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물, 잘 버려야 잘 산다
또 우리나라에 수돗물 공급이 시작된 지 100년이 되던 2008년 9월 1일, 당시 환경부는 수돗물의 역사를 돌아보며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수명이 20세기에 들어 약 35년 증가했으며 이중 30년 정도는 깨끗한 물 공급 등 개인위생의 발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냇물이든 깊은 산속 옹달샘이든 아무 물이나 마시고 아무 곳에나 배설하다가 위생처리를 한 수돗물을 마시고 하수처리를 대중화하니 장수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진시황은 헛다리 짚었다.
수돗물이 보편화되면서 그에 대한 고마움은 잊혔다. 그리고 수돗물에 대한 눈높이도 시대에 따라 높아간다. 단수가 일상적인 1970년대에는 수도꼭지에서 물만 콸콸 나오면 좋았다. 이제 ‘콸콸’은 당연한 것이고 품질에 이목이 쏠린다. 더 맑고 위생적인 물을 바란다. 양에서 질로의 전환은 자연스럽고 또 그래야 한다. 오늘날의 화두는 생태계나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이 의심되는 의약물질, 과불화화합물, 조류독소 등의 미량오염물질이다. 이들로부터 안전성을 검증받은 보다 안전한 수돗물이 국민이 원하는 수돗물이다.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미량오염물질로부터 안전한 수돗물을 생산, 공급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미량오염물질의 검출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수질분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도 이같은 필요성에 맞춰 먹는 물 수질 감시항목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고 수질기준 및 검사항목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별·광역시며 한국수자원공사 등 대규모 수돗물 공급기관도 수질검사 항목 확대와 더불어 미량유해물질, 바이러스 등 고도 수질분석항목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런 검사체계는 소규모 지자체로도 확대해야 한다. 물은 국민 모두에게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마시는 물만큼 중요한 것이 버리는 물이다. 잘 버려야 잘 마시고 오래 산다. 사람은 1년 동안 평균 35㎏의 물질과 500ℓ의 소변을 배출한다. 수세식 변기의 물을 더하면 1인당 1만5000ℓ 가량이다. 변기에 버리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키우던 금붕어가 죽어도 변기에 버리고, 먹다 남은 짬뽕 국물도 변기를 통해 처리한다. 버튼 한번 누르면 처치 곤란했던 것들이 눈앞에서 시원히 사라지니 이보다 편할 수 없다.
모든 것들이 버려지는 생활하수도 당연히 정화처리를 한다. 하지만 그 유지와 관리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오·폐수 정화를 민간 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 충분한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개개인이 잘 버려야 하는 이유다. 쓰다 남은 화장품, 차를 우려낸 티백 등은 요즘 말 많은 미량오염물질 덩어리다. 이들을 함부로 버리면서 맑은 물 타령은 난센스다. 하수에서 발생한 영양염류를 그저 하천에 버리지 않고 농산물 재배에 이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이고 하천으로 방류되는 오염물질도 줄일 수 있다.
상하수도가 인간에게 장수를 선물했지만 그 유지와 관리엔 끝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투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버려야 잘 산다’는 마음가짐이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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