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대보단 우려가…'청'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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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조건이란 참 무섭다.
자유로운 토론, 여러 가지 의견, 다양한 입장 등을 들어야 하는데 '전제조건'이 붙으면 토론과 의견, 입장이 제한된다.
우주항공청의 전제 조건은 크게 두 가지이다.
과기정통부 외청과 경남 사천 설립이라는 전제 조건 안에서 '여러 의견'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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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전제조건이란 참 무섭다.
자유로운 토론, 여러 가지 의견, 다양한 입장 등을 들어야 하는데 ‘전제조건’이 붙으면 토론과 의견, 입장이 제한된다. 내년에 설립 예정인 우주항공청이 딱 그 짝이다. 윤석열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우주항공청을 ‘자율권 보장’ ‘전문가 영입’ ‘임기제 공무원 도입’ 등 기존과 다른 조직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외침이 ‘전제조건’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주항공청의 전제 조건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청(대통령실 관계자 공식 발표)으로 만든다는 것, 두 번째는 경남 사천에 설립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에서 여러 의견, 다양한 입장은 이미 갈 길을 잃어버린다. 과기정통부 외청과 경남 사천 설립이라는 전제 조건 안에서 ‘여러 의견’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전제 조건을 넘어서는 의견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율적이고 독립적 우주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면 ‘전제 조건’부터 떼 내고 논의해야 한다.
우주는 무한대이며 그 누구도 아직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다. 우주에는 전제 조건이 없다. 그 어떤 이야기도, 그 어떤 도전도, 그 어떤 꿈도, 말하고 시도하고 그릴 수 있어야 하는 곳이 우주분야이다.
최근 아이뉴스24와 화상 인터뷰를 한 옴란 샤라프 아랍에미리트 외기권평화적이용위원회 위원장은 “한 나라에 우주관련 조직을 만들 때 다른 나라의 비슷한 조직에 대한 벤치마킹은 중요한데 ‘복사 붙이기’식 벤치마킹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윤석열정부는 우리나라 우주항공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미국의 항공우주청(NASA)을 꼽았다. NASA는 전문가 조직으로 그동안 전 세계 우주 분야를 이끌어온 대표적 우주 독립기관이다. NASA의 조직과 인적 구성에서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하고 본받아야 할 부분이 분명 있다.
다만 우리의 현실과 미국의 지금은 무척 다르다는 데 있다. NASA는 연방 독립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그 산하에 여러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NASA를 벤치마킹하면서도 우리 현실에 걸맞은 우주 조직을 고민해야 한다.
연방정부 형태인 미국과 우리나라의 실정도 다르다. 우주는 짧은 시간 안에 성과물이 나오는 곳도 아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특정 대통령 임기 동안 성과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실정이라면 이제 우리는 특정 대통령 임기와 무관한 ‘먼 미래’를 염두에 둔 우주 조직을 고민해야 한다.
과기정통부 외청과 경남 사천이란 전제 조건으로 논의를 시작한다면 우주과학 장기 전략에서 잃어버리는 것이 많을 것이다. 이 전제 조건부터 떼 내 자유롭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집을 짓기 전에 어떤 재료를 선택할 것인지, 주변 환경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설계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얼마만큼의 일정으로 할 것인지 설계자, 건물주, 건축자 등이 함께 모여 그때그때 이야기를 하는 게 기본이지 않은가.
우주항공 전담조직은 우리 대한민국이 달에 착륙하고 화성을 탐사하기 위한 첫 시작점이다. 시작부터 비끗하지 말자. 우주항공청을 둘러싸고 환영과 기대보단 ‘걱정과 우려’가 앞서고 있다. ‘청’이 웃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울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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