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형과 얼토당토 안한 농담을 많이 하고 티키타카를 많이 주고 받으며 만들었어요. 리허설 과정에서 애드립으로 표현한 것들을 형이 받아주고, 그러면서 장면으로 탄생한 부분들도 있습니다.”

영화 ‘압꾸정’ 스틸컷. 쇼박스 제공.



데뷔 전, 20년 전 부터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톱스타가 되어 한 작품에서 만났다.

“동석이 형과는 끊임없이 같이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인연이 잘 안닿았죠. 형님이 지금 영화를 30~40편을 제작하고 있는데, 눈여겨 봐 뒀던 스태프, 신인 감독, 신인 제작사 등에게 기회를 줄 있는 장을 주려고 하더라고요. 계속 저에게도 ‘이거 어떤지 봐줄래?’ 해요. 정말 좋은 분이에요.”

정경호의 주변엔 그렇게 오래된 것들 투성이다. 반려견은 9살이 됐고, 함께 일하는 매니저는 20년째 같은 사람이다. 밥 집도 오래된 단골집을 좋아한다. 연인인 소녀시대 수영과는 10년 째 연애 중이다.

“시기가 되면 결혼 해야죠.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는 안하고 있어요. 이젠 주변 의식을 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10년 동안 많은 얘기들을 해왔고, 추억이 있잖아요. (수영은)제일 많은 얘기를 하고 또 유일하게 얘기를 나눈 사람이에요.”

배우 정경호. 쇼박스 제공.



■마흔, 그리고 데뷔 20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통해 수 년 째 의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어렵다는 그다. 정경호는 “흉내내고는 있지만 너무나 어렵다. 의사분들 존경스럽다”면서 “어느새 김준완이 정경호화 돼 있더라. 내년에 방송할 ‘일타스캔들’에서의 인물도 나와 많이 비슷하다”고 했다.

“다음 캐릭터도 섭식장애가 있는 역할로 까칠해요 하하. 외모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십 몇 년 동안 그런 역할을 맡다보니 살이 안쪄요. 다음 번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네요. 예전엔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마흔이 되고보니, 20~30대 보여줄 수 있는 까칠함과 40대에 보여줄 수 있는 까칠함은 다를 것 같더라고요. 그 지점을 찾는게 제 숙제이지 않을까 싶어요.”

내년이면 데뷔 20년이다. ‘압꾸정’ 속 지우처럼, 시간이 가고 그도 변했다.

배우 정경호. 쇼박스 제공.



“20대 때는 너무 좋은 기회들이 많았어요. 좋은 작품으로 데뷔 해서 많은 사랑도 받았고, 그 땐 내 멋에 취해 연기를 했던거 같아요.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죠. 지금은 ‘이거 아니면 안된다’ 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그런 시기에요. 다음 작품에선 전도연 선배와 연기를 하게 됐는데 내가 꿈꿔왔던 선배와 일하게 되서 책임감도 느끼고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정경호가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사람’이었다.

“저는 100% 예요.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대본이 조금 부족해도 사람이 채워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도 있고, 그렇지 못한 작품도 있지만 사람은 남거든요.”

배우 정경호. 쇼박스 제공.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신중히 숨을 고른 그가 답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뻔한 얘기죠. 그래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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