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WC 리뷰] 4-2 대승… 이겨도 의미 없던 독일, 두 대회 연속 16강 실패
(베스트 일레븐)
실로 손에 땀을 쥐게하는 명승부 끝에 거둔 멋진 승리였다. 그런데도 독일은 16강에 가지 못했다.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 실패, 독일 처지에서는 이겨도 이긴 경기가 아니었다.
한지 플리크 감독이 이끄는 독일이 2일 새벽 4시(한국 시각) 알 베이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E그룹 3라운드에서 코스타리카에 4-2로 승리했다. 독일은 전반 10분 세르주 그나브리의 선제골, 후반 28분과 후반 38분에 멀티골을 쏟아낸 카이 하베르츠의 맹활약, 후반 43분 니클라스 푈크루그의 추가골에 힘입어 후반 13분 옐친 테하다, 후반 25분 후안 파블로 바르가스의 연속골로 거세게 저항한 코스타리카를 꺾는 데 성공했다. 이번 승리로 독일은 1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승점 4점을 달성했으나, 같은 승점을 기록한 스페인에 골 득실이 밀려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무조건 이겨야, 그것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최대한 다득점을 노려야 한다는 독일의 초조함이 경기 초반부터 확연하게 드러났다. 자말 무시알라를 앞세운 독일의 파상공세가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시작됐다. 전반 2분 박스 안에서 무시알라의 강슛으로 코스타리카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에 막히는 장면이 나왔고, 전반 8분에는 조슈아 키미히의 우측 얼리 크로스를 이어받은 토마스 뮐러의 다이빙 헤더슛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좌측면에서 다비드 라움이 쏘아올린 크로스를 그나브리가 깔끔한 헤더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른 시간대에 나온 득점이라 원하는 대로 대량득점할수 있을 듯했다. 전반 18분 고레츠카의 헤더슛, 전반 34분 키미히의 중거리슛, 전반 35분 무시알라의 박스 안 오른발 슛, 전반 39분 그나브리의 오른발 감아차기 등 득점에 가까운 슛 장면이 거듭해서 쏟아져나왔다. 독일은 전반 41분 코스타리카 미드필더 케이셔 퓰러에게 한 차례 실점 위기를 내준 걸 제외하면 전반전을 압도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골이 적다는 게 문제였다. 그나마 전반전이 끝났을 땐 스페인이 일본을 1-0으로 앞서고 있었기에 2위로 올라서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다행이었다.
플리크 독일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고레츠카를 빼고 수비수 루카스 클로스터만을 투입하며 현 상황을 굳히려 했다. 하지만 일본이 후반 들어 동점, 그리고 역전까지 이뤄내자 독일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플리크 감독은 후반 10분 일카이 귄도안을 빼고 스트라이커 니클라스 퓔크루그를 투입하며 공격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밸런스가 깨지면서 도리어 코스타리카에 역습 빌미를 주고 말았다.
후반 13분 생각지도 못한 동점골까지 두들겨맞았다. 코스타리카의 역습 상황에서 우측 크로스를 이어받은 켄달 와스톤의 헤더슛을 마누엘 노이어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세컨드 볼 다툼에서 승리한 테하다가 골문으로 쇄도하며 볼을 골문 안으로 우겨넣었다. 전반전까지 그룹 2위까지 올라섰던 독일이 다시 최하위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실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상황이 주어진 셈이다. 독일은 뒤가 없는 공격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부터 위협적이었던 무시알라가 코스타리카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지독히도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15분 무시알라가 박스 안 왼쪽 사각 지역에서 날린 왼발 슛이 수비에 굴절되어 우측 파포스트를 때렸고, 후반 21분에도 박스 외곽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으나 또 골대를 때렸다.
도리어 코스타리카가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25분 독일 진영 왼쪽 진영에서 쏘아올린 프리킥을 박스 안에서 와스톤이 헤더로 골문 앞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후 일대 혼전이 일어났고,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바르가스가 넘어지며 오른발을 대어 독일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이 터진 시점에서는 코스타리카가 그룹 2위로 뛰어올랐다. 독일은 물론 일본에 지고 있던 스페인까지도 짐을 싸야 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제 벼랑 끝이 아닌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있던 독일은 후반 27분 어렵사리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푈크루그의 헤더 패스가 박스 안으로 흐르자 이를 이어받은 하베르츠가 골키퍼와 맞선 찬스에서 가볍게 밀어넣으며 동점에 성공했다. 독일은 이 골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여전히 16강 진출에 성공하기에는 승점과 골이 모자랐다. 후반 30분 르로이 사네가 왼쪽 측면에서 날린 땅볼 크로스가 푈크루그에게 연결됐다.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잡은 푈크루그의 강슛이 골문으로 향했으나 나바스가 얼굴로 이 슛을 막아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일은 초조함에 사로잡혔고, 자꾸 슛이 벗어났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독일은 후반 39분 기어이 역전골까지 만들어냈다. 우측면에서 그나브리의 얼리 크로스를 받은 하베르츠가 골문 앞으로 배후 침투해 코스타리카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은 후반 43분 골문 앞 공간으로 파고든 푈크루그가 골문으로 쇄도하며 추가 득점을 만들었다.
보다 승리를 확실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 셈이지만, 16강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페인은 일본에 졌고, 졸지에 2위 다툼을 하게 된 스페인에 다섯 골이 모자랐다. 추가 시간이 10분이나 주어졌지만 그 시간도 모자랐다. 끝까지 안간힘을 썼지만 소득이 없었다. 독일의 탈락이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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