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의심… 스페인은 일본전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월드컵 핫이슈]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스페인이 일본과의 후반전에 사력을 다하지 않았다. 마치 패배해도 좋다는 태도였다. 일본은 편하게 스페인을 누를 수 있었다.

스페인은 2일(이하 한국시각) 4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1-2로 졌다.

이로써 스페인은 승점 4점, 골득실 +6을 기록하며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반면 일본은 승점 6점으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전차군단' 독일은 코스타리카를 4-2로 물리쳤지만 승점 4점, 골득실 +1를 기록하며 조 3위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스페인은 이날 경기 초반 전반전 점유율을 틀어쥐며 일본을 압도했다. 이어 전반 12분 일본 페널티 박스 오른쪽 모서리에서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가 박스 안에 오른발로 올린 얼리 크로스를 알바로 모라타가 헤더골로 선취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의 역습은 매서웠다. 후반 3분 도안 리츠의 중거리슛 득점, 후반 6분 다나카 아오의 오른쪽 무릎 득점을 앞세워 2-1로 역전했다.

스페인은 당황했다. 여기에 독일마저 같은 시간 펼쳐지는 코스타키라전에서 후반 25분 코스타리카에게 1-2로 역전을 당했다. 스페인으로서는 이렇게 경기가 끝나면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위기였다.

하지만 독일은 후반 28분 카이 하베르츠의 득점포를 통해 동점을 만들었다. 덕분에 스페인은 다시 조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어 후반 40분 하베르츠의 추가골을 통해, 스페인은 더욱 2위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스페인과 승점이 같아진 독일이 스페인의 골득실을 역전하기 위해서는 7골이 더 필요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독일은 남은 시간 1골을 더 터뜨리는 데 그쳤다.

독일이 2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스페인이 일본에게 무승부 이상을 거뒀으면 됐다. 1-2로 뒤지고 있었으니, 스페인이 한 골만 더 넣었으면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열심히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다. 조 1위에 미련이 없는듯한 모습이었다. 사실 E조 2위가 되면, 16강전에 F조 1위지만 피파랭킹 22위 모로코와 격돌하고 E조 1위로 올라서면 F조 2위지만 피파랭킹 12위 크로아티아와 맞대결을 펼친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 결승전에 올랐던 강팀이다. 스페인으로서는 조 2위가 더 좋은 선택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해야 8강에서 브라질을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후반 막판 스페인이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은 이러한 계산이 깔려있을 수 있다.

일본에게 패해 조 2위로 밀려난 스페인. 하지만 오히려 조금 더 쉬운 16강 상대를 만났다. 스페인의 패배 속에 조 3위로 밀려난 독일만 충격적인 탈락을 맞이하게 됐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