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김학수 기자의 월드컵 용어 산책 15] 왜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유니폼은 '와인색'일까
포르투갈(Portugal)이라는 국호의 어원은 ‘포르토 와인’으로 유명한 포르투갈 제2의 도시 포르토와 연관이 깊다. 중세시대 포르투갈의 중심지였던 포르투의 라틴어 명칭인 ‘포르투스 칼레(Portus Cale)'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포르투스는 항구라는 의미이며, 칼레는 켈트족의 신의 이름이다. 이 말이 포르투갈로 발전했다고 한다. 켈트어 칼레는 오늘날 프랑스에서 영국과 도버해를 놓고 마주보는 노르망디 지역의 항구 도시 이름으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 포르투갈은 일제 강점기 시절 자주 사용된 외래어 이름이나 지명, 용어의 한자 음차로는 ‘포도아(葡萄牙)’라고 불렀다. 음차이므로 한자 뜻과는 상관없지만 포르투갈이 지중해성 기후라서 포도 농사가 잘 되고 특산물이 와인이라는 점을 감안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조선일보 1920년 7월7일자 ‘포국내각조직(葡國內閣組織)’기사는 ‘포도아공화국(葡萄牙共和國)의 신내각(新內閣)은 민주당오명 공화당이명 사회당일명(民主黨五名共和黨二名社會黨一名)으로 조직(組織)된 씨르버총리대신(總理大臣)은 대장대신(大藏大臣)을 겸(兼)하고코터씨(氏)가 외무대신(外務大臣)으로 취직(就職)하얏더라(파리전보(巴里電報)’고 전했다.
문헌상 우리나라에 최초로 발을 디딘 서구인은 포르투갈 사람이다. 임진왜란 중에 왜장(倭將)) 고니시 (소서행장(小西行長))의 초대로 조선땅을 밟은 예수교선교사 그레고리오 세스페데스이다. 그는 1593년 12월 대마도를 거쳐 진해만에 상륙했는데, 일본으로 돌아갈 때 개종시켜 데리고 들어간 13세의 소년 강(姜) 빈센트는 그후 1614년 중국북경으로 건너가 조선 포교의 기획에 참여했다고 한다.
포르투갈 축구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돌풍의 팀’으로 8강까지 올랐던 북한을 5-3으로 꺾으면서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됐다. 당시 ‘검은 표범’이란 별명을 가졌던 에우제비우(당시는 유세비오로 영어식 표기)는 혼자 3골을 터트리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역전승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4강에 올라 포르투갈의 역대 월드컵 최고의 성적을 냈다.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한 남북단일팀을 취재했던 필자는 당시 스폰서인 코카콜라 홍보대사를 활약하던 에우제비우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는 2014년 심장마비로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02 한일월드컵 예선전에서 박지성의 결승골로 우리나라에 0-1로 패했던 포르투갈이지만 강팀이 즐비한 유럽 축구 중에서도 손꼽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로 2000 이후 유로 2020까지 단 한 차례도 경쟁이 치열한 유럽 예선에서 유로대회나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놓치지 않았다. 유럽 국가 대표팀 중 포르투갈 이외에 같은 기간 동안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예선을 모두 통과한 팀은 스페인, 독일, 프랑스 3팀 뿐이다. 포르투갈은 비록 월드컵 우승은 없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현재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페르난두 산투 감독이 유로 2016에서 우승을 거머쥔 바가 있고, 2019년 UEFA 네이션스 리그 초대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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