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특급’이었는데..밀러, 다저스서 부활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밀러는 다저스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의외의 선택이 나왔다.
MLB.com등 현지 언론들은 11월 30일(한국시간) LA 다저스가 우완투수 셀비 밀러와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계약은 단년 계약. 그리고 메이저리그 계약이었다. 밀러는 1년 150만 달러 계약으로 다저스 40인 로스터에 합류하게 됐다.
다저스가 밀러를 품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의외인 것은 마이너리그 계약이 아닌 메이저리그 계약이라는 점이다. 밀러는 최근 몇 년 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몇 년 동안 꾸준히 부진했다.
밀러가 최근 7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성적은 65경기(36GS) 202.2이닝, 6승 23패 5홀드, 평균자책점 7.02. 빈말로도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밀러가 마지막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은 무려 2015년이었다. 최근 2년 동안 빅리그에서 단 19.2이닝을 소화했고 2022시즌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4경기 7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였다.
물론 밀러가 빅리그에서 이룬 것이 없는 선수는 아니다. 1990년생 밀러는 200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19순위, STL)였고 201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에 올라 류현진(당시 LAD, 4위)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2년 잠시 빅리그를 경험하고 2013년부터 본격적인 풀타임 빅리거가 된 밀러는 세인트루이스(2012-2014), 애틀랜타 브레이브스(2015)에서 데뷔 첫 4시즌 동안 102경기 575.1이닝, 32승 25패, 평균자책점 3.22의 성적을 썼다.
제대로 성장한 특급 유망주로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기도 했다. 2015시즌을 앞두고 제이슨 헤이워드와 트레이드로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은 밀러는 2015년 빅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투수 중 하나였다. 당시 애틀랜타의 전력이 매우 약했던 탓에 밀러는 선발등판 33경기 중 21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음에도 시즌 6승 17패(ERA 3.02)를 기록하며 시즌 최다패 투수가 됐다. 뛰어난 기량에 '불운의 아이콘' 이미지가 더해지며 스타덤에 오른 밀러는 2015시즌 종료 후 대형 트레이드로 3번째 팀 유니폼을 입었다.
밀러에게 손을 내민 팀은 당시 잭 그레인키와 FA 계약을 맺으며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꿈꾸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였다. 애리조나는 밀러 영입을 위해 2015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인 댄스비 스완슨과 2014년 신인왕 투표 5위에 오른 외야수 엔더 인시아르테, 2013년 드래프트 1라운드(36순위) 지명 유망주 애런 블레어를 애틀랜타에 내줬다. 그리고 그 트레이드는 애리조나 역사상 최악의 트레이드가 됐다.
밀러는 애리조나 입단 첫 해 팔꿈치 부상을 당했고 2017년 토미존 수술을 받았으며 2016-2018 3년 동안 29경기 139이닝, 5승 18패, 평균자책점 6.35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한 끝에 2018년 겨울 논텐더 방출을 당했다. 반면 애틀랜타로 향한 스완슨은 올겨울 FA 대박 계약을 노리는 특급 유격수가 됐고 인시아르테는 3번이나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애틀랜타 중앙 외야를 든든하게 지키는 선수가 됐다.
애리조나에서 방출된 밀러는 이후 여러 곳을 전전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밀워키 브루어스, 시카고 컵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뉴욕 양키스를 거쳐 샌프란시스코까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그 7년 동안 빅리그에서 평균자책점 7.02를 기록했다.
영광스러운 과거를 지닌 특급 유망주 출신이지만 지난 7년의 모습을 감안하면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다. 하지만 다저스는 밀러에게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안겼다. 밀러의 무엇을 본 것일까.
선발투수였던 밀러는 지난해부터 불펜으로 전향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비록 빅리그에서 부진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충분히 좋은 모습이 나왔다. 지난해 컵스 산하 트리플A에서 13경기 24.1이닝, 2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했고 올해는 양키스와 샌프란시스코 산하에서 43경기 53.1이닝, 2승 4패 5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최근 2년 연속 1할대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며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밀러는 빅리그에서도 올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던져온 커브와 커터를 버리고 슬라이더에 집중한 밀러는 포심-슬라이더 투피치 투수로 변화했다. 올시즌 평균자책점은 6.43으로 높았지만 배럴 타구는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강타비율도 30.8%로 리그 평균(35.8%)보다 훨씬 낮았다. 기대 평균자책점은 실제 평균자책점보다 훨씬 낮은 1.90에 불과했다. 데뷔 초에도 그리 좋지 않았던 제구력은 여전히 아쉽지만 7이닝 동안 탈삼진 14개를 잡아낸 탈삼진 능력은 크게 좋아졌다.
다저스의 선택은 이런 부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32세가 된 밀러가 다시 선발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짧은 이닝을 집중적으로 던지는 불펜이라면 다르다. 제구력이 조금 아쉬워도, 투피치만 사용해도 1이닝을 책임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마이너리그에서 쓴 최근의 성적과 올시즌 빅리그에서 보인 변화가 다음시즌에도 이어진다면 다저스의 이번 선택은 '가성비'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고의 기대주 출신으로 한 때 가장 주목받는 선수였던 밀러는 이제 앞일을 장담할 수 없는 30대의 흔한 불펜투수가 됐다. 과연 밀러가 다저스에서 왕년의 명성을 회복하며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셀비 밀러)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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